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기생충'도 키울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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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기생충'도 키울 만하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2.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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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상 수상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AP
9일(현지시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상 수상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AP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그 어마어마한 오스카상을 우리나라 영화가 받았습니다. 각본상만 받아도 기뻤는데 감독상에 작품상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각본상을 받았다는 것은 작품의 뼈대를 잘 구성했다고 인정받은 것입니다. 근데, 영화 보기 전, 외국인들이 ‘멋진 이름 놔두고 영화 제목이 지저분하게 <기생충>이여?’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래 ‘나성에 가면...’을 들으면서 첨엔 나성과 로스앤젤레스를 다르게 안 것처럼 오스카상과 아카데미상도 별도 상인 줄 알았습니다. 하하! 아카데미상 주관기관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이죠. 거기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마거릿 헤릭이 트로피를 보고 ‘어머 저 트로피, 용돈 잘 주는 울 삼촌 오스카를 닮았네’라고 말한 뒤부터 오스카상으로도 불리었다고 하죠.

국내 대종상이나 뭐 그런 상에서 주는 트로피가 제 얼굴과 비슷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어, 영화극본 쓰고 싶어 평생을 낑낑댔으나 단 1편도 영화화 시키지 못한 3류 작가 김재화와 닮았네”라고 해주신다면... 푸하하하!! 농담인데 무슨 소릴 못하겠습니까!

상을 못 받고 침만 그것도 속으로 흘리던 때는 우리도 아카데미상을 '콧대 높은 백인들의 잔치', '세계서 가장 보수적인 영화상'...이라며 신포도로 여겼을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인 아닌 아시아 감독과 아시아 배우들이 만들어낸 외국어 영화에 상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보기 좋게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것도 <기생충>이라는 폼이 안 나는 제목의 영화가요.

각본상을 받는 순간 떠오른 과거가 있습니다. 소년 시절부터 그토록 영화를 좋아했고 기어이 대학도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간 제가 ‘영화각본’에 얼마나 관심이 컸겠습니까? 방송 코미디극(‘유머1번지’ 등)을 쓰는 내내 연극 희곡과 영화시나리오 욕망도 당연히 있었죠.

그러나 창의적 영감도 약하고, 글발도 탁월치 못하고, 무엇보다도 게으르면서도 바빠 시간조정에 둔한 상태로 사느라 결국은 남의 영역이라 여기고 있던 어느 날 두 감독으로부터 영화각본을 써보라는 제의를 덜컥 받았습니다.

'영화각본 글삯에 비하면 방송원고료는 쨉도 안 된다'는 말에 머리가 아닌 몸부터 확 달아올랐습니다. 죽자 사자 썼죠. 물론 코미디였습니다. 하나는 가족 이야기에 코믹 요소를 넣은 건데, 비빔밥에 참기름이 과도하게 들어간 듯했고 다른 하나는 무조건 야하게 웃기는 거였습니다. 바다낚시 민물낚시 서로 특성 있듯 방송코미디가 바로 영화극본이 되지 않아 뇌가 엄청나게 고생을 했습니다. 하지만 쓰면 글이지요. 

드디어 김재화 작 영화시나리오가 세상에 짠~!! 짠!! 극장 몇 군데에 걸렸고, 몇 만 관객이 들었냐고요?

ㅠㅠ 머릿속이 수박 속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 허연 뼈다귀가 보일만큼 다 짜냈는데, 아~ 극본 탓인지 감독 탓인지 제작여건 탓인지 아님 총체적 운 탓인지 영화로 찍혀보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몇 편이 제 서재 구석서 코를 박고 긴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 원고들은 이름만 겨우 영화각본입니다.    

“봉씨가 미국 성이냐?!? 우리나라서 희귀 성씨를 말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수가 있죠. 그럴 때 뭐라 하나요? “가씨가 왜 없어? KBS 예쁜 여자 아나운서 중 가애란이 있잖아!”, “궉씨? 인라인스케이트 했던 운동선수 궉채이가 있어!” 하죠.

팽씨는 개그우먼 팽현숙으로, 피씨는 수필가 피천득으로 설명되듯 앞으로 봉씨를 말할 때 제1의 인물은 영원히 봉준호 감독이 될 것 같습니다. “봉씨를 처음 봤다니! 봉준호 감독의 봉은 미국 성이냐!!!!” 혹 다른 봉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몰라도요. 아참, 영화감독 중 봉만대라고 감독이 한 분 더 계시긴 합니다.

어쨌든 <기생충>의 쾌거는 봉씨 가문 아니 우리 전국민들에게 경사요 영광이며 코로나바이러스 소식 말고 다른 핫뉴스이며, 유권자들에게 기생하려는 정치꾼들에게 가히 일침을 가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이 연사 목 놓아 외칩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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