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체제, 노동자 사고 잇따라도 인력 파악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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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구현모 체제, 노동자 사고 잇따라도 인력 파악 ‘모르쇠’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4.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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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사장 취임에도 KT 현장 노동자 잇따른 사고·사망
구조조정 이후 외주·비숙련공 채우기...‘위험의 외주화’ 계속
노동자 인력·장비 부족 아우성...KT “외부 드릴 자료 없다”
KT새노조 “원청은 말 뿐, 법적 책임 없어...정부도 방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취임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취임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KT가 구현모 사장 체제 전환에도 잇따른 안전사고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KT새노조를 비롯한 일선 노동자들은 인력·장비 충원을 요구하나, KT는 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미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국정감사에서 약속한 노동자 안전조차 ‘빈 말’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통신 케이블 작업을 하던 KT전남유선운용센터 노동자 손 모씨(58)가 높이 약 8m의 전신주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손 씨가 통신선을 자르고 이설하던 과정에서 균열돼있던 전신주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져, 손 씨와 함께 떨어진 것이다.

KT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안전사고와 사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같은 날 충남 홍성에서는 맨홀 작업을 하던 케이블 매니저가 자동차에 치여 의식불명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2동 KT센터 신축공사장에서는 2.9톤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60대 중국인 작업자 A씨(63)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KT의 안전사고는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7일 경기 남양주 진전읍에서는 건물 외벽에서 통신 개통 작업으로 사다리를 타던 노동자 오 모씨(49)가 3.5m 높이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다음날 오전 숨졌다. 그 전년에는 KT서비스 소속 직원 3명이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KT 현장 노동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같은 종류의 안전사고로 숨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KT는 2018년 황창규 회장 체제 당시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KT아현국사 화재사고로 국회 청문회 도마 위에 올랐다. KT 민영화 이래 수익 창출에 몰두한 나머지 통신 기초설비 투자를 줄인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로 대표이사직에 선임된 구현모 KT 사장은 소위 ‘내부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선임 이래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KT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상 전임자들이 약속한 노동자 안전 관리 ‘빈말’을 구 사장 체제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판이다.

지난 2018년 10월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창규 KT 당시 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10월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황창규 KT 당시 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KT새노조는 잇따른 노동자 사망과 KT의 대처에 대해 지난 4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새노조는 “국감 여론에 몰린 KT 경영진은 현장의 취약·위험시설을 전수조사해 모두 대개체하고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 약속했다”며 “이는 급조된 청문회 면피용 발표일 뿐, 민영화 이후 20년간 방치한 기초설비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추락사고도 KT의 약속이 공허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새노조는 성명서에서 “아현 화재 당시 현장 복구인력도 모두 비정규직임이 드러나는 등 KT의 현장 인력 부족 문제는 심각히 제기됐다. 그러자 회사는 인터넷 개통·AS 업무를 맡는 CS 직원을 CM(현장시설) 업무로 전환시켰다”며 “홍성 사고도 이런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현장 조에서 사고가 났다. 인력 부족을 비숙련 노동자로 떼우겠다는 발상이 빚은 비극”이라 지적했다.

새노조가 요구하는 시설 안전 투자 및 현장 인력·장비 보강에 대해 KT는 어떤 생각일까. 2014년 KT는 직원 8304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KT 현장의 업무량은 늘어나는 등 현장 상황은 열악해진다는 일선 노동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인력비 절감이란 목적으로 다른 기업들처럼 KT도 외주화에 기댔다. 그 여파는 최근까지도 위에 나열된 사건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10일 KT에 고용돼있는 현장직 노동자 총원 및 KT가 약속한 장비 증원의 연도별 파악 현황을 물었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부와 커뮤(커뮤니케이션) 하며 밝히는 건 전체 직원 수 중 ‘기안 정함이 없는 근로자’, ‘기한 정함이 있는 근로자’ 둘로만 나눠서 관리할 뿐”이라며 “요구한 내용에 대해 내부 담당 부서에서는 파악할 것이나, 이를 정리해 외부에 밝힐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KT새노조 관계자는 KT의 소통 부족과 정부의 방관을 근본적인 문제점이라 봤다. 관계자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KT는 비용절감 및 1인당 생산성을 늘리는 아웃소싱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지극히 잘못된 점”이라며 “사고 나면 원청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잘 협의 하겠다’고 말만 한다. 법적인 책임이 없기에 그러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사 CEO는 현장의 의견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듣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타까운 사고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정부의 고용형태공시제도 기업이 엉터리로 올려도 정부는 아무 말 안하는 등 방관하고 있기에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청년 故 김용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통과 당시 최소한의 ‘위험의 외주화’, ‘외주화의 위험(반복)’을 개선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 받았다. 반면 KT의 경우 2017년 이래 작업 중 사망사고 7건, 중상 포함 13건으로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구현모 체제는 과연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 벨트에 계속해서 올라탈지 귀추가 주목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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