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에 인기 '제주광어 드라이브스루'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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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에 인기 '제주광어 드라이브스루' 체험해보니
  • 오영주 기자
  • 승인 2020.04.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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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가에도 3천만원 수익 거둔 광어 드라이브스루, 2차 판매도 성황
전국 방방 곡곡 '드라이브스루' 인기, 농축수산 살리는 비법 될까?

[시사주간=오영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민생이 힘들어지면서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도지사가 직접 감자판매에 나서 ‘감자파는 도지사’로 눈길을 모았으며, 제주도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DT) 를 활용한 수산 및 축산물 판매로 이슈화 되고 있다. 

제주도가 선택한 방식인 드라이브 스루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나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처럼 차 안에 앉아서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물건을 받아간다. 판매자와 오랫동안 흥정할 필요가 없어 코로나 시대에도 적합하며, 렌터카를 주로 이용하는 관광객 타깃에도 적절하다.

특히 드라이브 스루 품목으로 첫 등장한 광어는 지난 달 31일부터 닷새간 진행한 끝에 당초 예상 물량 2000팩(원물 기준 약 2t)을 초과한 3110팩(원물 기준 약 3.2t)을 판매하며, 약 3100여 만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지난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한 2차 드라이브 스루는 물량도 1차 행사때보다 대폭 늘려, 원물 크기 2kg 이상 대광어 1일 1000팩을 준비했다. 판매 가격은 팩당 1만원으로 시중가보다 50% 할인된 금액이다. 

◇ 경찰까지 동원한 ‘제주 광어 드라이브 스루’ 현장 방문기

교통 경찰까지 동원된 드라이브스루 대기 현장. 사진=오영주 기자
원활한 진행을 위해 경찰이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18일 기자가 방문한 2차 광어 드라이브 스루는 이호테우 해변의 상징인 말 등대 일원에서 진행됐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행사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일찍 출발했으나 행사 시작 15분 정도를 남겨두고 정체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주말에 나들이를 떠난 차량들 때문인 줄 알았으나 차량들이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아, 그제서야 드라이브 스루를 위한 대기줄임을 깨달았다. 행사장에서부터 꽤 떨어진 곳까지 이어진 대기줄 때문에 교통 경찰까지 등장했고, 일찍 출발했음에도 무려 40분을 기다린 끝에 행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 광어 드라이브스루 행사장 현장. 사진 = 오영주 기자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광어를 판매하는 모습.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열린 차량을 통해 광어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오영주 기자

정체 시간이 길어 광어를 받는 과정이 복잡한가 했으나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광어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분도 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다가와 미리 봉지에 담아둔 광어와 현금 만원을 열린 창문을 통해 교환하는 형태로 코로나 상황에도 부담이 없었다. 40분간의 대기는 그만큼 많은 차량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1차 판매 당시 20분만에 완판됐다는 이야기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봉지를 받는 즉시 열어보니 생각보다 푸짐한 양에 두툼하게 썰려 있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한 봉지 더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차량 당 1팩으로 제한돼 있어 아쉽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함께 드라이브 스루 대열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래 기다렸는데 한 팩밖에 못사서 아쉽다”면서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양과 퀄리티면 너무 훌륭하다”며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물량은 한정돼 있고, 아직도 대기 차량이 길게 남아 있으니 한 팩씩만 사는게 맞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우리야 싸게 구입해서 좋지만,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싸게 팔아야 하니 안타깝다”는 반응도 보였다. 또 드라이브 스루 방식에 대해 “좋은아이디어”라면서 “이렇게 해서라도 소비를 진작하고, 업계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드라이브 스루’에 등장하기까지…악재 겹친 광어의 눈물

제주는 전국 양식광어 출하량의 절반 이상인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10여 개 나라 수출량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연산만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제주 양식 광어는 특유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인해 회(사시미)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를 통해 구입한 제주 광어의 모습. 사진=오영주 기자

실제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구매한 광어 회를 먹어보니 부드러운 식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전에 먹어본 것들은 많이 씹다보면 이가 아픈 경우도 있었으나 제주산 광어는 두툼하게 썰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씹혀 목넘김이 수월했다. 또 씹을수록 묘한 단맛이 올라와 질리지 않는 중독성이 있었다. 

이러한 맛과 품질은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철저한 품질 안전 시스템 덕분이다. 김성석 광어 양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도 광어는 제주도가 가진 지역 여건상 깨끗한 제주 바닷물과 지하 70m~10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지하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섞어서 21°C의 수온을 제공하고 있다. 좋은 광어 생산을 위한 최적의 수질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제주 광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쟁 횟감인 연어, 방어 수입량에 밀리고 경제 불황에 휩쓸리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19까지 겹치니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회는 집에서 혼자 먹기 보다는 바닷가나 수산시장, 횟집 등에서 여럿이 둘러 앉아 외식겸 안주 삼는 분위기가 보통인 만큼 국내 소비부터 매우 위축됐다. 

전체 광어 수출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판매국인 일본의 수입 규제 강화와 코로나로 인해 수출길도 막혔다.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 갈등 연장선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한국산 광어의 검역 비율을 20%에서 40%로 늘려 광어 수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에 일본 대신 베트남 등으로 수출 시장을 전환했지만,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산지 가격이 최저를 기록했다.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광어 산지 가격은 지난해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지난 3월에는 최근 12년 만에 가장 낮은 ㎏당 7천원대까지 떨어졌다. 2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산 광어의 평균 산지 가격은 ㎏당 7천766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9천240원, 평년 1만1천817원에 비해 각각 16%, 34.3% 낮은 수준이며, 2008년 12월 7천526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 전국 방방곡곡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경제에 활력 될까?

이러한 상황 속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이어질 ‘비대면 판매 방식’에 적합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만으로 시름하는 산업을 다시 일으켜세우기는 어렵지만, 소비자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2, 3차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만 해도 소비 트렌드에 적합함을 알 수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은 제주뿐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퍼지고 있다. 동해 및 노량진 수산시장 등에서도 지난 3월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주말 동안에 실적이 잘 나와서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서비스를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코로나19로 위축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 6개 도시에서 양식 수산물 할인판매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품목 또한 다양해졌다. 제주는 광어드라이브 스루에 이어, 돼지고기와 뿔소라 드라이브 스루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으며, 산림청은 대전시청 앞에서 제철 산나물을, 충남 천안시는 급식용 농산물을, 함안군은 수박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2차까지 농산물을 성공적으로 판매했던 서산의 맹정호 시장은 “시민들의 적극적 동참 덕분에 일부나마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성적이 좋았음을 전하기도 했다. SW

oy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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