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심상찮은 김여정의 행보
상태바
[칼럼] 심상찮은 김여정의 행보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3.24 08:32
  • 댓글 0
  • 트위터 424,28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D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82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방남(訪南) 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이틀간 같은 호텔을 이용하면서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문고리를 잡지 않았고, 따로 침구류를 가져와 사용했다. 또 씻을 때 떨어졌을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모두 챙겨갔다.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생체정보는 1급 기밀이어서 수행원들이 그의 배설물까지 챙겼음은 물론이다. 오빠인 김정은과 생체정보가 어느 정도 일치해 이걸 감추기 위해서 싸들고 갔다.

김여정이 남한에 다녀갔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다. 먼저 생년월일부터 아리송하다. 통일부가 발간한 ‘2019년 북한 주요인사 인물정보를 보면 1988년생이라고 나왔고, 통일교육원의 북한정보포털 북한인물에는 연도미상으로 나온다. 네이버 인물검색에는 아예 출생일이 없다. 보통 1987~1989년으로 다양하다.

또 학교도 마찬가지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 외교관 가족의 자녀로 가명을 이용해 스위스 베른 인근 쾨니츠에 있는 한 학교에 다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김일성종합대학 특설반 졸업을 했다는데 그것도 연도미상이다.

여기에 김여정의 결혼도 미스테리하다. 서훈 국정원장은 2018103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의 남편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다 최룡해 노동당 제1부위원장의 차남, 김일성종합대학 동기생, 김정은이 강원도에서 군 생활할 때 그를 잘 돌봐준 고참 등이 오르내렸고, 한 일본통은 김 위원장에게서 직접 들었다며 독신이라고 했고,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대부분 독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여정의 임신설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5년이었다. 당시 김여정이 왼손에 반지를 낀 모습이 포착돼 일각에서 결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같은 해 김여정의 배가 임신한 듯 불룩하게 나온 사진도 공개됐지만 첫째 아이의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김여정이 마른 체형에 비해 배가 다소 나온 듯한 모습이 포착돼 임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음식도 가려 먹는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둘째 임신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여정의 성격은 어떨까. 아버지 김정일을 닮아 급하고 괴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부들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치 않고 수시로 처벌하는 등 안하무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정설이다. 아버지 연배인 간부들을 하인 다루듯 소리소리 지른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얌전한 백두공주가 아닌 표독스럽고 사악하기까지 하다는 평이다.

그런 김여정의 위상이 요즘 완전히 달라졌다. 두 차례 담화문 발표는 그렇다 쳐도 자기 생각을 곁들여 표현할 정도여서 확실한 ‘2인자자리를 꿰찼다. 올해 들어 경애하는 김여정 동지의 지시문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그의 위상은 당() () () 전체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25일 설 명절 기념공연에 장성택의 아내이면서 그의 고모인 김경희를 등장시킨 것도 그렇고, 지난해 10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을 무관중, 무중계로 치른 것도 그의 작품이다.

김여정의 이런 움직임은 김정은 자녀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의 유고 시 대리통치를 하다 김씨 4대 왕조를 잇는다는 소리가 있고, 또 고모인 김경희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아예 단도리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

어쨌거나 김여정은 아버지 장례식 때 처음으로 공개된 인물이다. 상복을 입고 뒷줄에 서 있던 그가 노동당 서기실장으로 출발해 지금은 북한을 좌지우지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2002년 김정일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방문할 때 러시아극동지역 전권대표인 풀리코 후스키는 정은이와 여정이 정치에 관심이 많아 후계자로 삼을 것이란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아버지는 여정을 그때 점찍어 둔 것으로 보면 앞으로 그의 역할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전개될 듯하다.

북한에서는 만사여통이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회자되고 있다. ‘모든 일은 여정을 통해야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천방지축인 김여정이 오빠를 제치고 등극할지 아니면 대리통치로 만족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SW

ys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