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면세점, 열감지기까지 동원했지만…부진 막기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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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면세점, 열감지기까지 동원했지만…부진 막기엔 역부족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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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방역에 최우선...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필수, 체온감지기까지 동원
손에 꼽힐 만큼 적은 손님 수, 부진한 매출에 임대료 감당 어려워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 하나는 면세점이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내놓은 민생•경제 종합대책 관련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액은 1월 3주째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1월 4주째 23.4%, 2월 1주째 42%, 2월 2주째 38.4%, 2월 3주째 40.4%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면세점 매출은 2조 247억 원으로 직전월 대비 11.3% 감소했으며 방문 고객 수는 383만 7,000여명으로 4.5% 줄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면세점 사업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4%로 잡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5%로 변경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성장률은 역신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열화상감지기를 동원해 출입하는 손님의 체온을 확인하는 제주 롯데 면세점과 호텔. 사진=오영주 기자
체온 확인을 위해 기존 출입구를 폐쇄한 롯데면세점. 사진=오영주 기자

이러한 상황 속 코로나 확진자라도 다녀가 휴업이라도 하게 되면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25일 기자가 찾은 롯데 면세점 제주점은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손님의 출입을 방지하고자 입구에 열화상감지기를 설치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했다. 직원이 손님들의 체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기존 출입구를 폐쇄했으며, 함께 위치한 제주호텔 역시 동일한 시스템을 갖췄다.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휴점 사태는 심각한 손해다. 지난 12일 제주공항 내 JDC면세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감에 따라 18년만에 첫 휴점을 결정한 바 있다. JDC는 자체 방역을 마친 후 13일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하루 평균 13억원대였던 면세점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5억원대로 추락한 상태인지라 타격이 컸으리란 예측이다.

전직원 마스크 착용및 방역 소독을 공지한 티파니앤코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업무 중인 직원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이러한 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만큼 면세점 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매장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돼 눈길을 끌었다. 유명 명품 브랜드티파니앤코 매장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방지와 안전한 환경 유지를 위해 전 직원 마스크 착용 및 지속적인 방역과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고객님과 직원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님들 또한 하나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협조적인 분위기다. 면세점 내 손님들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소수에 해당했으며, 그중 몇몇 손님은 외국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직원과 적극적으로 상담하기보다는, 조용히 구경하며 불필요한 대화는 삼가는 모습이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 화장실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는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면세점 화장실 내에도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은 꼼꼼하게 준비돼 있었다. 세면대 위에 손소독제가 비치돼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이 크게 붙어 있었다. 예방 수칙 안내문은 한글 버전과 중국어 버전 두 가지로 준비돼 있었다.

꼼꼼한 방역 태세와 협조적인 손님들의 모습은 좋지만, 줄어든 매출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 면세점들에게 닥친 과제는 감소된 매출액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는 일이다.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정부가 임대료를 3개월간 무이자 납부 유예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4월 말에 납부하는 3월분 임대료부터 적용돼 비판이 일었다.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2월분 임대료는 유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중 일부는 2월분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이달 매출은 400억원으로 평소 대비 80% 감소될 전망이지만, 임대료는 기존과 동일해 월 매출액의 2배에 달하는 800억원이다.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한 면세점 중 한 곳인 에스엠( SM )면세점은 결국 25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SM면세점이 납부해야 하는 임대료는 월 30억원이며, 이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하루에 약 130만원 정도의 연 16%에 가까운 연체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이제는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휴점을 진행하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문을 열어도 물건을 살 고객이 없다며, 볼멘 소리가 터지고 있다. 25일 기준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1천800명에 불과하다.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재개장은 비행기 운항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는 공항 이용객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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