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깼다'는 영화노조, '형평 맞췄다'는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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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깼다'는 영화노조, '형평 맞췄다'는 영진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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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산업 근로 표준계약서 '초과수당 예외' 범위 놓고 갈등
노조 "'30억 미만'시 제작영화 80% 장시간 노동 방치, '10억 미만' 합의 깼다"
영진위 "양쪽 입장 다 반영해 게시, 1월 중 협의회 열 것"
표준계약서의 '초과수당 예외' 범위를 놓고 영진위와 영화노조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표준 근로계약을 지키며 화제가 된 영화 '기생충' 촬영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표준계약서의 '초과수당 예외' 범위를 놓고 영진위와 영화노조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표준 근로계약을 지키며 화제가 된 영화 '기생충' 촬영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기생충>만 유별난 것은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태프의 급여 등은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 한국 영화는 2~3년 전부터 정리를 해왔다.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강타한 영화 <기생충>은 스텝 모두가 주 52시간을 준수하는 등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영화를 찍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당시 봉준호 감독의 표준근로계약서 언급은 영화팬들의 찬사를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황금종려상 수상이 더 의미있는 이유는 '주52시간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영화 스텝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불편함'을 봉 감독이 감내했기 때문이다. 좋은 제작 과정이 훌륭한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라는 논평을 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 수정 게시된 '2020년 영화산업 근로 표준계약서'를 두고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이 '합의와 전혀 다른, 노동조건을 후퇴시킨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정 표준근로계약서는 12시간 초과시 통상시간급의 50%를 추가 가산해 지급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순제작비 10억 미만의 영화의 경우 예외로 두고, 계약 당사자간의 합의 또는 작품별 노사단체교섭에 의해 순제작비 규모를 30억 미만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순제작비 30억 미만의 영화들은 추가수당 지급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0월 영진위와 영화노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은 노사정 협의를 통해 10억 미만의 영화의 경우 12시간 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PGK가 초과수당 적용 예외를 순제작비 30억 미만으로 확대할 것을 영진위에 요구했고 영진위가 합의를 깨고 PGK의 의견을 수용해 30억 미만으로 늘렸다는 것이 영화노조의 주장이다.

영화노조 관계자는 "10억 미만 저예산 영화의 경우 법령을 지키기가 힘든 여건이라는 것을 제작자는 물론 노동자들도 공감했고 이를 바탕으로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진 것인데 영진위가 PGK의 입장만 반영해 노조와 상의 없이 개정을 하고 합의를 '협의'로 축소했다. 30억 미만까지 확대되면 제작되는 영화의 80%가 장시간 노동에 방치되는 것이다. 30억 미만의 영화도 '노사단체교섭'을 통해 예외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조가 양보했는데 수정안은 '계약당사자간 합의'라는 조건이 또 추가됐다. 절차도 내용도 다 후퇴했고 특정 영화업자단체의 의견만 반영됐다. 대형 제작사들도 20억, 30억 영화를 만드는 데 그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화노조는 ▲순제작비 10억 미만의 영화만 12시간 초과수당 지급 예외, 나머지 예외는 모두 삭제 ▲독단적 결정에 대한 영진위의 사과와 해당 표준계약서 게시물 삭제 ▲영화노사정협의회 즉기 개최를 영진위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양쪽의 입장을 다 듣고 만든 중재안"이라면서 "몇 가지 쟁점이 남아있지만 올초 영화 노사정 협의를 통해 보완할 것이며 다양한 방식의 노무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영진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영진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양쪽 입장을 충분히 듣고 중간자 입장에서 형평에 맞는 부분을 찾아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다.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장시간 촬영이 불가피한 경우가 존재하고 특히 작은 영화의 경우 열악한 촬영 환경에 추가수당으로 인해 제작비의 큰 부담을 느끼고 영화를 찍지 못할 수도 있다. 노조 측은 장시간 노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대부분의 상업영화는 주 52시간을 지키고 있고 하루 12시간 이상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가 입장을 밝혔고 PGK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하는데 정리해서 답을 줄 예정이고 1월 중에 협의회를 열 예정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쪽의 형평을 맞춘 것'이라는 영진위와 '특정 단체를 위해 합의를 깬 것'이라는 영화노조의 다른 주장이 1월 중으로 예정된 협의회에서 중재로 이어질 지 주목되는 가운데 밤샘 촬영 등 영화계에 아직도 남아있는 노동 관행을 깨는 노력이 선행되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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