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종 코로나’ 에 타격받은 제주, 텅 빈 바오젠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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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종 코로나’ 에 타격받은 제주, 텅 빈 바오젠거리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2.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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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 일시 정지' 다음 날, 눈에 띄게 텅 빈 바오젠 거리
화장품 멀티숍 “관광객은 물론, 도민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무사증 일시 정지, 일각에서는 환영 '외국인 범죄 줄어들 것'
통행인이 눈에 띄게 줄어든 한 낮의 바오젠거리. 사진= 오영주 기자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바오젠 거리는 '제주 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상징적인 곳이다. 2011년 중국에서 보건제품을 판매하는 바오젠그룹이 우수 직원 인센티브 여행 취지에서 제주에 1만1000여 명을 보내자, 제주시가 화답으로 연동 거리에 기업 명칭을 붙여 ‘바오젠 거리’가 탄생했다. 

현재는 누웨마루거리로 이름을 바꿨으나, 여전히 이곳은 중국인들을 겨냥한 상권이 자리잡고 있다. 상점 곳곳에는 중국어로 된 안내판이 붙어 있고, 중국인 점원들도 대다수다. 북적이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마치 외국이나 '차이나타운'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이곳의 통행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인뿐아니라 도민들 역시 쇼핑과 미팅을 위해 자주 찾던 곳이었으나, 바오젠거리는 낮에도 밤에도 북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갔지만, 느긋하게 관광을 즐기기 보다는 마스크를 쓰고 바쁜 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저녁 술 약속으로 붐벼야 하는 바오젠거리가 텅 비어 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마스크를 쓰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한 시민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기자가 바오젠거리를 찾은 5일(수)은 ‘외국인 무비자 제주 입국 전면 일시중지’가 시행된 다음 날이기도 하다. 제주 무사증 입국제는 비자없이 제주에 도착해 최장 30일까지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지만, 지난달 무사증 제주 관광객인 중국인 A(52, 여)씨가 귀국 후 우한폐렴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무비자 제주 입국 전면 일시중지’가 4일(화) 0시부터 전면 시행됐다.

무사증 도입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영향을 미쳤던 제도다.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하는 외국인 중 약 98%가 중국인이었으며, 무사증(무비자)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79만여 명이었다. 

그러나 제주 무사증 일시중단 첫날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달랑 156명이었다. 제주도는 무사증 입국제도가 일시 중단됨에 따라 올해 전체 중국 관광객의 74%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텅 빈 바오젠 거리는 이러한 여파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오젠거리는 공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어 위치적으로도 입출국자들이 관광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중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화장품 매장들도 텅 빈 것은 마찬가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파격 할인을 진행하던 한 화장품 멀티숍의 대표는 “중국인에게 국내 화장품이 인기가 많아 몇 달 전 신규 오픈 했는데 관광객은 물론, 도민들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았던 화장품 매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마스크를 쓴 중국인 점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일각에서는 무사증 전면 일시 중지가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무사증'으로 인해 비자 발급 절차 없이 입국심사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외국인 범죄 역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만해도 무사증을 악용해 중국인 불법 취업을 알선한 무등록 업자들이 징역형에 처하거나, 무사증으로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이 성당에서 기도 중이던 한 60대 여성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등의 범죄가 보도된 바 있다.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다른 지역으로 불법 이동시키는 등의 범죄 행위도 빈번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도내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1만4207명으로 파악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제주 경제를 고려하면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도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제주도가 정부에 건의했고 긴밀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단이다”고 밝힌 바 있다. 

신종코로나로 인해 일시 중지된  ‘제주 무사증’은 명암이 분명한 제도였다. 그만큼 이번 조치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인 제주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빠른 시일 내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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