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임금, 과중한 업무' 프리랜서 PD의 '극단적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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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임금, 과중한 업무' 프리랜서 PD의 '극단적 선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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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14년 근무 이재학PD "억울해 미치겠다" 말 남겨
과중한 업무에도 적은 임금, 인건비 인상 요구하자 "프로그램 하차"
계약서 쓰지 않아 노동자 인정 못 받아, "일부러 계약서 안 쓰려는 사업자 아직 많다"
지난 4일 프리랜서 PD의 극단적 선택으로 프리랜서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자 인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사진=시사주간 DB
지난 4일 프리랜서 PD의 극단적 선택으로 프리랜서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노동자 인정'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왔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4일, 프리랜서 PD 이재학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다. 억울해 미치겠다"라는 말이 이PD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2004년 청주방송(CJB)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PD는 스튜디오 촬영, 회의, 편집 등 프로그램 연출 업무는 물론 사업보조금과 관련된 중요 행정 업무, 정규직만이 할 수 있는 중계차, 부조정실 업무도 담당해야했다.  이 때문에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4년간 일을 했음에도 그의 월급은 한 달에 140~160만원 정도에 불과했고 청주방송은 이 PD와 고용계약서, 용역계약서 등을 쓰지 않았다.  결국 이 PD는 2018년 4월 청주방송에 인건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청주방송이 그에게 한 답은 '프로그램 하차'였다. 

이 PD는 그 해 9월 청주방송을 상대로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 1월 청주지방법원은 "청주방송으로부터 지휘 및 감독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수적 업무 범위 내의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이 PD의 소송을 기각하고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주었다. 청주방송이 이 PD와 계약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로 인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재학 PD는 항소를 했지만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끝을 내고 말았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현실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인권단체, 언론단체 등은 잇달아 성명을 내고 이 PD의 극단적 선택이 '프리랜서 직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주고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면 해고시키는 청주방송의 행태와 방송 노동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고 사측의 편을 든 청주지방법원의 공동범죄'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계속 이어지자 청주방송은 지난 7일 "이재학 PD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방송사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재학 PD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고 진상조사 및 비상대책위원회 마련을 약속했지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방송계, 문화계에서 프리랜서, 비정규직 근무자에게 낮은 임금을 주면서 정직원의 업무 등을 떠넘기는 등의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일은 어제 오늘 지적된 일이 아니다. 여기에 회사가 프리랜서에게 계약서를 쓰게 하지 않아 착취를 정당화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생기고 있다. 계약서를 못 쓴 이들은 나중에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으려해도 법원이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 이번 청주방송과 이재학 PD 사건이다. 

문화예술노동연대 관계자는 "문화산업계를 보면 착취를 쉽게 하기 위해 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고 스탭들이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대법원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지만 노동을 했다는 점이 인정되기에 노동자가 맞다'는 판결이 나왔고 이를 통해 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많이 확산됐는데 청주지방법원의 판결은 그 흐름을 완전히 거부한 것이다. 사실을 확인해보면 지시를 받고 일한 부분이 충분이 입증되는데 계약서가 없다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계약서 없음, 낮은 임금, 고용보험 무적용이 프리랜서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다. 계약서를 안 쓰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계약서를 일부러 안쓰려하는 사업자도 많다. 작가 등의 경우에는 대부분 단기 계약인데 2~300만원 정도 받는다면 정말 많이 받은 것이고 3개월 단기라고 하면 3개월간 번 돈으로 버텨야한다. 다른 직종은 근로가 인정되어 실업급여가 지급되지만 문화 쪽은 그게 안 된다. 예술인복지법이 나왔을 때서 '고용보험 적용'이 원래는 포함되었는데 고용부와 기재부가 모두 막아버렸다. 복지법이 제정되어도 프리랜서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프리랜서의 활동들을 노동으로 인정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예술인복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5일에는 '창작준비금,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참여 예술인 2배 이상 확대', '예술인 학부모, 어린이집 신청시 예술활동증명서로 증빙', '서면계약 작성 위반시, 신고 상담 및 구제조치 지원' 등 복지 정책을 확대한다는 문체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들은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프리랜서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노력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적으로 안전한 환경과 처우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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