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은 값이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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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은 값이 싸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4.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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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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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청년은 값이 싸다.’ 이 한 문장은 보는 이에게 과한 어감일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특히 병역을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한해 이 한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돼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겪은 한국에서 이 말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로 바뀌었다. 둘 모두 맥락은 자유-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선 많은 이들-특히 청년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같은 뜻이겠다.

하지만 필자는 그 말에서 대한민국 병역제의 민낯을 느낀다. 국방의 견고함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절대다수의 청년-질환자일지라도-은 오늘도 징집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나무도 국방이란 반석위에서 자라는 나무다. 그 반석은 다름 아닌 청년 남성들의 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 주 3부작 기획 기사로 마친 서초1동 주민센터 사회복무요원 사망사건이 그러한 가까운 예다. 한 청년이 목숨을 잃게 된 자취들을 따라가면서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어떻게 평범한 청년들의 어깨에 짊어지도록 하는지, 국방이란 이름의 노동이 어떻게 청년들에게 부과되는지를 느꼈다.

무릇 혁명과 전쟁에서 가장 많이 죽고 다치는 이들은 청년이다.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방력을 지닌 미국은 참전 군인의 근무 및 전역 후 사회 보장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편이다. 미국은 남북전쟁인 1863년 7월 뉴욕 징병거부 폭동으로 이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반면 한국은 청년들에 대해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방보다 군 장병을 사역에 동원시키는 등 청년의 노동력 착취를 이제는 당연시 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올해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민들은 아들과 형제가 국방의 의무와는 먼 빙상장 청소, 마스크 생산 인력으로 투입되는 모습을 봤다.

이는 병역을 이행하는 청년의 명예와 ‘값’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하겠다. 휴전 국가에서 지뢰로 다리를 잃거나, 지자체가 질환자를 죽음으로 내몬 업무를 맡겨도 보상은커녕 명예마저 혐오로 훼손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다. 명예는 없고 착취만 남은 병역이라는 자조가 청년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반면 국가의 지도자는 청년의 인권을 높이기보다, 더 싼 값으로 국방을 유지하는 것이 이익으로 보는지 의문을 만든다. 그래서인지 유신시절의 악법이 지금까지도 건재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착취 당한 청년들, 아들을 잃은 이들의 아우성이 지금까지도 멎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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