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거부한 젊은 작가들 "저작권 왜 양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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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거부한 젊은 작가들 "저작권 왜 양도하나?"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1.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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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최은영 '3년간 저작권 출판사 양도' 계약서에 '수상 거부'
문학사상사 "관행에 불과, 작가 요구 다 수용해 왔다" 해명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 사진 / 창비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 사진 / 창비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금희 작가와 최은영 작가가 '수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라'는 계약서 조항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경애의 마음>, <너무 한낮의 연애>로 잘 알려진 김금희 작가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지난해 말부터 작가의 권리라는 말을 써야 할 순간이 잦고 어제도 그런 하루였다. 어제 모 상(이상문학상)의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어 "심지어 내 작품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글쎄,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말을 하는 것이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계속 '양도'라는 단어 속에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속해서 갇히게 되겠지. 계약서 조정이 그리 어려운가? 작가를 격려한다면서 그런 문구 하나 고치기가 어려운가?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심경을 드러내며 상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작가에 이어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는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우수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다.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상을 받지 않겠다"며 수상 거부 입장을 밝혔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의 이기호 작가는 작가들의 수상 거부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사실 나에게도 우수상 수상 연락이 왔지만 3년간 저작권 양도 이야기를 하길래 거절했다"고 전했다. 

작가들이 문제로 제기한 것은 이상문학상을 주최하는 문학사상사의 계약서 내용으로 '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수상을 한 작가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문학사상사에 양도해야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문인들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1977년부터 1986년까지 발간한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일부 작품들이 제대로 양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무단 게재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저작권 논란이 불거졌고 법원은 작가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문제의 조항은 지난해부터 계약서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사상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작품집에 실리는 작품이 다른 책에 또 실리거나 하는 경우 혼동이 생길 수 있고 서로가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기에 당분간은 다른 곳에 작품을 내는 것을 유보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계약서에는 '3년간 양도하라'는 문구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이건 관행일 뿐이다. 작가분들에게는 따로 '1년 정도 또는 그 남짓이 됐을 때 다른 곳에 수상작을 내실 의향이 있다고 말씀만 하시면 수락하겠다'고 안내해드린다. 작가가 다른 곳에 작품을 낸다고 하면 우리는 다 수락을 했다. '상 줄께 저작권 달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오해다. 우리가 저작권을 갖는 것이 아니고 저작권 제한도 하지 않는다. 다만 혼동을 막기 위해 다른 곳에는 내지 말라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고 의향이 있으면 그것을 막지는 않고 있다. 작가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학사상사는 일단 6일로 예정된 이상문학상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문제가 된 조항의 폐기 및 개정 여부를 논의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정 작가들이 상을 매개로 작가의 작품 발표를 막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상문학상의 권위에 큰 흠집이 남게 되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작가들이 최근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이고 이 작가들이 문화계의 관행에 정면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많은 문화인들이 '용기있는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술계에서 전시를 해주는 대신 거액의 참가비를 요구하고 문학상을 주는 대신 작품 발표를 유보시키는 그간의 관행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깨질 수 있을 지, 낡은 문화인들의 관행을 깨려는 젊은 문화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지 주목되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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