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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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는 종이 한 장 차이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2.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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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자칫 취약하거나 위기에 처하기 쉬운 결함을 많이 안고 있는 체제다. 민주정에서 이상적인 체제란 불가능하다. 고대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의 원형을 찾을 수 있지만 현대 민주주의 체제는 오래 된 것이 아니다.

현대 민주주의 이념은 1800년대에 이르러 발전됐다. 현대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현한 미국은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전쟁이 발발한 뒤부터다. 미국 독립전쟁(1775~1783)은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유명한 슬로건으로 상징화됐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영국의 가혹한 세금 요구에 반발하며 독립 열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립은 세금 거부가 주된 원인이었다. 이러한 경제적 요구는 정치적 독립으로 이어졌다. 미국인들의 조세 범죄에 대한 가혹한 처벌도 세금 문제에 민감한 독립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출현과 자본주의 시장 경제 출현은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왔다.

현대사회를 형성하는 민주주의 체제는 외형적으로는 간단하다. 생각건대 민주주의 개념은 누구나 1인 1표 참정권과 민주적 원칙에 따른 다수결의 원칙, 국가에 속한 모두의 동등한 자유 실현으로 규정할 수 있다. 자유 실현이라 함은 사상과 종교의 자유, 표현과 언론의 자유, 정치적 단체나 노동조합 가입의 자유 등을 말한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상당한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이기도 하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친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결정을 내세워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쳤더라도 국가의 개입으로 사유재산을 징발한다면 개인의 자유와 사적 영역을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는 늘 긴장이 흐르고, 지나친 국가의 개입은 자유라는 민주적 질서와 기반을 위협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들어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만한 결정이 대한민국 정부 조직에서 발생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고위 공직자 등 13명의 선거개입 공소장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다. 현직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 공직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차대한 사건이다. 법무부가 하는 일의 첫째가 법질서 확립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자유선거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 자유로운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핵심 의의를 위협한다는 점에 있어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통치를 의미한다. 당연히 이 사안에 대해 국민과 국회는 정보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구나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공소장 비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추 장관의 방침에도 이틀 후인 지난 7일 동아일보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A4용지 71장 분량 전문인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자유선거를 침해하는 행위는 단호하게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여당의 이상과 이익의 정도에 따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민주주의로 향한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로 규정했으며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다. 하지만 촛불혁명에 가려진 뒷면에는 운동주의(movementism)정치의 유산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또한 대중 민주주의 만연으로 이어진다. 대중의 힘을 동원한 민주주의는 정치와 정치인을 이류로 만들 위험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를 보더라도 일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민주주의에는 권리와 책임이 동시에 따른다. 국민, 정치인 모두 이를 지켜야 민주주의라는 허약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법을 지키는 책임과,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것이 법치주의의 원칙이다. 이를 등한시 한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부패한다.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은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 최고권력 기관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직무수행을 했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큰 사안이다.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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