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할 거라 생각마라”...中 ‘낚시 사이트’에 해킹·살해협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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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전할 거라 생각마라”...中 ‘낚시 사이트’에 해킹·살해협박②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3.01 15:13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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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서 중국발 여론조작 ‘차이나게이트’ 논란
中 금기 사이트 ‘낚시’에 살해협박 메일 “동포들이 화난다”
“中 접속자만 500명...코로나 사태에도 친중·친정부 여론”
‘접속하면 죽는다’...中 온라인 공포정치 반증하나
A씨가 중국 내 인터넷 금기 웹사이트를 모아 만든 일명 ‘낚시 사이트’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중국 내 인터넷 금기 웹사이트를 모아 만든 일명 ‘낚시 사이트’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중국 정부의 인터넷 금기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낚시사이트’를 만든 한국인 네티즌이 중국 네티즌으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해킹·살해협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의 ‘온라인 공포정치’와 중국인이 국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이른바 ‘차이나게이트’ 논란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정부 또는 중국 공산당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네티즌이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및 뉴스 포털에 친중·친정부적인 게시물을 달거나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국내 온라인 여론조작 의혹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이 붇고 있다.

해당 논란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정부가 타국처럼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도 정부 방침에 찬동하는 일부 네티즌 여론이 불씨가 됐다. 이를 의심한 일부 네티즌은 중국 내 금기로 여겨지는 웹사이트 ‘동태망(動態網, dongtaiwang.com)’의 링크를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등지에 걸었다.

그러자 관련 게시물에는 “나는 개인이오”, “링크를 당장 삭제하라”는 코멘트가 달리거나, 친중·친정부적인 의견 피력이 수그러드는 등 수상한 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온라인 여론은 ‘이것이 중국발 국내 여론공작’의 증거라 여기며 논란을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A씨의 이메일로 들어온 살해협박 이메일들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A씨의 이메일로 들어온 살해협박 이메일들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우리 전체와 싸울텐가”...낚시 사이트 만들자 돌아온 살해협박

자칫 인종차별로 여겨질 수 있는 이 같은 논란은 현재까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수상쩍게 여긴 한 네티즌은 이를 확인코자 직접 ‘낚시 사이트’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사이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초대 주석을 희화화 한 사진 및 중국에서 금기로 여겨지는 웹사이트 링크를 다량으로 첨부한 것이다.

그는 해당 낚시 사이트를 지난 29일 새벽 2시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트에 올렸다. 그러자 돌아온 반응은 ‘블랙메일(Black Mail, 협박성 편지)’ 폭탄이었다. 해당 낚시 사이트는 알 수 없는 해커에 의해 제작자의 신상정보 및 이메일 주소가 해킹됐고, 이후 해킹된 이메일로 수십여 통의 모욕·살해협박 이메일이 전송됐다.

협박 메일의 발신자는 QQ.com, 163.com 등 중국에서 주로 사용되는 텐센트QQ, 넷이즈(网易) 메일 주소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상당수는 하나의 가상 메일 주소에 다량의 이용자가 보내는 방식의 협박 메일로 형태를 바꿨다. 하나같이 제작자와 그의 부모·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신상정보를 유출해 퍼뜨리겠다는 끔찍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 “낚시 사이트 접속자, 중국발 접속자만 500명”

이에 본지는 지난달 29일 저녁 해당 사이트 제작자인 A씨와 전화 연결을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앱 개발 및 웹 관리 업무를 다년간 맡고 있는 한국인 A씨는 “처음엔 디시인사이드 우한 갤러리에서 올라오는 이야기들이 조작이라 믿지 않았다”며 “재미로 만든 이런 낚시 사이트에 이런 반응이 올 줄 몰랐다. 이제는 무기명의 가상 메일로 살해협박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출됐다는 A씨의 신상정보 및 메일은 확인결과 A씨 본인의 것이 아닌, 과거 자신과 함께 일하던 모 중국인 앱 개발자가 가상의 정보로 만든 메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그로부터 이를 건네받고 이번 낚시 사이트를 만드는데 쓴 것이다.

하지만 낚시 사이트가 만들어진지 단 수 시간도 안돼 해킹 및 살해협박을 받은 것은 매우 공포적인 반응이라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진짜 신상정보 및 이메일 주소였다면 그 위협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이다. 더욱이 협박 메일은 전부 중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일목요연하게 써 있었다.

A씨는 “수년 전 중국 거대 IT 회사 출신의 해당 중국인 앱 개발자를 만났다. 그로부터 ‘한국 내 출생신고 된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중국에서 갖고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들었다”며 “이번 낚시 사이트의 IP 접속 기록을 보니, 전체 1만7000명 중 중국 IP 접속자는 400~5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A씨가 ‘낚시 사이트’를 만든 후 협박 이메일에 첨부된 해킹 정보(왼쪽) 및 협박 메일들(오른쪽)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A씨가 ‘낚시 사이트’를 만든 후 받은 협박 메일(오른쪽) 및 협박 메일에 첨부된 해킹 정보의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 中 온라인 공포정치...‘접속 차단’→“접속하면 끌려간다”

A씨는 이번 차이나게이트 논란에 대해 확신을 보였다. A씨는 “코로나19가 촉발되던 올해 초, 심각한 상황임에도 중국 본토의 네티즌은 이를 안일하게 넘어가려는 여론 분위기가 있었다”며 “(중국 본토가) 언론을 통제한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왜 한국에는 (중국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넘어가고 덮으려는 온라인 여론이 있는지 의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겪은 이야기를 전하며 중국발 여론공작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A씨는 “중국 본토에서는 구글·유투브 접속이 차단된다. 그런데 중국 친구로부터 ‘당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사이버 공작 조직은 이 같은 접속 금지를 풀어주고 관련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들은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팅부동(听不懂, tīngbudǒng’)이라며 피아식별을 하는 등 치밀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이라면 (동태망을 비롯한) 금기 사이트에 실수로라도 접속한 것 자체가 공안에 끌려갈 정도의 죽을 죄다. 그렇기에 이 같은 해킹·협박을 한 것 같다”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반정부 불만이 커지다 보니 통제·검열이 심해졌다. 이제 중국 인터넷은 단순 구글·유투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 차단 수준이 아닌, 금기 사이트라는 형태로 대중에 공포를 주고 있다. 리원량, 천추스 등의 실종이 그 반증”이라 강조했다.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 당시 네이버 뉴스에 달린 중국어 댓글들의 모습. 사진=네이버 캡처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 당시 네이버 뉴스에 달린 중국어 댓글들의 모습. 사진=네이버 캡처

◇ 코로나19에도 “中 입국금지 없다”...여론공작 논란 키우나

중국 공산당의 사이버 여론공작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0월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허드슨 연구소 연설을 통해 “중국은 2020년 대선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국의 여론에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폭탄 선언을 하기도 했다. 당해 8월 미국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미국 신문에 광고 및 주요 대학, 싱크탱크에의 자금 지원 형태로 선전선동을 전파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해인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당시, 네이버 뉴스란 및 SNS 등지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뉴스 댓글란에 한국을 비하하는 국수주의적 댓글을 중국어로 도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집권 이후 일어난 여론 갈등 및 친중·친정부적 여론에 대해 시민사회 내에서는 한국인이 아닌 ‘다른 주체’가 이 같은 여론을 조성한다는 의구심이 생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금기 사이트를 통한 이번 협박 사건은 중국발 여론공작 논란 및 중국의 온라인 공포정치 논란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보건 안전에 적색등이 켜있는 상태라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도 계속해서 커질 양상이다.

반면 정부는 병의 진원지인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는 일절 거부하는 자세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네티즌은 중국 네티즌처럼 여전히 정부에 지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극우 세력의 해프닝일지, 혹은 여론공작이라는 의혹이 이번 협박 사건으로 실체를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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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again 2020-03-01 20:56:45
삼일절에 딱 맞는 기사네요. 중공으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해야합니다. 위장한국인인 중공들은 느그 시진핑이나 탄핵시켜보세요 쫄리시면 착해지든가

박하 2020-03-01 17:42:48
글써주셔서 감사해요 진정한 기자십니다 !!!

ㅇㅇ 2020-03-01 17:38:49
너무 끔찍하네요. 살해 협박까지 하는거 보면 개인이 아닌 조직적으로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개인이오 라고 하는것도 이상한듯 단체작업인거 같아요

임창용 2020-03-01 17:32:34
http://damoa03.com <-- 여기 운영자임 살해협박받은사람

재인이오 2020-03-01 17:18:22
헐 .. 너무 무섭습니다... ㅜㅜ 소름이 끼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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