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기후위기 대처', 코로나19 대응만큼 신속, 과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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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기후위기 대처', 코로나19 대응만큼 신속, 과감해야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3.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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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7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세종문화회관~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해 9월 27일 청소년기후행동이 세종문화회관~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원고로 참여한다. 특별하거나 화려한 미래를 바라지 않는다. 딱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 아니 한 10년 전만 같으면 좋겠다. 기후재앙, 기후 이변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오연재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지난 13일,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부의 소극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담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소년 세대의 미래를 놓고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도박판을 벌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한국의 그레타 툰배리(스웨덴의 환경운동가)'들이다. 매주 주말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결석 시위를 열고,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하고, 정부 관계자도 만났다. 그러나 화석연료와 원전에 기댄 현실의 벽은 견고했다. 

이번 소송은 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이 기후위기와 정의의 가치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를 묻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재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닥쳐올 지구적인 재난인 기후위기 대응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적인 책무다.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위험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이 창궐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불, 가뭄과 같은 기후 재난으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근 마을이나 목축지로 이동하면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9년에 돼지를 숙주로 하는 신종플루, 박쥐로 인해 발생한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 등도 유사한 감염 전파 경로를 가졌다. 

또한 케냐, 이디오피아, 소말리아, 남수단 등 가난한 동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을 아사 직전으로 몰아넣는 메뚜기떼의 창궐도 기후 변화가 원인이다.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발생한 강력한 사이클론이 오만 사막지대에 막대한 비를 퍼부어 최적의 서식 조건을 만들었고, 개체 수가 급증한 메뚜기들이 빠른 속도로 아프리카로 이동하면서 농작물을 초토화했다.  재난은 약자에 더 가혹하다. 청소년, 여성, 노인, 빈민 등 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은 선진국들이 앞다퉈 칭찬할 정도로 신속하고 확실하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기후위기 대응에는 미적댄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50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제로’는 말들의 상찬에 그쳤다. UN IPCC 보고서가 제시한 1.5℃ 목표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나리오들만 내놓았다. 

총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정치권은 더 실망스럽다. 앞으로의 4년을 책임질 국회가 얼마나 기후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진전된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정의당, 녹색당이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으로서 ‘그린뉴딜’과 같은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캠페인 직후인 16일, 탄소세 도입·녹색경제 세제 감면 등 그린뉴딜 공약을 발표했지만 역시나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재원 마련이 두루뭉술하게 되어있어 기약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기승전‘원전’이다. 당 1호 공약이 탈원전 정책 폐기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기후위기를 말하지만 속내는 핵발전의 확대다.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을 낸 다음 날인 14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 3위, 시사 부분 1위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2차 기후행동을 대신한 온라인 액션이다. '개학 연기' 등 뜨거운 쟁점을 눌렀다. 유명가수도 SNS에 참여 인증샷을 남겼다. 그만큼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함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제 국가가 답할 차례다.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강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천명하는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늦어도 2030년까지 퇴출하도록 하는 ‘석탄퇴출법’ 제정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을 축소하고 전기, 수소차 생산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한다. 원전의 실질적인 감축과 안전 확보 등 ‘탈핵과 탈탄소사회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보다 더 신속하고 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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