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초등학생에게 소송 건 한화손해보험, 비난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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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등학생에게 소송 건 한화손해보험, 비난은 당연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3.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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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맹세하건데 만약 저 보험사가 제가 가입한 보험사라면 바로 보험사 바꿉니다", "보험사들 지독한 건 아는데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구나요? 눈물이 납니다", "사탄도 할 말 없겠다. 보험사 공개하세요. 이딴 곳 불매해줘야지".

지난 23일 유튜브 '한문철TV'가 '초등학생에게 보험금 돌려달라 소송 건 보험사'라는 영상을 공개하자 이를 본 누리꾼들은 보험사를 향해 분노의 댓글을 달았고 다음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17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냈다.

6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는 고국인 베트남으로 출국해 연락이 두절된 12살 초등학생. 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보험사가 약 2700만원 가량의 돈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어이없음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 중 6000만원을 초등생의 후견인(조모로 추정)에게 주었지만 나머지 9000만원은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6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보험사는 오토바이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의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보험사가 쓴 5300여만원의 절반인 2600여만원의 돈을 12살 초등학생에게 내놓으라는 소송을 한 것이다.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아주 법대로 잘 하셔서 6:4 비율로 해놓고 어머니의 몫 9000만원을 쥐고 있으면서 구상권 청구는 고아가 된 아이에게 100% 비율로 청구했습니다. 왜 아이에게만 청구했을까요? 보험사가 더 잘 알고 있나봅니다.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9000만원은 지급될 일이 없을 것이란걸. 보험사가 지급할 돈은 비율 따져가며 일부만 주고, 구상권은 보육원에 있는 고아에게 100% 비율로 청구하나요?" 청원인은 그렇게 청원 게시판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사가 어딘지 밝혀달라'고 호소했고 누리꾼들은 그 보험사가 '한화손해보험'임을 밝혀냈다.

결국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는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를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으며 정당한 권리자가 청구를 하고나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는 방법이 확인될 경우 즉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다. 질책을 겸허히 수용해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소송이 '정당한 법적 소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사고가 '쌍방과실 사고'였기에 오토바이 운전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구상금 변제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배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상권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한화손보는 '한 번 더' 생각했어야했다. 최소한 상대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았어야하고 상대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알았어야하며 이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 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야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건 소송은 결국 '초등학생에게 돈 내라는 소송'이라는 조롱과 '비인간적 보험사'라는 따가운 눈총이었다. 

보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보험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싸움의 연속이다. 갖가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지급도 전액이 되지 않으며 지리한 소송까지 진행되며 결국 가입자가 포기하게 만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보험 들면 다 보장됩니다', '사고 모두 다 보상해드립니다'라며 방송 매체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지만 이를 완전히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기엔 그동안 '당했던' 일을 너무 많이 봐오고 경험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대표의 사과에도 한화손보는 비난받고 있는 것이다. 법의 잣대라고 하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에만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에 대한 사죄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험업계가 '시스템 전환'을 내세웠지만 결국 실천하는 모습이 보여야 신뢰가 생길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어떤 말도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말뿐이니 말이다.

청원인의 마지막 말로 글을 마칠까한다. 이 말이 이 기사의 결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으로 움직이는 보험사이고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자본주의 국가라고 자본이 사람보다 우선되는 법은 없습니다. 사람이 있고 법이 있습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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