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유언방식도 법률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유언의 효력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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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유언방식도 법률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유언의 효력이 있나요?
  • 이호종 변호사
  • 승인 2020.02.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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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Q. 전 부인과의 사이에 자녀 셋을 둔 甲은 황혼의 나이에 乙과 재혼을 하였습니다. 자신이 암이 걸린 사실을 알게 된 甲은 스마트폰 동영상 녹화기능을 이용해 유언을 남겨두기로 마음먹고 ‘재산의 반은 乙에게 주고 나머지 재산은 세자녀에게 똑같이 배분한다.’는 영상을 홀로 찍어 보관해 오다가 2년 뒤 스마트폰 유언의 존재를 밝히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甲의 자녀들은 재산의 절반을 乙에게 줄 수 없다며 甲의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4차 혁명시대의 도래로 쇼핑, 금융 거래, 건강 진단 등을 스마트폰 하나로 간소화시켜 편리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시대에서, 乙은 스마트폰 영상이 합법적인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다고 맞서고 있는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A. 자신이 평생 모으고 지켜온 재산이기에 사망하면서 그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줄 지에 대해서는 사망하는 사람의 의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상속은 당사자의 이러한 의사, 즉 유언에 따라 재산이 분배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언은 자신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단독적 의사표시로서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진 유언이 효력을 가집니다.

우리 민법은 유언을 엄격한 요식행위(要式行爲)로 보아 법률에 규정된 요건들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유언 자체를 전부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설사 망인(亡人)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민법상의 요건과 방식에 어긋나는 유언은 무효로 보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대법원 2008.08.11. 선고 2008다1712 판결).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1065조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그 절차와 형식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甲의 사례처럼 스마트폰에 의한 녹화는 유언의 방식 중 녹음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6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한다.’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녹음하여야 하고, 유언자의 성명과 녹화날짜도 포함시켜야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 녹화 화면에는 반드시 1인 이상의 증인이 등장해 자신의 성명과 피상속인과의 관계를 밝히고 유언이 정확함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이때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및 그의 배우자와 직계혈족은 증인이 되지 못합니다. 이러한 요건을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유언은 무효가 됩니다.

甲과 같이 스마트폰으로 녹음하거나 녹화를 하면서 유언을 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다른 사람들이 유언의 내용을 알지 못하게 증인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녹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인 유언이 많습니다.

유언이 법적으로 무효이던 유효이던 간에 상속인들이 유언의 내용에 따라 재산을 분배하면 아무런 법률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상속인들간에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분쟁이 발생한다면 법적분쟁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후에 상속인들간 분쟁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재산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확실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합니다.

극단적 재산분배에 따른 일부 상속인들의 배제를 막기 위해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어서 상속지분의 절반 정도는 보장받고 있으므로 일정 부분 상속인의 권리는 지켜지고 있습니다. 사례의 경우 유언의 효력이 없으므로 乙과 전처의 자녀들은 그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을 받게 됩니다. SW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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