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북한에선 이름 짓기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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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북한에선 이름 짓기도 불편하다
  • 양승진 논설위원
  • 승인 2020.03.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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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김정은 위원장 사진. /사진=DB
어린시절 김정은 위원장 사진.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논설위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름이 안정일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정일이라는 이름이 최고 존엄과 같다는 이유로 개명을 해야 했다. ‘김정일이 아닌 안정일인데도 무조건 바꾸라는 지시에 결국 점 하나를 찍어 김청일이라는 이름이 됐다.

그렇다면 김정은이름은 어떨까.

김정일 위원장은 20111월 김정은의 생일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김정은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개명 지시를 했다. 당시 평양에선 30여명, 전국적으로 600여명의 정은이라는 이름이 있어 다른 이름을 써야했다.

만약 동네에 정은이라는 아이가 있다면 야 정은아” “정은아 밥 먹어” “정은이 이놈 등 최고 존엄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최고 존엄의 이름은 사후에도 사용할 수 없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영생의 의미로 이 이름은 쓸 수 없다.

또한 남한 지도자의 이름도 함부로 쓸 수 없다. 이는 적개심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등의 이름을 못 쓰게 했다.

남한에서는 북한과 정반대다.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그중 재미난 현상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가장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라 짓는 게 유행했다.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선수, 문화예술계 등의 유명인 이름을 그대로 도용해 쓰는 것이다.

일단 부르기 쉽고, 검증된 이름이란 이유에서다. 여기엔 대통령까지 포함됐다. 그러면서 개명신청도 줄을 이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852614명의 개명 신청자 중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재인'이란 이름을 선택한 사람은 531명이었다. 개명 선호 순위 336위로 역대 5명의 대통령 이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시기에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바꾼 이름은 민준()과 서연()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면 같은 이름이 많아 여기서도 민준 저기서도 민준 할 정도였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영철이나 금철과 같이 남자 이름에는 , 여자 이름에는 자가 돌림으로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한류열풍으로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자어가 아닌 순 우리말 이름 짓기가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자 북한당국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는 이름을 짓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소위 한국풍이나, 서양풍, 자본주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름은 출생등록 자체를 받지 말라는 얘기였다.

그중 자본주의 색채가 진한 백만원’ ‘김부자’ ‘한복돈등 아이들이 부자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 가장 문제가 됐다.

올해 들어 김정은 위원장은 기존 출생부에 올라 있는 이름까지 개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본주의 날라리 풍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고 보면 북한에서는 이름 짓기도 참 불편한 일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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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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