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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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내 손 안에 있소이다?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3.1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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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유기:선리기연'. 사진=극동스크린
영화 '서유기:선리기연'. 사진=극동스크린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내가 당해?! 아닐 거야’라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 상당수는 누군가에게 조정되어 어떤 문제에 대해 아주 불리한 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걸 모르고 여태 살고 있다는 겁니다. 누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꺼뻑~ 속았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제 얘긴!

수년째 안 쓰고 그대로 있는 물건, 어쩌다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사셨죠? 뭐 뭐에(주로 보험) 가입해 수년 째 돈만 내고 있고, 별 이익은 못 보고 있고, 늘 맘에 안 든다고 말하는 그 사람과 결혼, 동업, 교제...를 계속하고 계시는데, 그때 뭐가 씌워서 그러셨을까요?  

손오공처럼 자신 있지만 부처님에게 조종당했던 것과 같은 상황들이 생기고 맙니다, 나도 모르게요. 내가 어리석기 보단 상대의 실력이 출중한 거겠죠.

부처: 오공아. 내 손바닥만 벗어나 봐라! 옥황상제에게 집 비워 달라 해서 네게 주마!

오공: 리얼리입니까? 하늘나라는 조그만 오피스텔 한 채가 아닌데, 통째...?

부처: 바뜨,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나와의 내기에 지면 각오해라! 다시 요물 수준으로 떨어져 하계로 내려가야 한다.

이 달콤한 옵션이 손오공 귀에 들려올 리 없죠.

오공: (모노)내 근두운 빠르기를 모르시는군! 부처가 옥황상제보다 끗발이 높은 거 같으니, 단번에 내기에 이겨 천궁을 날름~ 접수하는 일만 남았구나.

내기 시작! 부처님이 손바닥을 내밀었습니다. 실로 연잎 같이 가냘프고 그저 고운 손이었습니다.

손오공 몸을 솟구쳐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하나 둘 셋~! 손오공의 장한 근두운 술법, 바람개비처럼 돌면서 십만 팔 천리를 나갔습니다.

한참을 달려간 손오공, 눈앞에 푸른 하늘을 떠받친 다섯 개의 살색 기둥이 있는 걸 보고 급스톱했습니다.

오공: 아, 내가 세상 끝까지 왔구나. 왔다간 기념으로 표시를 해야지.

손오공은 가운데 기둥에 멋있게 '제천대성 손오공, 이곳에 다녀가시다!'라 휘갈겼습니다. 이제 자기 땅이니까 하고 원숭이 주제에 개처럼 다리 한 짝 들고 영역표시까지 ‘으~ 시원하다!’며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휙~ 날아 돌아와 부처님 앞에 섰는데, 이제 기세가 등등합니다. 부처에게 반말 지껄이는 것 보세요.

오공: 어이, 나 하늘 끝까지 다녀왔어. 당신 쫄따구 옥황상제 시켜서 빨리 하늘나라 비우라 하시게!

부처님, 씩 웃으시며 손바닥을 내미는데요, 손가락에 선명하게 먹물도 채 마르지 않은 글씨 '제천대성 이곳에서 꼴값 떨다 심히 쪽팔렸다!'가 보였습니다.

놀란 손오공, 근두운 펼쳐 열나게 달아나지만 부처님 손바닥 뒤집어 한대 갈기셨고요, 그 한방에 완전히 K.O. 넉 다운! 손오공은 하늘 밖으로 튕겨져 나가 하계(下界)로 쳐 박혀 지금도 사람들 구경거리 원숭이로 살고 있습니다.

남의 심리와 행동을 조종하는 트릭이 있습니다. 부처야 안 그러셨지만 가짜 만병통치약을 파는 약장수같은 사람들입니다. 번지르르한 그 말을 그대로 믿게 돼 낭패를 자초(아니, 타초?)합니다.

그 사기꾼은 얼핏 화려하고 깔끔해 보이는 말로 혹세무민하여 금전적 피해는 물론 가정도 무너지게 하고 영혼까지 탈탈 털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학이 발달한 세상에 그것도 분별력 뛰어난 이른바 엘리트들이 사이비 집단에 엮여 그들의 수장인 일개 인간을 신성시 하고 보편적 사고와 세상을 등지는 일, 한심 아니, 끔찍합니다.

고약한 바이러스 코로나를 창궐케 한 진원으로 어떤 집단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혹여 우리를 ‘내 손 안에 있다’라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우선 당신은 부처가 아니고 우리는 절대 손오공이 아니기 때문이죠.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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