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이다훈 “옥련2동 공무원 갑질, 사복요원 실태 드러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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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인터뷰] 이다훈 “옥련2동 공무원 갑질, 사복요원 실태 드러난 사건”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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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회복무요원 대변하는 인권·노동단체 없어”
“옥련2동 갑질사태,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 드러내”
“병역제는 ‘불평등의 형평화’, 헐값에 청년 굴리기”
“청년 정치 참여 확대시켜 모병제 도입 추진해야”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천 옥련2동 공무원 갑질사건에 대해 “사회복무요원에게 얼마나 과도한 업무를 지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마스크 3만 여장을 혼자 소분하라는 것은 업무보조가 아닌 업무 자체를 전가한 수준이자 신체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사진=현지용 기자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천 옥련2동 공무원 갑질사건에 대해 “사회복무요원에게 얼마나 과도한 업무를 지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마스크 3만 여장을 혼자 소분하라는 것은 업무보조가 아닌 업무 자체를 전가한 수준이자 신체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사진=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이 병역의 의무를 질 때, 사회복무요원은 민간인도, 군인도 아닌 이중적인 신분으로 권리보장 없이 강제노동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마땅한 대변 단체조차 없는 가운데,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홀로 한국 병역제도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바라본 한국 청년과 병역제의 실상을 물었다.

아래는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사회복무요원의 처우 개선을 대변할 인권·노동·시민단체가 국내 전무한 가운데, 본인은 홀로 헌법소원을 내며 문제제기를 하는 등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

2016년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을 시작했다. 복무 당시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병무청은 소집해제를 시켜주지 않았다. 이 같은 부조리를 깊게 느낀 후,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해보고자 2017년 1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청구 전까지는 법적 지식이 전무했다. 어떤 구제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이에 대해 행동하지 않으면, 향후 몇 십년동안 다른 청년들도 저와 같이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을 것이라 생각해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의 사회복무요원은 5만여 명에 달한다. 많은 분들이 제 활동에 공감해주시나, 저와 함께 활동해주시는 분을 찾기란 어렵다. 20대 청년이 자기 권리를 구제할 능력을 갖거나 지식을 알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점이 병역제의 부조리에 대해 분노함에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작용한다. 또 병역제의 부당함에 대해 비판 또는 저항 없이 받아들이도록 만들기도 한다.

사회복무요원은 민간인 성격을 지님에도 병역법,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에 따라 1인 시위 등 정치적 발언 및 행위는 처벌 받는다. 영창제도 폐지가 추진되고 있음에도 사회복무요원은 연장복무 처벌로 최대 징역형까지 받는다. 이는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문제를 공론화하지 못하게끔 막는다. 이로 인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수준, 열악한 인권침해 상황이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될 수 있었다.

-‘옥련2동 공무원 갑질 사건’으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처우·인권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이를 ‘소수의견’이라 치부하거나, 강제노동을 일제 강제징용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옥련2동 갑질 사건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얼마나 과도한 업무를 지울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사회복무요원 혼자 마스크 3만 여장을 소분하라는 것은 ‘업무보조를 위해 투입한다’는 본연의 목적과 다른, 업무 자체를 전가한 수준이다. 신체적 약자에 대한 또 다른 인권침해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도입부터 잘못됐다. 1969년 사회복무요원제의 모체인 방위병 제도가 도입됐다. 병역제는 권위주의가 팽배하던 군부정권 아래 수립됐다. 그래서 강제노동에 있어서도 청년 노동을 착취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역사적으로 이어져왔다. 더욱이 제도란 한번 도입되면 관련법을 개정해야하는 등 폐지하기 매우 어렵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의 구성 연령대는 대체로 50~60대의 고 연령대다. 20~30대는 많아봐야 3명이다. 1%도 안되는 상황에서 청년 문제를 대변하는 이는 한국 대의 민주제 하에서 거의 없다.

교육제도도 그렇다. 서양의 경우 실습을 통해 참정권 교육, 주권의식이 갖춰진다. 이는 청소년의 주권의식 함양이 매우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반면 한국은 권위주의 기반으로 잘못된 점에 대한 비판적 시각, 저항 정신 함양보다 복종과 체제에 순응하길 강요하는 방식이다.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이러한 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회복무요원들은 공무원 등 근무지 직원으로부터 직무전가를 당한다. 이를 거부하면 폭언, 연장복무 처분을 받는 등 갑질이 팽배한 실정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생계유지 수준의 보상도 없이 일을 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착취이자 인권침해다.

반면 이들을 ‘병역면탈자’라 보는 선입견은 사회와 근무지 직원들에게도 미쳐, 이 같은 불합리함과 피해를 ‘소수의견’이라 보게 만든다. 옥련2동 갑질 사건도 단지 사회복무요원의 실태가 이제서야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강제노동이란 본질은 일제 강제징용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이 일제 또는 우리나라 정부에 의한 것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지적에도 ‘입영 기준 완화’, ‘현역병 선택권 부여’ 등 국방부의 병역 정책에 대해 “징병제의 불합리성을 개선·해소하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불합리하도록 하는 ‘불평등의 형평화’”라며 “병역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청년을 굴리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자 사람을 존중하는 의식자체가 없는 ‘꼰대’ 정신”이라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지적에도 ‘입영 기준 완화’, ‘현역병 선택권 부여’ 등 국방부의 병역 정책에 대해 “징병제의 불합리성을 개선·해소하려는 것이 아닌, 모두가 불합리하도록 하는 ‘불평등의 형평화’”라며 “병역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청년을 굴리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자, 사람을 존중하는 의식이 없는 ‘꼰대’ 정신”이라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청년인구 감소,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지적에도 정부는 ‘입영 기준 완화’, ‘현역병 선택권 부여’ 등으로 징병제 시스템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병역제도에 있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란 무엇이라 보나.

국방부가 염려하는 것은 병력 동원 인원의 감소다. 현재 현역병 인원은 68만명에 달한다. 국방부는 오는 2022년에는 5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반면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병력편제, 군 개혁이 아닌 이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입할 수 있는 현역병·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합당한 임금 지급 및 모병제 도입을 위한 단계적 추진방안 설계가 필요하다 본다.

병역제 아래 모든 청년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병역을 강행 당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그 책임을 자신이 아닌, ‘병역면탈’이라는 편견으로 사회복무요원에게 향하도록 한다. 이것이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던 이유다. 징병제의 불합리성을 개선·해소하려는 것이 아닌, 다른 아픈 청년들에게 분노로 전가시켜 모두가 불합리하게 만드는, ‘불평등의 형평화’라는 매우 나쁜 정치다.

사회복무요원은 근무지의 인력 요구에 따라 투입된다. 그렇기에 “사회복무요원 없이는 근무지를 운영할 수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자신들의 편리를 추구하고자 업무를 전가시키도록 방치하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그 자체로 직무태만을 일으키는 사라져야 할 제도다.

병역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청년을 굴리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의식 자체가 없는, 청년의 고통을 이해할 의지가 없는 ‘꼰대’ 정신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군에서도 간부들의 병사 사역 등 노동착취, 보상 없는 사고 피해, 위수지역 상인들의 현역병 바가지 같은 사기행위 등으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사회복무요원 실태 및 군 내 부조리 등으로 병역제도에 대한 청년 남성층의 인식이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본인이 바라본 한국 청년 남성층의 여론이란 무엇인지.

모든 한국 청년 남성은 병역을 이행하고 국가차원의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분노와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정부도 알고 있다. 여기에 정·재계 자제들의 병역비리 문제도 겹쳐, 대다수의 남성은 병역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나마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라는 과거의 선입견도 오늘날 SNS 등을 통한 공론의 장으로 의식이 바뀌게 됐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모병제 도입의 실현 가능성과 여론의 인식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없지 않다. 모병제를 운용하려면 병사 1인당 월 25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다고 가정할 때, 단순계산으로도 1년에 15조원이 필요하다. 결국 그로 인한 부담은 세수증가, 조세부담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부담은 차기 총선·재선 등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권 어느 누구도 이러한 부담을 안고 싶지 않아, 국회에서도 제대로 된 논의를 이루지 못하게 한다. 사실상 비용의 문제이자 기득권의 문제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년 실업문제가 큰 상황에서 모병제를 시행할 때 얻는 일자리 창출효과를 설명한다면 국민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금 징병제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은 지난해 기준 1조7000억원이다. 국방예산 47조원의 3.7% 수준이다. 올해 사병 보수 인상을 계산해도 4.8%에 이르지 못한다. 이는 국방예산 중 사병 보수에 투입되는 비중이 굉장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현역 장병과 청년에게 ‘마땅히 받는 것’이라는 당연한 노동의식, 주권의식을 갖게 해준다. 올해 7월 21대 국회가 시작되고, 12월부터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때 모병제 전환문제를 공론화시킨다면 범국민적인 새 병역시스템 도입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모병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비용문제라는 판단과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도 있으나, 사병 보수는 전체 국방예산 중 4%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청년 실업문제를 일자리 창출효과 시각으로 보고, 합당한 보수 지급을 통해 주권의식을 갖추도록 하면 올해에 모병제 공론화 논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이다훈 강제노동청산위원회 위원장은 모병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비용문제라는 판단과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도 있으나, 사병 보수는 전체 국방예산 중 4%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청년 실업문제를 일자리 창출효과 시각으로 보고, 합당한 보수 지급을 통해 주권의식을 갖추도록 하면 올해에 모병제 공론화 논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현 시민사회에서 청년 남성층에 가장 화두인 키워드는 ‘공정’이다. 반면 이에 대한 요구 및 가치 보존은 페미니즘, 극우, 광신적 추종 등 극단적인 사상에 의해 묵살·훼손되고 있다. 한국 병역제도에 비춰볼 때 어떠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지.

극우의 경우 개인의 인권보다 국가-전체의 이익을 중시하기에, 개인은 ‘신성한 병역제도’에 의해 희생돼도 문제없다는 의식이 크다. 극단적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다”는 ‘그들만의 불합리함’을 개선·해소하는 것이 아닌, 증오·분노로 파괴하는 폭력적인 경향이다. 이로 인해 병역제도가 인권침해적라는 비판도 무조건적인 성 갈등 구도로 놓고 격하시킨다.

최근 현 정부 등 특정 정파와 지도자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문제도 이와 같다. 제가 SNS를 통해 현 정부를 비판하면, 무조건적으로 비판 대상을 옹호하고 저를 비난·협박하는 댓글을 받는다. 과거 지역주의가 무조건적인 추종의 뿌리로 나타나, 지난 10년 간 민주화 정권이 잡지 못한 권력을 수호하려는 의지로 강해졌다. 이 때문에 병역제도와 관련된 정당한 비판과 견해마저 적대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경향도 크다.

-청년 남성층의 시민활동과 정치 참여가 향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는지.

정부의 청년정책 수립에 청년이 많이 참여해야한다. 지난해 12월 청년기본법이 통과됐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청년정책추진위원단이 구성되고, 청년이 정책 수립에 참여함으로서 협력 거버넌스가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국회에도 청년 남성층의 진출이 많이 이뤄지도록 청년 정치인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반면 이를 위해 피선거권 연령을 낮춰 청년 대표성을 높이라는 헌법소원은 지금까지 6차례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외면당했다. 헌재는 ‘만 25세 이하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병역·납세의무를 완전히 이행했기에는 부족한 나이’라고 결정 내렸다. 이를 이유로 한 공무담임권 제한은 연령 차별주의일 뿐만 아니라,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는 국민’이란 위험한 판단이기도 하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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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희 2020-01-23 07:11:23
좋은글 잘 읽었어요
청년일자리와 모병제가 감명깊었습니다.
아들 둘을 군대보내는 엄마들
억울해 합디다. 딸만있는 엄마한테 억울해 하기도 하지요
시대가 바뀜으로 각종제도도 바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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