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사마천의 한탄이 예사롭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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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사마천의 한탄이 예사롭지 않는 이유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2.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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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仁義)에 위배되면 왕의 자리까지 박차는 정신 필요
독선과 낭만적 이데올로기 일렁대며 특정 주장만 활개
주장환 논설위원
주장환 논설위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백이·숙제는 은나라 고죽국의 왕자였다. 아버지가 죽은 뒤 서로 후계자가 되기를 사양하다가 끝내 두 사람 모두 나라를 떠났고 가운데 아들이 왕위를 이었다. 그 무렵,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의 주왕을 토멸하려 하자 두 사람은 인의(仁義)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무왕이 화가 나 이들을 죽이려 하자 강태공이 나서서 “이들은 의로운 사람들 입니다”하고 말렸다. 두 사람은 목숨을 건졌으나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 굶어죽었다.

두 사람 모두 한 나라의 왕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며 한 인생 유감없이 살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정하고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해서 왕이라는 자리조차 받지 않았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천도(天道)는 공평 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을 든다”고 했다. 그러나 백이·숙제 같이 의롭고 어진 사람들이 이런 고난을 당하다 굶어 죽었다. 또한 공자의 제자 안연은 공자가 찬탄할 정도로 착하고 어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평생 가난에 찌들려 살다가 요절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오로지 악행만을 저지르고도 죽을 때까지 잘먹고 잘살며 부귀가 자손 대대로 끊이지 않기도 한다. 이와는 달리 정당한 땅을 골라서 딛고 정당한 발언을 해야 할 때만 말을 하며, 항상 큰 길을 걸으며 공명정대한 이유가 없으면 화를 내지 않고 언제나 신중하고 올곧게 행동하면서도 재화(災禍)를 당하는 일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천도라는게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참으로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사마천의 한탄이 예사롭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정의는 권력을 쥔 자가 말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국가는 특정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소유하는 개별물로 전락해 버렸다. 권력의 사유화 현상은 갈수록 노골적이다. 메마른 땅을 적실 풍요로운 논쟁은 사라지고 독선과 낭만적 이데올로기가 일렁댄다. 반대하는 사람은 좌표에 찍혀 옴짝 못하고 특정인의 주장만이 활개를 친다. 각종 위원회는 목소리 큰 친(親) 정부 인사들이 자리 잡고 일방적으로 몰아간다. 따스하고 역동적인 피가 순환돼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는 민주적 절차는 사라져 버렸다. 시중 사람들은 ‘이 나라는 성골만 있고 진골도 없다’며 수군댄다. 마치 혈연집단 같다.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착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건 대통령의 편에 서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일인 줄 몰랐다. 취임사에서 “지지하지 않는 분도 섬기겠다”는 다짐은 허공장천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나라는 한 특정 이념을 가진 집단의 것이 아니다. 5천만 민족이 해방 이후 70년 넘게 다지고 또 다져온 나라다. 모든 국민들의 나라인 것이다. 그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아들, 딸 잘 키우는게 행복인 소시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한 쪽 편만 든다면 올곧은 지도자가 아니다. ‘이것이 있어야 저것이 있고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도 사라지는 법(반야심경)’이오, ‘있고 없음은 서로 상대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도덕경)’이라 했거늘 업(karma)만 자꾸 쌓이니 그저 빌고 빌 뿐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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