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J E&M, 참전용사 비하 ‘최유프’ 영상 슬그머니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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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 E&M, 참전용사 비하 ‘최유프’ 영상 슬그머니 ‘재업’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4.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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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군인 ‘군무새’ 비하 ‘최신유행 프로그램’ 여론 뭇매
방심위 권고에 삭제...tvN 유튜브, 3월 16일 슬그머니 ‘재업’
취재 시작하자 CJ E&M “바로 삭제했다”...확인결과 ‘비공개’
“비공개가 삭제 아닌가...다시 공개 전환 안한다” 해명 번복
“군무새 비하하면서 ‘군무새가 미필 남녀 비하’?” 방심위도 황당
사진=tvN 유튜브 채널 캡쳐
사진=tvN D ENT 유튜브 채널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CJ E&M 산하 채널 XtvN에서 참전용사 및 군 전·현역자 비하 논란으로 권고 조치를 받은 ‘최신유행 프로그램’ 해당 회차분이 tvN 유튜브 채널에 다시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CJ E&M 측은 해당 영상을 즉각 ‘비공개’ 처리 해놓곤 “삭제한 것과 같다”고 번복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8년 10월 CJ E&M 산하 오락채널 XtvN에서 방영한 예능 프로그램 최신유행 프로그램(이하 최유프) 에피소드 일부는 군 전·현역자를 ‘군무새’라 지칭하는 등 군인 비하, 남성 혐오적 표현을 사용해 온라인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해 1월 31일 이를 방영한 tvN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권고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다. 권고를 받는 방송사는 ‘삼진아웃제’와 같은 법적 불이익은 없다. 그러나 방심위 행정지도인 만큼 이를 무시하고 문제 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방심위의 방송평가에서 눈엣가시가 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6일 최유프의 참전용사·군인 비하 논란이 거세지자 본지 기자는 지난 6일 열린 최유프 시즌 2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이에 대한 제작진의 입장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오원택 PD는 “군대 내 괴롭힘을 희화화 한 것이다. 특정 장면으로 오해를 사는 것”이라 답했다.

이러한 제작진의 해명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온라인 여론은 군인 및 참전용사 비하 표현에 대한 제작진·배우진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제작진·배우진이 언론을 통해 밝혔다는 해명마저 당월 11일 본지 취재결과,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나 여론의 뭇매가 쏟아져 내렸다.

◇ 여론반발 꿈쩍 않더니...방심위 권고 조치에 삭제? 슬그머니 ‘재업’

최유프 제작진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및 인터넷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 및 컨텐츠) 등을 사용해 20대 시청자 층의 공감을 겨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이 극단적 페미니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참전용사·군인·남성 비하적 속어를 케이블 방송에 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해당 회차분이 논란을 일으키자, 당사자들은 공식해명 없이 해당 영상을 업로드 페이지에서 슬그머니 내렸다. 그런데 확인결과 CJ E&M의 유튜브 채널 ‘tvN D ENT’은 방심위 권고 조치를 받은 해당 회차분 영상 전량을 지난달 16일 업로드해 한 달 가까이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제목 또한 ‘여자는 군대 외않가? 논리적 대화 1도 안 통하는 노답 군무새 대처법’이라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파되자, 네티즌은 해당 유튜브 페이지에 비판 댓글을 약 3700개 가량을 달며 유튜브 측에 영상 신고 조치를 넣었다. 이에 13일 오전 본지 기자는 CJ E&M 측에 문의해 논란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그러자 CJ E&M 측은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당일 오전 “해당 유튜브 페이지를 즉각 삭제했다”고 밝혔다.

사진=tvN D ENT 유튜브 채널 캡쳐
사진=tvN D ENT 유튜브 채널 캡쳐

◇ CJ E&M “삭제했다”→“비공개일 뿐, 또 올릴 계획 없어” 해명 뒤집기

이날 CJ E&M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유프 전체 에피소드를 업로드 하던 과정에서 방심위 권고 조치 받은 부분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겠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체 에피소드를 유튜브로 올리는 추세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체크가 안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삭제조차 완전한 ‘제거’가 아닌 ‘비공개’ 전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페이지 URL로 접속한 결과, ‘비공개 동영상’이라는 안내 문구가 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비공개 표현을 삭제 표현이라 쓰다 보니 그렇게 설명한 것”이라며 “삭제 조치라 설명 드린 것은 다시 공개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을 번복했다.

관계자는 해당 tvN 유튜브 채널을 기획·제작·운영·관리하는 부서가 ‘CJ E&M 디지털컨텐츠사업부’라 밝혔다. 반면 이 같은 업로드 및 제목 설정 등 작업 전반을 담당한 실무자, 이를 검토·승인한 해당 사업부 내 상급 지시자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답을 꺼려했다. 이를 실행한 실무자·지시자에 대한 사내 징계 여부도 관계자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2019년 1월 31일 열린 제10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에 기재된 XtvN 예능 프로 ‘최신유행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위원단의 회의 내용.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19년 1월 31일 열린 제10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에 기재된 XtvN 예능 프로 ‘최신유행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위원단의 회의 내용.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 “군무새라 비하하더니 ‘군무새가 미필 남녀 비하’? 방심위가 우습나”

2019년 1월 31일 진행된 제10차 방심위 소위 회의록에서 방심위 위원단은 XtvN 최유프의 ‘군무새’ 표현 등 참전용사·군인·남성 비하적 표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XtvN은 당시 자사 프로그램의 심의를 받는 자리에서도 “균형적인 비판을 담고자 노력했다”는 주객전도격 의견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XtvN은 방심위에 보낸 의견진술서에서 “‘군무새’라는 소재를 표현함에 있어 특정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남성 사이에 발생하는 계급의식, 성차별적 발언 등을 골고루 담아 균형적인 비판을 담고자 노력했다”며 “풍자를 기본 장르로 하는 본 방송은 사회적 부조리를 끌고 와 시청자들에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XtvN 측은 ‘군 경험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지도,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경험들이 군대 바깥에서 일부 남성들이 타인을 차별하는 수단이 될 때 군부심은 폭력이 된다’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방심위 위원단 일부는 “이게 지금 의견진술서에 쓸 단어인가. 장난치자는 것인가”라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심위 위원인 심 모 위원은 회의록에서 “선진국 군대와 달리 한국군대는 제대 전후 사후적 관리가 없는 등 (복무자에) 트라우마를 남긴다. 이에 대한 이상행동을 희화화·조롱하는 것”이라며 “차별과 혐오를 개그 소재로 되선 안된다. (군 제대자를) 개그 소재로 이용하며 ‘이것이 폭력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가 이 사업자를 이해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사업자들에게 방송소위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 건가. 본인들이 프로그램을 만들던 과정과 기획의도가 있고, 그것이 시청자들에 불쾌감을 줬다면 이를 설명하고 향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면 된다. 왜 의견진술서를 이렇게 쓰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전 모 위원도 “해당 프로그램은 ‘군무새’를 조롱하고 비하·차별하면서 ‘군무새가 미필 남녀를 차별·비하·조롱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지금 비하·조롱·차별한다고 이야기 하는가”라며 “복학생, ‘군무새’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라 밝혔다.

2012년 4월 말 tvN에서 방영한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의 포스터(왼쪽), 2016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대선 후보의 무슬림 적대 공약에 대해 남편 키즈르 칸이 부인 가잘라 칸과 함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사에서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아들 故 후마윤 칸의 사연을 언급하며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모습(오른쪽). 사진=tvN·뉴욕타임즈 갈무리
2012년 4월 말 tvN에서 방영한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의 포스터(왼쪽), 2016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대선 후보의 무슬림 적대 공약에 대해 남편 키즈르 칸이 부인 가잘라 칸과 함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사에서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아들 故 후마윤 칸의 사연을 언급하며 트럼프 후보를 비판하는 모습(오른쪽). 사진=tvN·뉴욕타임즈 갈무리

◇ 공들여 쌓은 ‘푸른거탑’, ‘군무새’ 한마디에 무너져

tvN과 XtvN은 CJ E&M의 대표 유료방송·엔터테인먼트 채널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tvN은 지난 2012년 4월 말 육군 장병들의 군생활 애환을 다룬 시트콤 ‘푸른거탑’을 방영해 군 전현역자 및 남녀시청자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단편 코너이던 푸른거탑은 군복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룸에도 일상물을 통한 공감대, 추억 조명으로 방심위로부터 2013년 4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뉴미디어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XtvN이 방영한 최유프는 어떤가. 2010년대 정치 풍자라는 민감한 소재도 활용한 SNL 코리아 출연진까지 투입시킨 최유프는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혐오적 표현을 ‘풍자’라는 명분으로 방송에 내보냈다. 심지어 모 힙합가수의 가정사까지 빗대 조롱적인 표현을 삼았다는 반발까지 일으키기도 했다.

그 결과 최유프는 현재까지도 상당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혐오표현 논란이나 제작진 일부의 적반하장격 SNS 반박 외에는 언급되지도 않는 등, 악명은커녕 시청자 대다수로부터 무관심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처지다. ‘전화로 했다’는 사과 조차 가짜 논란까지 받는 신세다.

방심위 소위 당시 심의위원단은 문제의 초점을 군필자 비하로 모았다. 그 맥락을 따라 네티즌은 초점을 참전용사 비하로 옮겼다. 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극단적 페미니즘이 일으키는 남성·군인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와 조롱이 자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이라크전 참전용사 故 후마얀 칸과 가족을 무슬림이라며 조롱하자, 미국 재향군인 사회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기도 했다. 반면 모 방송사의 참전용사·군인 혐오 표현이 케이블로 송출되고, 슬그머니 유튜브에 올려짐에도 이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이나 심의기관의 조치는 미미한 수준으로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의가 다시금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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