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5부제' 둘째날, '대란'은 없고 '질서'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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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스크 5부제' 둘째날, '대란'은 없고 '질서'는 있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10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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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시간 모른다'고 하지만 입고 예상 시간 안내하며 판매
구입 어려움 있어도 '마스크 없습니다' 순응하는 모습
빈 시간 이용한 판매, 다른 약국 판매시간 알려주기도
10일 오전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10일 오전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선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9일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다. 공적 공급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이는 태어난 년도의 끝자리에 따라 지정된 요일에 구매를 할 수 있고 1인당 2매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때 구매를 못한 이들은 주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매자는 신분증으로 본인과 생년 확인을 한 뒤 구매를 할 수 있다.

이미 이전부터 약국에는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는 모습이 보여졌고 이곳 저곳에서 마스크 부족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마스크를 전달하기 위해 5부제가 실시가 됐지만 첫날인 9일에는 여러가지 실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생년이 아닌 구매자들이 구매를 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고 마스크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마스크 수량이 부족해 5부제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

5부제가 시행된 둘째 날인 10일, 마침 화요일은 기자가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요일이기도 했다. 둘째 날은 과연 첫날의 시행 착오가 고쳐질 수 있을지 약국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전 8시, 막 문을 연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약국을 찾았다. 문 앞에는 '마스크 없음', '공적마스크 금일분 판매완료', '도착시간은 알 수 없습니다. 매일 입고 시간이 달라요.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엄청난 문의가 들어오다보니 일일이 이 문구들을 다 문에 붙여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비가 내리는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침부터 줄을 서는 모습은 없었다.

역시나 약사의 답은 '언제 올 지 알 수 없어 안내를 드리기가 어렵다'였다. 혹시 예약이 가능한가 물어봤더니 그 역시 안된다고 한다. '마스크를 단골들에게 빼돌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취재 이전에 '오늘 살 수 있기는 할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한 약국에 붙어 있는 문구들. 사진=임동현 기자
한 약국에 붙어 있는 문구들. 사진=임동현 기자

길을 조금 걷다가 문을 연 약국을 발견했다. 그리고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마스크가 남아있는 것이다. "마스크 사러 오셨어요?"라는 물음에 기자는 "네"하며 신분증을 보여줬고 등록 후 마스크 2개를 줬다. 금액은 3000원. "전날에 입고한 것을 지금 이 시간에 파는 거에요. 저희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이 시간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고 계속 약국을 찾아 돌아다녀야해요". 약사의 말이었다. 

한 약국은 "오후 2시부터 판매합니다"라는 문구를 문에 붙였다. 문구를 보던 기자에게 약국 직원이 "마스크 사러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2시에 확실히 오나요?"라고 묻자 "점심 무렵에 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오후부터 판매한다고 써 놓은 거에요. 그 때 오시면 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오는 시간은 이들 역시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전 9시, 약국이 많은 서울 종로5가를 찾았다. 역시나 약국 앞에는 '마스크 품절', '입고 전입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릅니다' 등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한 대형약국을 찾아 마스크 구매 여부를 물어보니 "한 10시쯤이면 입고될 것 같습니다"라는 답이 나왔다. "그럼 계속 10시에 판매하시는 건가요?" "그건 모르죠. 입고가 들쭉날쭉이니까. 그래도 그 시간 정도면 입고가 될 거라고 보고 있어요".

한 약국은 아예 문에 "3월 10일은 오전 10시 30분부터 판매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10시 30분에 오면 되나요?" 했더니 "네"라는 답이 나왔다. 이 약국도 역시 "예상 입고 시간일 뿐, 다음날도 이 시간에 할 지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로5가의 약국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언제 올 지 아예 모른다', '오전 10~11시에 판매 예정이다', '오후 2시에 판매 예정이다', 물론 이들도 '정확한 입고 시간은 아니며 다음 날도 이 시간에 판매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약국을 돌아다니던 중  "오늘 몇시에 들어올 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한 약사가 정보를 알려줬다. "여기서 조금만 쭉 가시면 ***약국이라고 있어요. 거긴 9시 30분부터 판매한다고 알고 있어요".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약국 앞. 사진=임동현 기자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약국 앞. 사진=임동현 기자

약사가 말해준 약국을 찾으니 역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고 약사들이 부지런히 신분증을 확인하며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내리는 봄비도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기자가 약국을 찾은 지 약 7분 정도 지났을까? "소형(미취학 아동용)밖에 안 남았어요". 이날 판매분이 모두 소진됐다. 이날 이 약국에 입고된 공적 마스크는 250개. 이미 125명이 사갔다는 뜻이다.

"아니, 기다린지가 언젠데 다 떨어졌데". "이미 다 사갔죠. 소형이라도 사셔야한다면 사실 수 있어요". "조그만 걸 어떻게 끼워. 에이, 기껏 기다렸더니". 인근 시장의 아주머니들이 한숨을 쉬며 약국 문을 나서고 있었다. 

"어제 오늘 들여놓고 거의 10분이면 다 나갔어요. 원래는 자영업자나 직장인들 위해서 아침 일찍 판매 시간을 마련하려했는데 워낙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따로 판매하기가 힘이 들어요". 약사의 말이었다.

한 약국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잠시 후 한 손님이 들어오자 약국 관계자가 말했다. "이 분까지가 끝입니다. 이제 마스크가 없습니다". 약국에 들어선 손님들은 마스크가 없다는 말을 듣자 수긍하고 바로 다른 약국을 찾아갔다. "약국마다 200~250개 정도 할당량이 있어요. 거기에 맞춰서 판매를 합니다. 다른 약국도 다 그렇게 합니다. 입고 시간이 다를 뿐이죠".

종로의 한 대형약국 안에 줄을 선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종로의 한 대형약국 안에 줄을 선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오전 10시, 앞에서 말한 종로 대형약국에 줄이 늘어섰다. 이름이 있는 약국답게 TV 카메라가 그 곳을 비추고 있었고 일본 취재진도 이 곳을 취재하고 있었다. "마스크가 이제 없습니다". 한 어르신이 실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여나 마스크 없다고 화를 내시는 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으로 끝났다. 

또 다른 약국은 인근에 있는 카페를 틔워 손님들이 줄을 설 수 있도록 했다. 이 카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휴업 상태에 들어간 곳이었다. 다행히 앞의 대형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어르신이 마스크를 들고 약국 문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인근의 카페 공간을 틔워 사람들이 줄을 설 수 있도록 했다. 사진=임동현 기자
인근의 카페 공간을 틔워 사람들이 줄을 설 수 있도록 했다. 사진=임동현 기자

오전 11시, 한 약국 앞에 줄이 늘어섰다. "55년생이시잖아요?" "생일 끝자리라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에요. 생년 끝자리죠. 끝자리가 5면 금요일날 사시면 되요, 못 사시면 주말에 사시고". 고성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이해를 시키는 모습에 고객도 수긍을 했다. 

이 약국은 다른 약국과 달리 20분이 넘도록 판매가 계속되고 있었다. 몇몇 줄을 서던 이들은 '다른 곳이 판매를 시작했다'는 말에 그 약국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줄이 길다보니까 어떤 분들은 아예 오시지 않기도 하고 서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만큼 마스크가 남지요. 그 남은 걸 다른 분들이 사시는 거에요". 약국 관계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손님의 말이 들렸다. "아이고, 드디어 오늘 처음 샀네. 어제 대리구매 못했는데 오늘 이렇게 사네".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 사진=임동현 기자
마스크를 구매한 시민들. 사진=임동현 기자

'마스크 품귀', '손님들 항의', '약사들 불만'... 몇몇 언론에서 나온 표현이다. 하지만 막상 10일 오전 종로의 모습은 비록 마스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지고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질서가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마스크가 떨어졌다고 하자 바로 수긍하고 다른 약국을 찾아가고 약사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마스크를 사게 하고 다른 약국을 안내하거나 입고 예상 시간을 안내해 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물론 '언제 올 지 모른다'며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곳도 있었지만 그 역시 질서를 해치는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아직 숙제는 많다. 불분명한 입고 시간, 그를 기다려야하는 시민들의 불안감, 약국간의 공유 부재, 마스크의 투명한 입고, 주말 판매 문제 등등... 그러나 적어도 '마스크 대란'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질서있게.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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