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가 만든 신풍경, '드라이브 스루'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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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코로나19가 만든 신풍경, '드라이브 스루' 총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4.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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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 총회, 조합원들 차량에 탄 채 참여
방호복 입은 관계자들 모습 눈에 띄어, 국토부-서울시 '예방' 전제로 허락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비슷한 행사 계속 이어질 듯
28일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에서 열린 '드라이브스루' 총회에 참여한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28일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에서 열린 '드라이브스루' 총회에 참여한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8일 오전 11시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앞, 평소와 다르게 차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차를 안으로 들이기 위한 교통정리가 진행된 가운데 맞은편 인도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들의 열을 체크하고 손 소독을 하도록 유도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한 사람이 일일이 줄을 선 사람들의 손에 소독제를 뿌려주고 있었다.

"오늘 총회를 해요. 단지 사람들이 다 나와서 이렇게 있는 거지. 나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몰라요. 그저 이렇게 잘 들어오도록 정리만 해주면 되는 거지". 교통정리를 하던 한 분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이날 개포주공1단지에서는 재건축 조합의 '드라이브 스루' 총회가 열렸다. 당초 이들은 3월에 총회를 개최하려했으나 코로나19 전염을 우려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연기를 요청하면서 3월에 총회를 열지 않았다.

단지로 들어서는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단지로 들어서는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손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손 소독과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서울 주요 정비사업 조합에 총회 개최 등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고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조합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배제 등을 위해서라도 총회를 열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총회가 성사되려면 재적조합원의 20% 이상이 현장에 참석해야하는 상황. 이들이 택한 것은 바로 '드라이브스루' 총회였다. 자동차 극장처럼 조합원들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총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반대했던 국토부와 서울시도 "충분한 사전예방 조치를 취한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며 '예방'을 전제로 드라이브스루 총회를 허락했고 이 때문에 이날 총회에는 방호복까지 갖춰 입은 이들이 손 소독을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전염의 우려가 아직 있기에 줄을 몇 사람씩 떼어서 세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투표를 위한 접수처의 줄은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줄이 길게 이어져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오신 분들도 여기서 줄을 서서 접수를 하고 계십니다. 투표를 우선 마치고 가려는 분들도 있어요". 한 진행 요원이 전한 말이다. 접수를 받는 관계자들도 방호복을 갖춰 입었고 손 소독 후 투표를 하도록 유도했다.

총회장으로 들어선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총회장으로 들어선 차량들. 사진=임동현 기자
접수대에 줄을 선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접수대에 줄을 선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사진=임동현 기자

들어오는 이들이 많은 관계로 총회는 예정보다 약 20분 정도 늦게 시작이 됐다. 총회에서는 관리처분계획변경(안) 승인, 상가재건축 제2차 부속합의서 및 합의서 이행확인서 승인 등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공터에는 100여대의 차량이 세워졌고 이들 모두 총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멘트가 있었다. 안건을 설명한 뒤 이와 관련된 질문이나 발언을 받을 때마다 사회자는 "말씀하실 분 계시면 전조등을 켜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했다. 전조등이 켜지면 안내 요원이 발언을 요청한 이에게 마이크를 전달하는 식이다. 하지만 차량에서 질문이나 발언을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여기 전조등이 켜졌네요. 네? 아, 그냥 켜신 것이라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다고 총회가 조용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맨 앞 의자에 앉은 이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홈페이지에만 올리지 말고 주민들에게 일일이 정보를 알려라', '법적 검증을 거쳤는가' 등의 질문과 발언이 이어졌고 간혹 격한 의견 대립도 있었지만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총회 중간중간 차량이 떠나면서 어느덧 개표를 앞둔 시간에는 차들이 드문드문 남아있었다. 긴 시간의 개표 끝에 안건들이 가결되면서 총회는 막을 내렸다.

개표를 하는 조합 관계자들. 방호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임동현 기자
개표를 하는 조합 관계자들. 방호복을 입은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임동현 기자

조합 관계자는 "총회를 계속 늦추면 우리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기에 이번에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총회를 진행했다. 서울시, 강남구와 잘 합의를 해서 오늘의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큰 사고가 없었다고 들었고 조합원들도 진행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대안으로 부상한 드라이브스루가 음식 배달로, 교회 예배로, 그리고 조합 총회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새로운 바람,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에도 아직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철저한 예방을 전제로 한 이런 행사들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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