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휴교, 휴관' 힘겨워하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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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휴교, 휴관' 힘겨워하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0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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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부모가 돌봐야하는 상황, 스트레스와 도전적 행동 늘어나
정부 '긴급돌봄 서비스' 발표했지만 '구체적 지원' 내용 부재
'온라인 교육, 순회교육'도 실효성 의문 제기
지난해 3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3월 17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발달장애 학생과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삶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의 휴교 및 휴관이 기약없이 계속되고 돌봄 서비스 역시 발달장애인의 필요에는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교육 및 활동을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 그리고 이들을 계속 돌봐야하는 부모들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코로나19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정부와 제주도교육청은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립학교 돌봄교실은 정부 차원에서 관리 및 감독에 한계가 있으며, 발달장애인 학생이 비장애인 학생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보육의 사각지대에 처해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이어 "제주 발달장애인 학생과 어머니의 극단적 선택은 개인적 차원의 죽음이 아니다. 감염에 더 취약하고, 피해 상황이 비가시화되어있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끝내 견디지 못해 이같은 비극을 맞을 수 있다. 모자의 죽음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결과로서의 사회적 죽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대한작업치료사가 전국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기간, 발달장애인 및 가족의 건강과 생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현재 발달장애인의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코로나19 지역확산 방지 대책으로 정부가 교육기관과 복지기관의 휴교, 휴관을 결정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지내게 되면서 기존의 생활 루틴이 깨지고 생활 패턴에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발달장애인과 부모가 경험하는 스트레스 정도를 10점 '매우 심하다', 1점 '전혀 어려움이 없다'로 설문한 결과 발달장애인 평균 7.23, 부모 평균 7.93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발달장애인 자녀보다 부모의 스트레스가 다소 높게 나타났다. 

'지속적인 지원/돌봄으로 피곤하다'(73.7%), '감정 기복이 심해졌다'(48.2%), '수면이 불안정하고 멍할 때가 있다'(46.7%) 등이 부모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이며 발달장애인 자녀의 경우 87.8%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을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도전적 행동으로 표출하고, 자녀를 하루 24시간 전적으로 지원해야하는 부모는 이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장애인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시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등 복지기관 휴관의 연장을 발표하면서 휴관 중에도 긴급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락 배달, 안부 확인, 가정방문 지원 등 일관된 서비스를 실시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면서 "발달장애인은 개별화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순회교육 등을 병행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마다 장애 정도가 다 다르기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보장된 '개별화 교육지원'을 온라인 수업에서 이룰 수 있을 지, 특수교육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정을 방문하는 '순회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는 발달장애인 활동 지원 부분만 애매하게 명시되어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원한다는 명시가 없다. 복지관들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도시락 배달, 안부 전화, 긴급 지원 연계 정도에 불과하다. 복지기관이 휴관된 후 최소한의 지원만 되기에 발달장애인 지원이 부모에게 전가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이 역시 부모의 몫이 되고 순회교육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가정을 방문해야하는데 수시 방문이 철저한 방역 예방을 위한 방안인가라는 의문이 있다. 가정방문을 원하지 않는 가정들도 있을 것이고 학생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방문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지금의 정책만으로는 여전히 부모가 지원을 맡아야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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