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콩 재벌 3세 숨진 올림'성형외과', 또 간판 바꾸고 영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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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콩 재벌 3세 숨진 올림'성형외과', 또 간판 바꾸고 영업하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3.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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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재벌 3세 ‘보니 에비타 로’, 성형수술 도중 숨져
유족 “마취의 없었다. 수술위험 고지서 대리 서명해”
출입 막고 의료폐기물 어수선...사람 있어도 ‘없는 척’
올림 “대답할 의무 없다. 나가라”...홈페이지도 폐쇄
과거 ‘엘로이스의원’으로 영업...이번에도 간판 바꾸기?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올림성형외과의 외부 모습(왼쪽)과 병원 내에 있던 올림성형외과 직원들의 모습(오른쪽).사진=현지용 기자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올림의원의 외부 모습(왼쪽). 간판에 올림 ‘성형외과’라 표기하고 있다. 당일 병원 내에 있던 올림의원 직원들의 모습(오른쪽).사진=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홍콩 재벌 3세가 강남의 한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해당 병원은 의료용품을 대량으로 버리고 병원 전화·홈페이지를 전원 폐쇄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해당 병원은 과거 ‘엘로이스의원’이라는 상호로 영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성형업계 내 문제점 중 하나인 ‘간판 바꿔달기’ 문제가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홍콩 국적의 35세 여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이틀 뒤인 30일 국내 일간지 및 통신사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사망자는 지방흡입 수술을 받던 도중 이상증세를 보여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사망한 홍콩 여성은 홍콩 의류 재벌 브랜드 보씨니(Bossini)의 창립자 로팅퐁(羅定邦)의 손녀 ’보니 에비타 로(Bonnie Evita law)’라는 사실이 지난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또 SCMP는 해당 의원을 '성형외과(Plastic surgery clinic)'라 지칭하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올림의원(원장 김성일)'이라 보도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로 씨의 남편인 대니 치는 올림의원에서 수술을 집도한 김 원장, 외과의 김 모씨, 간호사 박 모씨에 대해 살인죄·문서위조죄로 홍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로 씨는 사건 발생 전 35번째 생일 축하를 자축하고자, 8년 간 업계에서 알고 지낸 한국인 ‘세일즈 컨설턴트’ 심 모씨로부터 해당 병원의 성형수술 제안을 받았다.

이에 로 씨는 지난 1월 21일 올림의원에서 안면 주름 제거 수술을 받고, 사건 당일이던 28일 지방 흡입 수술 및 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도중 로 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몸을 뒤척이자, 수술을 집도하던 의료진 3인은 로 씨에 진정제를 추가로 투여했다.

하지만 혈중 산소포화도가 80% 이하로 떨어지면서 로 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병원 측은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회복되지 않던 로 씨는 신사동 올림의원으로부터 15km 넘게 떨어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으로 옮겨진 지 1시간 만에 숨졌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유가족은 지난달 13일 한국에서 화장을 치르고 온라인 추모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치 씨를 비롯한 유가족 측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마취전문의가 없었으며, 강한 진정제 칵테일, 프로포폴을 투여하는 기계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 전 환자에 대한 마취제 알레르기 반응 테스트가 없었으며, 환자의 서명이 필요한 수술 위험 고지서에 병원 측이 서명을 대신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올림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 도중 숨진 홍콩 의류 재벌 브랜드 보씨니(Bossini) 창립자 로팅퐁(羅定邦)의 손녀 ’보니 에비타 로(Bonnie Evita law, 오른쪽)’와 그의 남편 대니 치(가운데)의 모습.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지난 1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올림의원에서 성형수술 도중 숨진 홍콩 의류 재벌 브랜드 보씨니(Bossini) 창립자 로팅퐁(羅定邦)의 손녀 ’보니 에비타 로(Bonnie Evita law, 오른쪽)’와 그의 남편 대니 치(가운데)의 모습. 사진=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 출입 막고 의료용품 내놓고 ‘철수’ 분위기...“대답할 의무 없다”

이에 본지는 지난 4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올림의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취재결과 병원 측은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대표 전화번호로의 전화 연락을 무시하는 등 거짓으로 부재중이라 나타내고 있었다.

SCMP의 보도 직후 방문한 올림의원은 간판에 올림 ‘성형외과’라 기재된 간판을 달고 있었다. 또 입점한 빌딩 3층의 외부 창문 전면을 합판으로 추정되는 나무 판으로 가리고 있었다. 사실상 외부로부터의 시각을 완전 차단하는 모양새였다. 또 해당 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입점해있는 3층 버튼만 입력되지 않는 등, 외부인의 입장을 차단하고 있었다.

이에 비상구 계단을 통해 올라간 결과, 병원 측은 다량의 의료용품 및 의료폐기물을 비상구 계단에 적치해 버리는 등, 사실상 폐업 또는 사업 철수와 같은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해당 빌딩에 입점해 있는 다른 의원·성형외과들과 비교할 때, 올림의원만 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병원 내부에는 여성 의료진 약 6명이 있던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외부로부터의 전화 연락을 전면 차단하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방문 당일 병원 대표 번호를 통해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병원 측은 받지 않는 등, 거짓으로 부재중이라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당일 취재기자가 비상구를 통해 병원에 진입하자, 해당 의료진들은 기자의 질의응답에 “저희가 대답할 의무는 없다”고 일절 거부하는 등, 병원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 재벌 3세 VIP, 왜 대형 병원 아닌 곳에서 받았나...무허가 브로커 알선 논란은

그런데 기자의 눈을 통해 본 올림의원에는 몇 가지 수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스스로를 성형외과라 홍보하는 해당 의원은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VIP, 또는 VVIP 고객 전문의 대형 성형외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사업장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의원이 자리한 동양빌딩의 부동산 등기를 조회한 결과, 해당 빌딩 내 사업장의 공간은 약 102평(338.72㎡)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당시 기자가 병원 내부로 진입했을 때도 사업장은 카운터 및 환자 대기 공간, 상담실 서너 곳, 수술실, 원장실로 추정되는 공간만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상식적인 판단을 따를 때 홍콩 재벌 3세인 로 씨가 VIP 전문의 안전성이 검증된 대형 성형외과가 아닌, 상대적으로 작은 의원에서 시술을 받은 것은 풀리지 않는 의문점으로 남고 있다. VIP 고객의 경우 지방흡입 등 성형 수술 사실이 외부에 유출될 것을 염려한다 할지라도, 이 같은 곳에서 위험을 안고 수술을 받은 것은 쉽게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 씨가 정식 의료 코디네이터를 통해 검증된 의료진에 안전한 시술을 받는 것인지 여부가 의문을 키우고 있다. SCMP 보도에서도 로 씨에 해당 병원을 소개시켜준 심 모씨는 ‘의료 코디네이터’가 아닌, ‘세일즈 컨설턴트’라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로 씨가 사실상 무허가 브로커의 알선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의료진에 이 같은 변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5일 올림성형외과의 비상구 계단에 적치돼 버려진 의료용품 및 의료폐기물들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지난 5일 올림의원의 비상구 계단에 적치돼 버려진 의료용품 및 의료폐기물들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 사업자번호는 그대로, 엘로이스의원→올림의원 간판만 바꿔달아

지난 1월 28일 로 씨가 숨지고, 이달 4일 SCMP의 보도가 나간 후 올림의원의 메인 홈페이지는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장인 김성일 씨는 사건 발생 전인 지난 1월 2일에도 울산의 한 언론매체에 칼럼을 싣는 등 관련 활동을 하고 있었다.

폐쇄된 올림의원의 홈페이지 내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한 결과, 해당 사업자등록번호는 올림의원이 아닌 다른 B 성형외과의 사업자번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사업자 조회로 검색한 결과, 올림성형외과는 과거 ‘엘로이스의원’이라는 상호로 해당 주소지에서 영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엘로이스의원과 관련 마크인포에서 상호 검색을 한 결과, 현 올림의원의 주소지에는 ‘엘로이스홀딩스’라는 회사 또한 등록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로이스홀딩스는 법인등기에서 병원 마케팅업, 외국인환자 유치업 및 부동산임대업 등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전 엘로이스의원인 현 올림의원이 간판인 상호를 왜 바꿨는지, 엘로이스홀딩스간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을 낳고 있다.

◇ “매출 위해선 공식 코디네이터, 무허가 브로커 마다하지 않아”

로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은 이에 대해 성형업계에서 일어나는 의료사고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로 씨의 언니인 퀴니 로가 2015년 납치사건을 당한 과거까지 알려지면서, 홍콩 재벌 3세의 의문스러운 죽음에 네티즌의 추측만 커지고 있다. 네티즌은 이와 관련 국내 성형업계에 제기되는 ‘수술실 CCTV 설치 찬반’ 및 대리수술, 무허가·비검증 고객 유치 문제를 비판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업계인인 모 성형외과 실장 A씨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업계 내에서도 유령 시술 이야기가 들린다”며 “한·중 사드(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체계) 사태 이전까지는 (무허가) 브로커가 만연했으나, 사드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병원은 매출을 위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브로커가 공식 코디네이터인지, 무허가인지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 설명했다.

A씨는 “조선족 또는 외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코디네이터들이 대형병원에서 근무 후 독립해 환자 인프라를 가지고 브로커로 활동하곤 한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문제가 생기고,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망을 제외하더라도 (고객) 컴플레인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상호등록 웹사이트 마크인포에서 검색한 올림의원, 엘로이스홀딩스의 정보(왼쪽) 및 잡코리아에서 검색한 올림의원(오른쪽)의 모습. 셋 모두 같은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마크인포·잡코리아 갈무리
상호등록 웹사이트 마크인포에서 검색한 올림의원, 엘로이스홀딩스의 정보(왼쪽) 및 잡코리아에서 검색한 올림의원(오른쪽)의 모습. 셋 모두 같은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마크인포·잡코리아 갈무리

◇ 간판 바꿔 달고 영업 재개하는 한국 병원...‘수술실 CCTV 설치’까지 미치나

기자는 지난 5일 현장 취재에 이어 6일에도 올림의원 대표번호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병원 측은 일절 받지 않았다. 원장 김 씨를 비롯한 의료진 어느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같은 대응 때문에 올림의원은 외부에의 노출을 숨기고, 사실상 폐업 또는 사건 현장에 대한 증거인멸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휩싸이고 있다.

여기에 홍콩 재벌 3세인 VIP가 국내 대형 병원도 아닌, 상대적으로 작은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도중 숨진 사실은 국내 성형수술 업계에도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 로 씨에게 해당 병원을 알선한 자가 국가공인 의료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이 같은 알선행위를 했는지, 혹은 무허가 브로커로 성형수술을 알선했는지도 의혹의 중점 중 하나로 남아있다.

게다가 해당 병원은 과거 엘로이스의원이란 간판으로 사업을 벌이다, 다시 올림의원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단 전력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이후 올림의원 측은 또 다시 병원 간판을 바꿔 달고 사업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을 만들고 있다.

더욱이 고인이 생전 수술을 받던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만이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사건 현장에 대한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의료업계에서의 주요 찬반 논란 논제로 손꼽히는 ‘수술실 CCTV 설치’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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