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법 무너뜨리는 국회, '다양성'은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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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법 무너뜨리는 국회, '다양성'은 물 건너가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2.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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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손혜원TV'를 통해 '진보 계열 비례정당 창당'을 주장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 사진='손혜원TV' 캡처
유튜브 '손혜원TV'를 통해 '진보 계열 비례정당 창당'을 주장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 사진='손혜원TV'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여권에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 진보 계열의 '비례정당'을 창당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진통 끝에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를 정치인들 스스로가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은 피할 수가 없어 보인다.

지난 20일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지금 (미래통합당) 무리들이 비례대표 당을 만들었지 않나, (진보도) 만들지 않고 그냥 있을 수 없겠다 싶었다. 민주당이 민주당 지지자를 섭섭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서 악성 프레임에 씌워서, 그 북소리에 맞춰 춤추는 민주당을 보면서 이렇게 가선 안되겠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들을 위한, 그야말로 시민이 뽑는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비례정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또 이번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가 꼼수 정당을 만들었는데 진보는 가만히 앉아서 당할 거냐? 극단의 선택까지도 당에서 고려해야한다"면서 비례정당 창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관련 질문에 대해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보수 야당의 꼼수 정치의 폐해에 대한 대응을 하자는 거다. 꼼수는 원칙을 이기지 못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선거는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고, 그런 비상 상황이 만약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 블록 전체의 문제"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우리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정통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의병이라고 여기저기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건 우리 입장이 아니다. 선거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또 민병두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금 미래통합당처럼 비례 공천을 하나도 안 해야만 위성정당의 의미가 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블가능하다. 위성정당을 만들면 표가 분산돼서 실제 효과를 계량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렇게 되면서까지 자기논리를 허물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안 맞고 계산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물론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야한다는 주장은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애초에 미래통합당이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미 룰이 깨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게다가 미래한국당이 비례에서 20석 이상을 가져갈 경우 원내 1당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보수 야당의 국회 점령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위성정당 창당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민주당 내에서는 '위성정당 창당 불가'가 당론이지만 '지지자들이 세운다고 하면 막을 수 없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정당 창당은 굉장히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하시겠다고 할 때 우리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선거법의 원래 취지는 비례의원을 늘려 다양한 정당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가 있었다. 비례의원들이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 혹은 노동자, 농민, 청년 등을 대표하는 이들이 들어오는 것이니만큼 이들의 자리를 늘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장이 실현되는 국회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번 선거법이었고 그렇기에 국민들도 선거법 개정을 찬성했다.

그러나 이런 선거법을 스스로 깨고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그에 맞서는 위성정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미래한국당'이라는 정당이 만들어진 것부터가 법의 취지를 무너뜨린 것이었고 '법을 무너뜨린 이들과 신사적인 대결을 한다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진보 위성정당' 창당에 힘을 싣고 있다. 법을 어긴 이들과 맞서 싸우려면 결국 우리도 법을 어겨야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법을 스스로 어겨야하는, 그래야 이길 수 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정말 씁쓸한 지금이다.

이렇게 되니 결국 이번 선거도 '새로운 인물, 새로운 세력의 등장'보다는 '진영 논리'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진 분위기다. 20대 국회가 최악이었다고 여기저기서 말하고 있지만 구태의 반복은 21대 국회 역시 '최악'으로 만들 뿐이다. 기득권으로 가득한 우리 정치는 여전히 약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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