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화재 드림펀드, 19년간 '깜깜이' 운용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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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화재 드림펀드, 19년간 '깜깜이' 운용해왔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3.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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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급여+회삿돈 모으는 기부금 ‘드림펀드’
노조 “돈 낸 직원도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몰라”
“감사 없는 대표 직속 사회공헌실, 인사팀장이 총괄”
삼성화재 “기부 금액·내역 공개한다...불이익 없다”
기부 선정과정 등 구체적인 질문들에는 ‘일언반구’
지난해 5월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가 서울 노원구 송림어린이공원에 드림펀드 기금으로 설치한 ‘드림 놀이터’ 29호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삼성화재
지난해 5월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가 서울 노원구 송림어린이공원에 드림펀드 기금으로 설치한 ‘드림 놀이터’ 29호 개관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삼성화재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삼성화재에서 사회공헌활동으로 쓴다는 기부금 ‘드림펀드’가 외부인을 비롯한 내부 직원마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깜깜이’ 운용 논란을 받고 있다.

지난달 3일 삼성화재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다가올 첫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도마 위에 사측에서 벌였다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오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가 사회공헌활동의 목적으로 기부사업에 쓰이고 있는 ‘드림펀드’의 깜깜이 운용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드림펀드는 2001년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기부금 사업이다. 올해로 19년째인 드림펀드는 임직원이 매월 급여의 일부를 드림펀드에 기부할 시, 회사가 해당 기부금과 동일한 금액을 적립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삼성화재는 이 드림펀드 기부금을 드림놀이터 사업, 취약계층 후원 등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쓰고 있다.

삼성화재 공시실에 게재된 지난해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전체 임직원의 드림펀드 가입률은 99.6%, 이 중 급여의 1% 금액을 기부하는 임직원은 89.6%다. 전체 임직원 약 5600명 중 약 5020명이 급여의 1%를 매달 기부금으로 내는 것이다.

올해 기준 노동자 최저임금이 약 180만원인 것을 가정해 계산하면, 한 해 삼성화재에서 직원 월급으로만 기부되는 모금 규모는 약 11억원에 달한다. 이것도 직급별 연봉차를 감안하지 않은 계산이기에, 실제 직원 급여로 모아지는 드림펀드의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가 밝히고 있는 2018년 드림펀드 적립 금액은 158억원, 2019년 기부 금액은 약 113억원이다.

◇ 정치인·모금단체도 감사 받는데...삼성화재는 ‘깜깜이’ 기부금 운용?

그런데 이러한 기부금에서 직원 돈은 얼마나 모였는지, 회사는 얼마나 보탰는지 등 관리 전반 과정을 알 수 없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심지어 기부금 대상자 선정은 어떤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지 등 기부금 사업 추진 과정을 외부인, 심지어 내부 직원 및 기부금을 낸 직원 당사자조차 전혀 알 수 없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봐야할까.

삼성화재의 드림펀드는 이 같은 ‘깜깜이’ 운용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는 드림펀드를 개설한 이래 경영보고서를 통해 얼마만큼의 기부금을 모았고, 어디에 썼는지 만을 공개·홍보하고 있다. 반면 앞서 언급한 의문점에 대해 관련된 정보는 삼성화재 사회공헌활동 내역, 공시실 게재 자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치인, 기부단체 후원이 외부 회계감사와 기부금 사용내역을 통해 공개할 의무가 있는 반면, 업계 1위의 삼성화재가 직원 급여로 모았다는 기부금 운용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으로 남는다. 더욱이 그 기부금이 재단 같은 곳에서 관리하는 것도 아닌, ‘사회공헌실’이란 사내 부서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는 형태다.

지난달 3일 출범한 삼성화재 노동조합의 모습. 사진=한국노총
지난달 3일 출범한 삼성화재 노동조합의 모습. 사진=한국노총

◇ 노조 “기부한 직원 본인도 몰라...대표 ‘오른팔’ 인사팀장이 ‘사회공헌실’ 총괄”

삼성화재 노조 관계자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드림펀드는 직원 급여의 1%까지 내는 식으로 돼있다. 가입자는 최소 5000원 이상 내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준 의무화되다시피 해 대부분이 가입·기부하는 것”이라며 “드림펀드 가입 유무, 기부 규모에 따라 교육파견·승격을 우대해주고 있다. 거꾸로 말해 가입 거부 또는 기부금액이 적을 경우 인사 같은 불이익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있어, 직원 모두 함구하는 실정”이라 말했다.

이어 “기부한 직원에게 기부금 지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피드백이 없다. 직원은 급여 자동이체 방식으로 돈을 내나, 회사는 회사 임의대로 (기부를) 결정한다”며 “그럼에도 이에 대한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기부금 잔고가 얼마인지 등 세부내역은 직원으로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부 받는 단체가 특정 단체에만 한정되는 등, 불투명한 지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도 나왔다. 관계자는 “올해에만 모 장애인 단체에 5500만원이 나가는 등, 특정 단체에 수천만원 씩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부한 직원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동의도 받지 못했고, 정확한 출처도 알 수 없다. 노조 동의도 없이 기부가 진행되는 식”이라 비판했다.

심지어 관계자는 “기부사업을 일임하는 사회공헌실은 대표이사 직속이며, 이를 총괄하는 공헌단장은 대표의 오른팔인 인사팀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노조 증언을 토대로 보면 기부사업을 추진·관리하는 부서는 감사나 기획 등 관련 부서 산하도 아닌 대표이사 직속의 독립부서이자, 기부사업과는 먼 직무의 인사팀 모 상무가 이를 총괄하는 식이다.

◇ 삼성화재, 구체적인 질문 묻자 “일체 부수적 영향 없다” 일언반구

삼성화재가 삼성그룹의 계열사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300억원을 긴급 지원금으로 기부했다. 대중의 이목을 끈 이번 기부금에 삼성화재도 보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삼성 코로나 성금에서 삼성화재가 얼마나 냈는지, 해당 기부금에 드림펀드가 쓰였는지 사측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사도 해당 기부금에 보탰으나, 금액 규모는 4분기에 공시될 예정이라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본지는 삼성화재 드림펀드 논란과 관련 △임직원용 드림펀드 가입설명서, △기부자 중 고소득 급여자의 최대 기부금액 규모, △드림펀드 누적액, △기부금 모금·집행·사용 내역서, △기부금 집행 결제라인 등 드림펀드 기부금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드림펀드에 제기된 논란인 가입·기부 여부에 따른 불이익 논란, 상세한 기부 내역 조회 가능성 여부 및 사회공헌실이 왜 대표이사 직속 산하에 설치돼 인사과 상무의 총괄을 받는지 등 논란점에 대해서도 재차 물었다.

그러나 삼성화재 관계자로부터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관계자는 해당 사회공헌실의 말을 전하며 “드림펀드는 임직원 본인 희망에 따라 가입 및 금액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사회공헌제도”라며 “매월 사내 메일을 통해 기부금액 및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공유한다. 미가입에 따른 인사상 가·감점 등 일체의 부수적인 영향은 없다”고만 짧막히 답했다.

사진=2019 삼성화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2019 삼성화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학생회비 횡령부터 육군 ‘쌈짓돈’ 성금까지...기부금은 정녕 눈먼 돈인가

지난해 12월 말 본지는 대학가의 이목을 끈 명지대학교 총여학생회의 경품 횡령 논란을 보도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육군에서 모았다는 코로나19 성금이 하급 간부와 병사들의 적은 급여까지 반강제적으로 내게 해 현역·군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좋은 취지로 추진된다는 기부금은 항상 착복·횡령의 위험에 놓이곤 한다. 또 기부금 논란 및 폭로로 인해 기부금의 취지마저 빛을 잃곤 한다. 삼성화재의 드림펀드 기부금 논란 또한 이 같은 ‘깜깜이’ 기부금 운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삼성화재 노조 관계자는 “현재 구조로는 (드림펀드에 대해) 감사 한번 해본 적도 없다. 애초에 확인할 수가 없는 구조”라 덧붙였다.

삼성화재 또한 구체적인 질문과 요구에는 일절 응답하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것은 전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60여년 만에 첫 교섭인 삼성화재 임단협에서 기부금 의혹과 논란에 대해 사측은 과연 구체적인 답을 할지 귀추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웃과 지역사회에 꿈과 희망을 나누어 드린다’는 드림펀드의 의미가 과연 빛을 잃을지, 공은 사측의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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