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주고받는 '비하 발언', 진정성 의심받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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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현 기자의 시사브리핑] 주고받는 '비하 발언', 진정성 의심받는 여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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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장애인 비하한 이해찬, '사퇴 요구' 야당도 비하 발언 지속
'비하 발언=선거 패배'로 이어진 사례 존재
"소수자 비하 정당, 정책에 진정성 있을 지 걱정"
'선천적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선천적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더불어민주당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은 인물 영입은 물론 갖가지 공약으로 '소외계층을 챙기는 정당, 민생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말 한 마디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총선 정국에도 어김없이 여야를 막론하고 '비하 발언'이 오가고 있다. 

지난 9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없이 본회의에 직권상정된다면 '절름발이' 총리가 되어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주호영 의원의 '절름발이'라는 장애인 혐오 표현은 약자를 무시하는 것이며, 자신은 장애인과 다르고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고 한국당의 장애인지 감수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주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15일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씀'의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서 인재영입 1호이자 중도장애인인 최혜영 교수를 언급하며 "최 교수는 의지가 보통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선천적 장애인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와 의지가 좀 약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원래 자기가 정상적으로 살던 거에 대한 꿈이 있어 그들이 더 의지가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말을 했다. '의지가 약하다'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들을 폄하한 것이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18년 '정치권에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발언으로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대상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발언이 큰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역시나 한국당은 이날 논평에서 "이 정도면 삐뚤어지다 못해 부러진 인식이다.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배였다. 당 대표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인재영입을 한 들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판했고 새보수당은 이해찬 대표의 사과 및 사퇴를 요구하면서 "선천성 장애인들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그 삶의 의지가 얼마나 크고 고귀한 지를 최소 1,000시간 자원봉사하며 석고대죄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이들 역시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라는 발언으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 대상이 된 바 있다. 서로 '장애 인식'을 비난했지만 결론은 모두 다 똑같았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중증장애인 장향숙 의원, 한나라당이 시각장애인 정화원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고 2008년에는 민주노동당이 故 곽정숙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또 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3급 지체 장애인이며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영입한 인재 1호는 장애인인 최혜영 교수였다.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고 지금도 '인재 1호'로 꼽는 이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에 당사자들은 '과연 이들이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총선에서 비하 발언의 여파는 항상 있어왔다. 2004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70대들이 꼭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가 없다.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노인폄하' 논란에 휘말렸고 이로 인해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여파 속에서도 112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2016년 총선 때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외국인 학생들과 연탄배달 봉사를 하던 중 흑인 학생에게 "연탄 색깔과 얼굴 색깔이 똑같네"라는 말을 하고 "우리나라 이민 정책으로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한다"는 말을 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그리고 그 논란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패배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비하 발언들이 비판 속에서도 계속되는 것일까? 결국은 소수자들을 여전히 '부족한 사람, 자신의 밑'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뿌리박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은 불쌍하고 도와줘야하고 낙오자로 여기고, 자신의 일을 해내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사회의 변화를 아직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이들이 내세운 정책이 과연 진정성이 있을 지 걱정된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의 진단이다. 

'진정성이 없다', '결국 또 보여주기다' 변화하려는 정당의 모습은 이 한 마디에 무너지게 된다. 상대를 공격해야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수준 이하의 공격이다. 국민은 그 수준 이하의 집단에게 권력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를 생각해야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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