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용 차별' 청각장애인, 법원 '불합격 인정'에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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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임용 차별' 청각장애인, 법원 '불합격 인정'에 항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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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여주시청, '시간 연장' 편의제공 없었고 장애 강조하는 질문으로 탈락"
여주시청 "전화 등으로 '시간 연장' 공지했지만 신청 안 해, 법원 판단 지켜보겠다"
"직무능력 알아본다며 '의사소통 여부'만 묻는 것 자체가 편견" 지적도
여주시청. 사진=여주시
사진=여주시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공무원 면접에 응시한 청각장애인이 "응시했던 여주시청이 '면접시험 시간 연장'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직무수행 능력보다 장애를 강조하는 질문을 계속하는 등 차별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불합격한 청각장애인은 법원에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청각장애인은 즉각 항소했다.

2018년 청각장애인 A씨는 제1회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A씨는 전혀 소리를 듣지 못하고 구어(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입으로 말하는 것)를 사용하고 있으며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다.

그러나 면접시험에서 A씨는 면접위원 3인 전원으로부터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에서 '하'를 받아 추가 면접시험을 치뤘고 추가 시험에서도 동일한 항목에서 '하'를 받아 최종 '미흡' 판정을 받고 불합격 처리 되었다.

그러나 A씨는 절차상의 문제와 면접위원의 '차별적 질문'에 문제가 있었다며 면접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일반적으로 수어나 문자(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 '통역'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무원 임용시험에서는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면접시험 시간 연장'을 제공하고 이를 사전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으며 면접위원에게 응시자의 장애특성을 사전에 고지하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여주시는 '면접시험 시간 연장'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제도를 잘 몰랐던 A씨도 사전에 신청을 하지 못하면서 A씨는 다른 비장애인 응시자와 같은 시간 동안 면접시험을 치렀다. 또 면접위원들에게 장애특성을 '대화 및 수화 불가능'으로 안내해 원고가 수어를 하지 못하고 대화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또 면접위원들은 A씨에게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집, 학교에서의 의사소통 방법', '장애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있었던 경험' 등을 물었고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을 SNS를 통해 하겠다는 A씨의 답변에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를 물었다. 즉, 면접위원들은 직무수행과 관련된 직무능력, 의사 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방식'을 문제삼아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보여줬다는 주장이다. 

A씨는 불합격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원고가 '무난하게 면접을 치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고 그 외에 피고(여주시)가 원고에게 시간 연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 원고의 장애에 대해서는 현 상태를 설명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질문들은 전체적인 맥락에서 '원고가 장애를 극복한 경험이나 직무에서 요구되는 여건이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차별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패소 판결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2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항소 제기 기자회견에서 "모든 면접위원이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항목을 '하'로 평정할 만큼 답변을 잘못하지 않았고 최초 면접에서는 평정요소 중 2개 이상을 '하'로 평정한 위원이 한 명도 없었고 추가 면접에서는 한 명이 있었지만 오히려 나머지 두 명이 평정요소 중 2개 이상을 '상'으로 평정했다. 지난 5년간 면접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던 사람 26명 중 23명은 면접위원 과반수가 평정요소 중 2개 이상을 하로 평정한 전례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또 "면접시험을 시행하면서 장애인 편의제공 안내 및 편의제공 신청 기회 등 기본적인 안내와 절차도 이행하지 않았는데 판결문에는 '흠결이 있으나 경미하다고 본다'고 판결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제게는 인생이 달린 큰 문제인데 어떻게 경미하다고 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주시청 관계자는 "공지가 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사전에 전화통화 등으로 연락을 해서 다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접위원은 전문가나 직무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을 외부에서 기용하고 있으며 공무원은 면접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질문을 했는지를 우리가 알기는 어렵다. A씨가 사전 공지가 되지 않았다고,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소송을 한 것인데 법원이 A씨의 주장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본다. 2심이 아직 남았기에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최현정 변호사는 "A씨가 시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장애 특성을 고려한다면 시청이 제공을 해야하는 것이 맞다. 의사표현의 정확성, 논리성을 묻는 것이라면 문자든 수어든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하는건데 소통방식을 계속 물었다는 것은 결국 장애를 확인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에 차별로 보는 것이다. 의사소통이 필요한 업무라면 근로지원인(중중장애인 근로자에게 보조인력을 제공해 부수적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제도) 제도를 이용하면 되고 이를 사용할 의무는 엄언히 시청에게 있다. 굳이 대민업무만 시킬 것이 아니라 장애를 고려한 직무 배치를 해도 되는 일이다. 면접관들이 압박면접으로 차별적 발언을 일삼는데 그것을 시정하지 않으면 장애인 채용차별을 막기가 불가능하다. 법원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당사자의 장애 특성을 얼마나 고려하냐의 문제인데 활동지원, 근로지원인 등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각하지 않고 의사소통 여부를 중심으로 물어봤다는 것은 결국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질문한 것이다. 이는 당사자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줄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선입견, 장애 감수성의 부족이 이번 문제를 야기했다고본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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