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술검열'? 도와 예술단체의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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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예술검열'? 도와 예술단체의 '다른 목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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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유랑단' 공연 지원 신청에 "강정 및 제2공항 내용 들어간 공연, 허가 못한다"
유랑단 "문제 발언, 개인 의견인지 도 결정인지 불분명, 검열 여부 밝혀야"
제주도청 "지역 갈등 부추길 소지 우려한 발언, 일부만 듣고 '검열' 주장"
구럼비 유랑단의 거리극 '나의 살던 고향은'. 사진=구럼비 유랑단
구럼비 유랑단의 거리극 '나의 살던 고향은'. 사진=구럼비 유랑단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제주도의 한 민간 예술단체가 공연지원 사업 신청을 추진하던 중 제주도 관계자로부터 "강정 해군기지, 제2공항 관련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공연이라면 허가를 내줄 수 없고 허가가 나지 않을 것"는 말을 들었다며 제주도가 '예술검열'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청은 "예술단체가 발언의 일부만 공개해 공연을 불허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면서 "이미 오해가 풀렸고 검열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예술단체 '구럼비 유랑단'은 이같은 주장이 담긴 성명을 통해 "제주도정은 예술검열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입장표명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구럼비 유랑단은 지난 2017년 제주 강정마을에 사는 예술가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로 연극 <사랑 혹은 사랑법>, 거리극 <나의 살던 고향은>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구럼비 유랑단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추진하는 '2020 지역명소 활용 공연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이 사업은 '전국의 역사, 문화적 명소를 활용한 공연예술 콘텐츠 발굴, 확산' 및 '지역민과 방문객의 문화예술 향유 확대 및 지역예술인 창작발표 기회 제공'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 공공예술지원사업으로 사업을 신청하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지원신청서와 장소확약서 등을 제출해야한다.

유랑단은 서귀포 성산읍 온평리에 있는 '혼인지'를 명소로 설정하고 지난 1월 장소협약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제주도청 세계유산본부 담당자가 "해군기지 또는 제2공항 관련된 내용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공연이라면 허가를 내 줄 수 없다. 혼인지가 아닌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이며, (우리가) 관리주체하는 장소가 아닌 성산일출봉 야외무대 등에서도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구럼비 유랑단 관계자는 "단체 이름에 '구럼비'가 들어가 있으니까 담당자가 '강정마을 구럼비가 맞느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답하자 이 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답변을 받았는데 제주도가 아닌 담당부서의 이름으로 나왔고 '개인의 실수한 발언'이라는 답변을 했다. 담당자가 당시 미팅에 참석했던 한 분에게 개인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고 밝혔다. 

유랑단 관계자는 "말실수로 넘어가면 되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이 발언이 공무원의 입에서 나왔다면 행정의 중심 차원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담당자 개인의 의견인지, 부서의 의견인지, 제주도와 제주도지사의 의견인지가 불분명하다. 도의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말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아직도 검열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검열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민간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명확히 밝혀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주도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랑단 측이 발언의 일부분만 녹취해 문제가 있는 발언으로 만들었다. 미팅 때 한 발언은 '(공연 장소인) 혼인지가 아직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남아있는 곳인데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는 내용의 공연을 해도 되겠느냐'라는 우려를 전한 것인데 앞뒤를 다 자르고 일부만으로 공연을 불허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미 오해가 풀린 것으로 아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왜 다시 이 주장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 잘못 전달된 발언이며 '예술검열'이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 '검열 논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월 제주 서귀포시는 서귀포시 예술의전당에서 열기로 했던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을 개최 직전 불허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시가 "전체적으로 정치성을 띠고 있고 편향성 우려가 있어 공공시설 대관은 부적절하다"고 이유를 밝히자 이를 두고 서귀포시가 영화제 출품작을 '사전검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서귀포에서 열리는 '서귀포예비문화도시기획전시' 전시에서 제주 4.3을 소재로 다룬 초대 작품을 천으로 가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전검열'과 더불어 제주 4.3을 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행사준비 과정에서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행정의 이해도 부족으로 발생한 일이었다. 작가분과 관계자들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일이 앞의 문제들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예술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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