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포스트코로나 경제 위기, 이렇게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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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포스트코로나 경제 위기, 이렇게 닥친다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4.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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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IMF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 전망
정부, 일자리 지키기 강조했지만 33만명 수준 실업난 우려
19일 4.19혁명 기념사에서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KBS 뉴스 화면 캡처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감염병과 함께 닥쳐온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국회에서도, 국민들께서도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4·19혁명이 추구했던 정치적·시민적 민주주의를 넘어 모든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로 확장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구현해야 할 4·19혁명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19일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진행된 제60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19 혁명 정신을 거론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 극복이 국가적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는 8명으로 61일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지만 성공적 방역을 자축하는 분위기는 사회 전반적으로 잠시 뿐이었다. 전염병만큼이나 무서운 경제적 위기가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 IMF 이후 최악의 경제 온다

코로나19 전염병을 극복한 이후에 다가올 상황인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위기다.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5.1%) 이후 약 22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1.2%)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분석기관이나 신용평가사, 투자은행(IB)에서 나온 적은 있지만, 국제기구 전망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일명 IMF사태는 우리나라에 트라우마와도 같은 기억을 남긴 금융위기다. 문 대통령은 4·19혁명 기념식 기념사에서 "IMF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1920~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로 진단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IMF는 한국도 올해 마이너스 1.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룸버그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 역시 지난 7일 ‘글로벌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1분기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연율 환산)은 전 분기 대비 1.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월별 성장률 전망치는 더 심각하다. 2월은 0.1% 정상률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에는 마이너스 –0.5%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역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생산업체가 원유에 돈까지 얹어줘야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베스트증권 이안나 연구원은 마이너스 유가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원유시장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 채용 가뭄, 신입 설 자리 더 줄어든다

4.19혁명 기념사에서 일자리 지키기를 강조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 출처 =KBS 뉴스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4·19혁명 기념사에서 “핵심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과 노동자를 돕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특히 일자리 지키기에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올해 신입 채용계획이 3분의 2 가량 취소됐고, 채용규모는 44%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2020년 대졸신입 채용 동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코로나로 인해 신입채용에 직격타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올해 확실한 채용 계획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코로나 전과 후의 채용계획은 각각 △60.7%에서 △21.1%로 무려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 이후 채용계획을 밝힌 기업은 △대기업(37.0%) △중견기업(21.0%) △중소기업(18.5%) 순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올해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라고 답한 기업은 코로나 전과 후 각각 △8.7%에서 △19.4%로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채용여부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기업의 경우 코로나 이전 △7.0%에서 이후 △25.6%로 그 증가율이 3배 이상 달했다.또 “귀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신입사원 채용계획에 영향을 받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다 84.9%(매우 그렇다 44.5%, 다소 그렇다 40.4%)와 △아니다 15.1%(그렇지 않다 10.6%, 전혀 그렇지 않다 4.5%)로 각각 확인됐다.

한국경제원구원도 지난 17일 '대량실업 방지를 위한 10대 고용 정책 과제'를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경연이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코로나19의 고용시장 피해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내 고용시장에는 최대 33만3000명에 달하는 신규 실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세계경제 동반 침체,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경제의 특수성, 코로나19 이전에 실물경제 침체가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신규 실업자 수가 18만2000명에서 33만3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 19일 문 대통령은 “정부는 노사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고용, 사회 안전망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반도체, 자동차, 디지털화폐는 ‘기회로’

다만,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돌릴만한 업종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 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가전·배터리 등 IT(정보기술)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내 진정될 경우 올 하반기 '수요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세와 비대면, 콘텐츠 중심의 새로운 산업지형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 따른 신기술 채택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배터리 등 4개 업종협회와 공동으로 21일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에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부품인 2차전지 시장도 전망이 밝다"며 "경쟁관계인 중국기업과 격차를 벌일 수 있도록 핵심소재·장비의 국산화, 차세대 전지기술력 제고 등이 코로나19 대응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정KPMG가 20일 발간한 '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산업 동향 및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해외 코로나19 종식 시점에 맞춰 달러 강세 상황 등을 이용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정KPMG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발표에 의하면 내년부터 기저효과에 따른 반등으로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8,697만대에 이르고, 판매량도 12.2% 증가한 8,593만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 증가율은 다소 둔화되나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 종식 또는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밖에 전 세계 통화 당국은 현금 대신 디지털 화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초 현금에 바이러스가 묻을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을 쓰지 말라고 권고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결제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었다”며 “디지털 화폐의 발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W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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