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아무말 대잔치
상태바
[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아무말 대잔치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4.16 14:42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방송된 '아무말 대잔치'. 사진=KBS
KBS '개그콘서트'에서 방송된 '아무말 대잔치'. 사진=KBS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여러분이 즐겨봐 주시는 덕에 제가 메일링 서비스로 제공하는 '말글레터'가 7년여 동안 500회를 넘기면서 몇 권의 단행본으로도 나왔습니다.

첫 책이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 다음이 ‘재치 있는 말솜씨를 지니거나 분별력 있는 침묵을 지키거나’였고, 이어서 나온 것이 ‘꽃이 되는 말 칼이 되는 말’과 ‘먹히는 말 막히는 말’입니다.

다음 책은 ‘덕이 되는 말 독이 되는 말’이라고 미리 제목을 정해두고 최근 썼던 글을 엄선해 문맥, 용어 다듬기와 시의성 타당 여부를 살피는 작업 중인데요, 이 타이틀도 무방하겠다 싶은 게 떠올라 그렇게 할까 생각하다가 혼자 실소를 하고 말았습니다.

무슨 제목을 떠올렸느냐 하면요, 허허 글쎄 ‘아무말 대잔치’였거든요.  

말 그대로 ‘아무 말’은 깊거나 얕거나 사고라고는 전혀 없이 자기 하고 싶은(입에서 나오는) 말을 마구 내뱉는 것입니다.  

그런 ‘아무런 말’을 모아 분석이랄까 따져보고 시비를 거는 것도 재밌겠다 싶은 혼자만의 치기였죠. 그런 걸 떠올렸다는 것만으로 부끄부끄 쑥스쑥스~입니다.

어제가 총선이였죠? 요 며칠 사이에 들은 ‘아무 말’만 모아도 몇 가마니가 되겠더라고요.  시정잡배들도 잘 쓰지 않는 희한하고 상스러운 말을 선수(후보자)나 감독(선대위원장)들이 더 잘하더라니까요!

미디어에선 덩달아 21대 총선을 역대급 ‘막말선거’라고도 이름을 붙이더군요. 언론은 수상하게도 이런 ‘막말’을 아주 찰지게 재밌어 못 견디겠다는 듯 대방출을 해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하라는 건가요?

눈귀 버릴지 모르겠지만 시궁창이나 짐승들 입이 아닌 사람들 입에서 나온  실언(失言) 허언(虛言) 괴언(怪言) 비언(鄙諺) 속언(俗言) 췌언(贅言) 色言(색드립)....등등 몇 가지만 더 읽고 들어보세요.

차*진 “현수막이 쓰리섬을 하네요 ㅋㅋ!”
백*우 “그들은 사람이 아니고 쓰레기들!”
김*호 “3,40대는 무식하고, 노인들은 장애인이 돼!”
이*찬 “부산에 오면 초라한 느낌이 들어!”
황*안 “n번방 호기심에 본 사람들은 괜찮지 뭐!”
김*국 “그런 빵빵한 사람이면 당장 장가를 가징!”
이*재 “내가 그의 호위무사가 돼서 지켜줄랭~!”

양 진영서 골고루 그리고 사이좋게 주고받거나 혼자 내뱉은 베스트 아무말로 선정된 것들 몇 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잘 안 쓰시는 내용이지만, 속뜻 겉뜻 다 아시겠죠?

‘아무말 대잔치’는 유명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1년을 더 한 인기 꼭지였습니다. 국내 유일한 코미디 평론가인 이 김작가가(에헴!!) ‘아무말 대잔치’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죠.

“에...말과 말(또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합당한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주제들이 줄줄 나온다든가, '의식 흐름 그따위 것은 개나 주라'는 식으로 인과관계가 도무지 맞지 않는 말(문장)을 뇌는 1도 거치지 않고, 술술 내뱉는 꼴사나운 모양새가 ‘아무말 대잔치’ 아니겠느냐? 보는 사람은 저런 엉터리보단 내가 낫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킥킥대고, 정작 말을 하는 자는 얼치기를 가장해 오물을 퍼붓는 고도의 저의...”라고 일갈성 평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4.15선거에서 어마어마한 자리인 국회의원이 못 되신 분들, 아예 도중에 후보자격을 박탈당하고 만 사람들은 이 말을 수 백 번이고 곱씹어 보시라는 말 드립니다.

“입 안의 말은 내가 다스리지만, 입 밖의 말은 나를 다스린다.” SW

erobian200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