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적막 휩싸인 제주공항 국제선, 식당가도 텅텅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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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적막 휩싸인 제주공항 국제선, 식당가도 텅텅 비어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3.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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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제주와 외국을 잇는 직항 항공노선 사실상 전면 중단
국제선 중단에 '제주국제공항' 이름 무색... 국내선 운항편수도 42.8% 급감
식당가, 면세점 줄어든 손님 수에 임대료 등 시름 깊어져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탑승수속 구간이 텅 비어있다. 사진= 오영주 기자

[시사주간 오영주 기자] 제주공항 3층에 위치한 국제선 탑승수속 및 출발 게이트에서는 승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탑승수속 줄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가보았지만 탑승을 준비하는 단 한 명의 승객도 발견할 수 없었다. 코 끝에는 미세하게 소독약 냄새가 풍겨졌다. 주기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중국 여행 시 감염 주의사항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수칙이 씌어진 입간판이 세워져 코로나 사태를 피부로 느끼게 했다.

제주 공항이 코로나19 사태로 제주와 외국을 잇는 직항 항공노선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제주-일본 노선의 경우 항공사들이 올해 들어 3개 노선을 운항했지만, 제주항공은 지난 1월부터 제주-후쿠오카 노선을 중단했고, 티웨이항공도 여객 수요가 줄면서 지난달 29일부터 제주-오사카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중국 및 동남아를 잇는 항공노선도 사실상 운항이 중단됐다. 대만과 홍콩, 태국 등의 정기노선은 지난 1일 중단됐으며, 9일부터 11일까지 운항했던 중국 춘추항공은 도내 자국민 불법체류자 등을 긴급 수송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춘추항공이 운항을 중단한 시점에서 제주와 외국을 잇는 노선은 에어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제주 노선 1개 노선뿐이다.

하루 평균 30편 이상의 제주-외국 항공노선을 운항했던 제주발 국제선이 국내선만 운영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국제공항이란 이름이 무색해졌다. 실제로 같은 층의 반대편에 위치한 국내선 측은 기존보다 줄긴 했으나, 제법 승객들이 붐비는 모양으로 국제선과 확연히 비교됐다.

탑승 수속을 밟는 승객과 직원이 아무도 없는 국제선 탑승수속구간. 사진=오영주 기자
전체 항공의 모든 탑승구간이 비어있고 지나가는 손님도 현저히 없는 모습. 사진 = 오영주 기자

그렇다고 국내선의 상황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국내선 운항편수도 1만180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654편)보다 12.6% 줄었다. 10일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총 132만5440명으로 전년 동월(231만5219명) 대비 42.8% 급감했다. 이는 2월 기준으로 2013년(130만7672명) 이후 7년 만에 최저 규모로 집계됐다.

◇ 식당가, 면세점 줄어든 고객 수에 한숨만...임대료 감면 정책 실시

제주국제공항 내 입점한 식당가에 오가는 손님의 모습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진=오영주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가와 면세점 등 제주공항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출국 및 입국을 하는 승객들이 출출함을 달래던 4 층 식당가는 기존에 비해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텅텅 비어있었으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마련한 어린이 놀이방도 적막 속에 휩싸였다. 처분하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임박해가는 식재료들과 임대료도 압박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쇼윈도 너머 식당 내부에 손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오영주 기자
어린이놀이방이 적막 속에 휩싸여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어린이놀이방이 적막 속에 휩싸여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면세점도 말이 아니다. 구로 콜센터 확진자 다녀간 것으로 밝혀지면서 제주공항 내 JDC면세점은 오늘 12일 18년만에 첫 휴점을 결정하기도 했다. JDC는 전날 제주도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면세점에 대한 자체 방역을 했으며 확진자 방문 당시 근무했던 판촉 요원 6명과 파트장 2명을 격리 조치했다. 방역을 마친 후 13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손님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휴점 결정은 쉽지 않았으리란 짐작이다.

전국 면세점 매출액은 1월 3주차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내놓은 민생•경제 종합대책 관련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액은 1월 3주째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1월 4주째 23.4%, 2월 1주째 42%, 2월 2주째 38.4%, 2월 3주째 40.4%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도 지난 1월 면세점 매출은 2조 247억 원으로 직전월 대비 11.3% 감소했으며 방문 고객 수는 383만 7,000여명으로 4.5% 줄었다고 8일 전했다. 

이처럼 상황이 어렵다 보니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최근 제주공항 입주 업체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임대료를 감면하기로 결정했다. 3월부터 시작하여 최대 6개월까지 실시할 예정인 이번 혜택은 임대료 25% 감면 및 납부유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공항에 입주해 있는 편의시설 업체 36개 가운데 22개 업체가 혜택을 받게 됐으나,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기관과 대기업 직영 식당과 편의점 등은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면세점 협력사들은 임대료 인하 대상 범위를 중견, 대기업으로까지 확대해 달라고 요청 중에 있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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