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 유상감자...‘자금수혈’인가 ‘주주사 챙기기’인가
상태바
롯데물산 유상감자...‘자금수혈’인가 ‘주주사 챙기기’인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4.09 15:4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일 롯데물산, 보통주 595만주 유상감자 전격 공시
감자 최대수혜자, 대주주인 롯데홀딩스·호텔롯데
호텔롯데, 코로나19 침체에 인천공항 면세점도 포기
롯데홀딩스...롯데타워 지원, 신동빈 옹립 한 몫
사진=롯데물산
사진=롯데물산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롯데물산의 유상감자 선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물산은 이에 대해 ‘경영합리화’라 밝히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것이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한 자금수혈, 심하면 일본 대주주사를 위한 ‘국부유출’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 롯데물산은 보통주 594만4888주에 대해 유상감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유상감자란 기업이 주식수를 줄이면서 돈으로 보상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만큼 이를 주주들에 돈을 지급하기에, 단기간 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통상 회사 규모보다 자본금이 과하게 축적됐을 때 주식수를 줄여 주가를 올리는 식이다.

롯데물산의 이번 유상감자 비율은 전체 2972억4440만원 중 10%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소각되는 감자 총액은 3344억원으로 보통주 1주당 5만6249원이 주주에 대금 지급한다. 롯데물산은 지난 달 3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감자결정이 추진된다면 지분에 따라 롯데물산의 최대주주인 일본기업 롯데홀딩스(지분율 56.99%)와 호텔롯데(지분율 31.13%)가 각각 1906억원, 1041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현금 확보가 과연 사업 확장의 목적인지,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한 긴급 자금 수혈인지, 혹은 일본계 기업이라는 지적에 따른 ‘국부유출’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롯데물산은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의 임대·관리·분양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상업시설 및 오피스 입주, 레지던스 분양이 롯데물산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유한킴벌리가 롯데월드타워로 본사 이전을 결정해 롯데물산은 임대율 안정성에서 숨통을 텄다. 하지만 이것도 롯데월드타워의 입주사 상당수는 롯데 그룹사인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도 있어 상업시설·오피스텔 분양 판도에도 미칠 전망이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DART)
사진=전자공시시스템(DART)

반면 호텔롯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맥을 못 추는 형국이다. 호텔롯데의 매출 중 노른자를 담당하는 면세점 사업과 호텔 사업 모두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호텔롯데는 앞서 사드(THAAD)사태로 인한 중국발 한한령(韓制令)으로도 좌초위기를 받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가 봉쇄 단계로 접어들어, 이로 인한 호텔롯데의 사업 위기는 올해 상장 추진도 불투명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지난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인천공항과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등,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한 듯, 롯데물산은 감자결정 공시에서 이번 감자 사유에 대해 ‘경영 합리화 및 주주가치 제고’라 밝혔다. 그런데 이번 유상감자로 줄어드는 롯데물산의 자본금은 290억원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보면 이번 유상감자로 가져가는 몫의 최대치를 차지하는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일본 기업인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과 함께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여기에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롯데홀딩스는 5000억원의 차입금을 앞서 제공한 바 있다. 또 이번 감자로 호텔롯데는 긴급 자금 수혈을 받는 위치에 선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감자는 결국 주주사를 위한 조치 또는 주주사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 지배구조에서 최상위 지배자다. 롯데홀딩스 아래 호텔롯데, 롯데 계열사들이 순서대로 지배구조를 이루는 형태다. 이 때문에 롯데에 대한 국가 정체성 논란은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달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선임된 신동빈 회장은 과거 친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당시,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유상감자에 따른 롯데홀딩스의 이익은 이를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