[공존칼럼] 지적 혼수상태의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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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지적 혼수상태의 한국 사회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1.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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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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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지성의 위기, 아니 지성의 몰락 시대다. 2019년 혼란했던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자. 극심한 정치 진영 편 가르기는 사회적 쟁점마다 좌파, 우파로 나뉘었다. 또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토록 남녀갈등이 심한 시기가 없었다. 그런가하면 2030 대 586세대 간 갈등 역시 심각한 단절 현상을 빚고 있다.

현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자기중심적이다. 모든 사안을 자기중심적으로 하다 보니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비전이 사라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야기한 사태는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기 전인 지난해 8월경부터 시작해, 해를 넘겨 현재 진행형이다. 거의 반 년 간 조국 사태로 말미암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미래지향적인 모든 담론을 삼켜 버렸다. 일그러진 지식인, 사회지도층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등, 크나큰 실망과 좌절을 안겨 준 한 해였다.

국가적 재앙에 가까운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비, 저성장 국면의 경제현황에 대한 정책과 대안 마련이 시급함에도 국가 비전은 실종 상태다. 더구나 오는 4월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이슈 영역마다 좌·우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과 혼란으로 우리 사회는 더 시끄러울 것이다. 내 편은 선이요, 상대 편은 악이요, 서로를 향해 적폐란 명칭으로 낙인찍기 여념 없을 것이다.

정치적 성향은 이중개념을 띌 수밖에 없다.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전쟁』에서 저자가 주장했듯, “우리 모두는 부분적인 보수주의자이자 부분적인 진보주의자”다. 또 자유주의 역시 이중개념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보수주의자이나 사회적으로는 진보주의자이며, 또 그 반대이기도 하다. 어떤 이슈 영역에서는 보수적이지만 다른 이슈 영역에서는 진보적인 그런 이중개념을 가진다.

그러므로 사회적 쟁점마다 조정능력과 갈등 봉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협의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의 단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요소가 상실됐다. 협의·숙의 민주주의의 필요 요건은 개개인의 지성이 바탕으로 돼야한다. 지식이 많거나, 스펙이 화려하거나, 소득의 높음을 떠나 이슈에 있어 인지적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갈등과 분열을 줄일 수 있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길을 잃었다. 무엇보다 정치가 시민에게 앞으로 나갈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추구할 가치와 모델을 찾아 볼 수 없다.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공정성과 정의는 실망감과 함께 혼란스러운 개념이 돼버렸다.

남녀갈등은 또 어떤가? 2016년 5월 22일 벌어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은 국내 페미니즘 전성시대를 연 중대한 모멘텀이 됐다. 20대 여성을 살해한 30대 남성 범인은 조현병 환자로 이미 4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어, 경찰은 일종의 ‘묻지마 범죄’라 결론 내렸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영페미(Young Feminists)-이 대거 페미니즘 운동에 합류해 ‘여성은 사회적 약자, 잠재적 피해자’,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구도를 만들었다.

이후 남녀 성 갈등 양상은 심각하게 전개돼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 연수구 주민센터 여공무원이 사회복무요원에 갑질을 한 이른바 ‘옥련2동 공무원 갑질사건’도 마찬가지다. 여공무원은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익근무요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성토의 글을 올렸고, 해당 사복요원은 3만장이 넘는 미세먼지 마스크 정리 등 과중한 업무량을 호소하며 반박하자 일부 여론은 금세 남녀 성 갈등 구도로 바꾸고 있다. 이처럼 업무상 일어나는 작은 마찰조차 성 대결로 비화하는 현 세태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우리 사회의 믿음과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 불신과 반목, 질시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이럴수록 정치지도자들은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사회통합정신이야말로 국가형성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며, 이런 요인들로 우리 사회는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복지국가 스웨덴의 황금기를 이끈 위대한 정치 지도자 중 스웨덴 국민이 뽑은 가장 뛰어난 정치인 ‘타게 에를란데르’는 총리를 보자. 23년 간 존경받는 총리로 재임한 그는 협의민주주의, 대화의 정치, 상생의 정치, 협상의 정치를 통치 철학의 대명사로 사회갈등을 해결했다. 에를란데르는 1969년 스스로 총리직을 사임했으나 막상 돌아갈 집 한 칸도 없었던 인물로, 퇴임 후 스웨덴 국민들이 거처할 별장까지 마련해 줬다. 국가를 이끄는 최고지도자가 지녀야할 덕목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준 정치인이다. 무릇 정치지도자는 이래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해결하고 준비해야할 정책은 산적해있다. 당장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71만명 중 첫 연령대인 55년 출생자들이 65세가 된다. 이로 인한 한국 사회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가시화됐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로 정부의 복지예산은 노년층에 그 어느 때보다 대거 투입되는 시기인 것이다.

국가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고령화 사회는 또 다른 세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남녀 갈등에 이어 세대 갈등, 소득격차에 따른 불평등 등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지성의 회복이 시급하다. 지금은 모두 ‘지적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 학계, 사회영역 가릴 것 없이 비이성적이고 지성이 상실되었다. 모두가 남 탓을 하고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할 뿐, 세상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하다. 지성과 이성을 되찾는 일부터 시작하자.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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