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 라운지] 시니어 주거형태, ‘UBRC’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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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 라운지] 시니어 주거형태, ‘UBRC’를 주목해보자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5.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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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asell Village 홈페이지
사진=Lasell Village 홈페이지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5월은 소통이 많은 달이다. 기승을 부렸던 코로나19가 주춤해지고 싱그러운 날씨까지 겹치며 '가정의 달'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필자도 날씨가 좋은 틈을 타 이번 연휴기간 동안 부모님 댁을 방문해 여가를 보냈다. 아버지께서 바다를 바라보시며 어머니께 "몇 번이나 더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많이 담아두오" 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부모님이 팔순을 넘기시고 자녀들이 장성할 무렵이 되자 역시 주위에서 부모님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들을 피해갈 수 없다. 필자의 지인도 최근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시게 됐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노인 문제에 대한 조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루어져왔다.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2025년에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 시기가 매우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이것이 사회전반에 미칠 영향은 아직 겪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피부로 체감하기 힘들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비롯해 노인에 대한 의무지출(기초연금 및 노인장기요양 보험 비용)이 2022년까지 연평균 14.6%씩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다만 노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일치감치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전망은 밝지 못하다. 정부가 노인복지 예산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으나 가파른 노인 인구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해 향후 국가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올해 노인 복지 예산이 약 16조5000억원인데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 2029년 무렵에는 약 30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노인 복지 예산에는 노인 돌봄서비스, 노인 일자리 운영 사업 및 노인 요양시설 확충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마저도 취약 계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문제는 경제, 건강, 소외, 사회참여제한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의외로 기존에 조명하던 경제와 건강문제에 비해 노인이 겪는 문제들 중 사회참여제한 문제 경험률이 66.6%로 가장 높았고 소외 문제 경험률이 59.4%로 두번째로 높았다. 특히 이 두가지 문제는 노인 주거 형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노인 주거 문제는 좀 더 세심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요양원과 같은 시설 주거 형태에서 벗어나 주거형태의 다양화를 통해 노인들의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적당한 수준의 과업을 제공함에 따라 삶의 의미를 찾아 줘야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의 재정적 상황 및 정부 차원에서 노인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와 방식을 미루어 보았을 때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요양원과 같은 시설을 제외한 주목받는 노인 주거 형태는 노인생활보조 주거(Assisted Living)와 연속돌봄은퇴주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 CCRSs) 형태가 있다. 전자는 건강한 노인이 거주하는 ‘독립생활주거’와 동일하지만 약 복용, 목욕, 옷입기, 식사 제공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후자는 노인주거복합단지의 개념으로 단지 내에 생활시설부터 요양원까지 포함하며 건강 상태가 악화되도 여전히 단지내에서 머물며 거주형태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속적인 인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용인 삼성 노블카운티와 김제시의 노인전용아파트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대학연계은퇴자마을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는 대학캠퍼스 안에 노인전용주거시설을 건설하고 평생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주거 형태다.

현 미국의 베이비 부머세대들이 노인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안된 형태인데 이들 세대의 대학진학률과 교육수준이 높고 은퇴 이후에도 여전히 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니즈를 착안해 형성되었다. 단순히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을 넘어 캠퍼스에 시니어 전용 주택을 설치하고 입주자 도서관 및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며 시니어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학력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감소로 인한 지역 대학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UBRC’은 좋은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대학은 평생 교육 수요층을 확보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대학 캠퍼스의 넓은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미국은 100여개 대학들이 UBRC를 조성했고 향후 15년간 400여개가 이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에서 의무지출을 통해 노인 경제,건강 문제에 힘쓰고 있다면 민간 차원에서 노인 주거 형태를 다양화해 노인 소외 문제 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요양원 및 실버타운 등의 고전적 노인 주거 개념에서 벗어나 기존의 사회 인프라와 연계하여 노인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면 실버산업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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