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지켜질까 무서운 공약, 지켜주고 싶은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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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지켜질까 무서운 공약, 지켜주고 싶은 공약
  •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 승인 2020.04.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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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전북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환경 관련 공약들. (왼쪽부터) 이상직 민주당 후보, 조형철 민생당 후보, 최형재 무소속 후보의 공보물이다. 사진=이정현
필자가 사는 전북 전주시을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환경 관련 공약들. (왼쪽부터) 이상직 민주당 후보, 조형철 민생당 후보, 최형재 무소속 후보의 공보물이다. 사진=이정현

[시사주간=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다리를 잇겠습니다. 터널을 뚫겠습니다. 지하철을 짓겠습니다. 고속철도를 놓겠습니다. 공항을 유치하겠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좀비처럼 되살아 나는 토목 사회간접자본(SOC)사업 공약들이다.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21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제출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약을 다 지키려면 4400조원, 우리나라 일년 예산의 8배 수준이라고 한다.

SOC 사업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되 경제적 타당성과 사회적 효용 가치가 있다면야 얼마든지 건설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동하는 데 꼭 필요한 다리는 놔야 한다. 대중교통 활성화와 수도권 분산을 위해서라도 지하철은 늘려야 한다. 산을 깎아 도로를 내는 것보다 터널이 낫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도로와 철도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공공건설 사업은 혈세 낭비는 물론 정경유착과 부패정치의 연결고리였다.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이라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컸다. 재벌들 배 불리고 정치인들 날개를 달아 주는 사업에 불과했다. 

1991년 첫 삽을 떠서 30년째 공사 중인 새만금간척사업이나 사업지 22조원을 들여 4대강에 16개의 보를 쌓고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든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토건 사업이다.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키운 4대강 보는 지은 지 10년도 안 돼서 다시 헐어야 할 상황이다, 수질개선 사업비만 4조4천억원 넘게 투자하고도 썩은 물만 넘치고 미세먼지만 날리는 텅 빈 새만금 사업, 전북 수산업 피해만 이미 사업비 10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공약 사업은 시작하면 애물단지가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그래서 지킬까 무섭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동네나 이런 공약은 하나쯤은 있다. 유행도 탄다. 국가정원이나 출렁다리가 뜨는 아이템이다. 내가 사는 전주 우리 동네엔 터널과 고가도로, 신도심 상권주차장 조성 공약이 등장했다. 출퇴근 시간 교통난, 도심 주변 상가 주차난 해소 3종 세트 정도 되겠다. 

비행기 여객운송 사업을 했던 민주당 이상직 후보는 ‘황방산 터널 건설’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전주 도심과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구간의 교통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부권과 구도심을 동서로 가로막은 황방산(해발 217m)에 터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패키지 공약은 이 지역 핵심 상권에 부족한 주차공간 확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지역 다수당이었던 민생당 조형철 후보는 전주시 주요 간선축인 백제대로 5㎞ 구간에 고가도로와 상습 정체 구간에는 지하차로를 건설 공약으로 내걸었다. 둘 다 도로를 신설, 확장하고 주차장을 확보해서 교통체증과 혼잡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터널을 뚫고 고가도로를 놓는다고 해도 도심 구간 교통체증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첫째, 도로 증가율이 자동차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한다. 도로 증가율보다 자동차 증가율이 7배나 높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367만7366대다. 인구 2.19명당 자동차 1대꼴이다, 전년보다도 47만5000대가(2.0%) 늘어났다. 2008년 1679만4219대에서 2018년 2366만7366대로 687만3147대가 늘어났다. 10년만에 41%가 증가했다. 

반면 2018년 우리나라 전체 도로 길이는 110,714km로 2008년 104,236km에 비해 6,478km(약 5.8%) 증가했다. 도로 1킬로미터당 자동차 대수도 1960년 1.13대에서 2014년 190.4대, 2018년에는 214대로 증가했다.(도로 및 보수 현황시스템) 따라서 모든 자동차가 한꺼번에 도로로 나온다면 약 4.6m에 한대 꼴로 도로에 늘어설 정도다. 

둘째, 브래스의 역설, 지름길을 뚫으면 오히려 막힌다. 새로 도로를 건설했는데도 교통흐름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브래스의 역설’이라고 한다. 독일의 수학자 디트리히 브래스가 1968년 발표한 ‘교통계획의 역설’이라는 논문에서 이 내용을 다뤄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를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 분야의 석학인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석좌교수가 브래스의 역설을 직접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정 교수는 미국 샌타페이연구소와 함께 교통체증이 심각한 미국의 뉴욕과 보스톤, 그리고 영국의 런던을 선택해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결과는 운전자들이 가장 유리한 지름길을 선택하다 보니 교통체증이라는 전체의 불이익으로 나타났고, 세 도시 모두 특정한 도로를 없앴더니, 그 도로가 있을 때보다 교통흐름이 빨라졌다. 실제 서울시 내부순환도로 건설 유발수요를 예측 연구에서도 추가 교통량 유입으로 차량 속도가 더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황방산터널 예산은 800억원, 고가도로와 지하차도는 1500억원 합해서 2300억원이다. 전국 최초로 지급을 결정한 전주시 재난기본소득 예산의 열배나 되는 큰돈이다. 선거구 주민 모두에게 100만원씩 재난긴급소득을 지원할 수 있는 돈이고, 사유지가 대부분인 황방산과 천잠산 도시공원을 매입해서 명품 도시공원을 만들고도 남을 돈이다. 

두 구간 모두 교통혼잡도가 F등급 도로와 연계된다. 터널과 진출입로 구간은 지름길을 찾아 모여든 차들로 더 혼잡해진다. 체증으로 인해 미세먼지와 배기가스가 주변 공기를 오염시킬 것이다. 토지이용에 대한 제약도 많아질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무소속 최형재 후보는 자동차 중심의 정책으로는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터널 대신 도로선형개선, 신호체계 정비 무엇보다도 대중교통활성화 지간선제 도입, 급행버스교통시스템 등 대중교통활성화를 강조했다. 황방산과 천잠산을 잇는 에코브릿지를 놓겠다 했다. 두 도시 숲 사이 사람 길도 잇고, 야생동물의 생태통로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황방산 천잠산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공약도 돋보인다. 

지켜질까 무서운 우리 동네 공약. 첫 삽 뜨면 늦는다. 토목사업으로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을 안 찍는 게 상수다. SW

leekfe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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