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강원도 산불과 장애인의 안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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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강원도 산불과 장애인의 안전권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5.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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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강원도 고성에서 또 산불이 났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1일 저녁 8시경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산불로 번진 것이다. 지난해 발생했던 대형 산불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했다. 더욱이 태풍급 강풍이 불어 산불은 거세졌고, 심야시간이라 산불 진화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 인근 부대에 복무중인 군인 가족들의 가슴도 타들어갔다. 다행스럽게 정부가 신속히 움직였고, 주민과 군인들의 대피도 이루어졌다. 전국으로 소방 동원령이 발령되어 전국의 소방차와 인력이 강원도로 모여들었다. 이러한 대처 덕분에 다음날(2일) 불은 진화될 수 있었다. 산림소실, 주택 화재 등 피해가 있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산불 직후 방송사들도 뉴스특보를 시작했다. KBS는 뉴스특보와 함께 수어통역을 내보냈다. MBC, SBS는 12시 30분경, YTN은 1시경부터 수어통역이 했다. 수어통역이 없는 채널이 있었지만 지난 해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과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이 일어날 당시, 뉴스특보를 하던 방송들이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방송사 게시판에 민원이 이어지고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방송사 일부가 수어통역을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장애인단체인 ‘장애벽허물기’가 방송사와 정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했다. 결국 관련 정책이 개선되고, 관련 예산이 책정되는 등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들이 이번 산불 뉴스특보에서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수어통역 외의 장애인 관련 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등이 산불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서비스도 없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라 그럴 수 있지만 대피를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발송된 재난문자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 텍스트(문자)로만 되어 발달장애인이나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시각청각(중복)장애인에게 어떻게 재난정보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각장애인들이 자력으로 대피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산불은 재난의 문제이다. 재난은 인간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2006년 유엔에서 발효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장애인이 생명권을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제10조)”조치를 위하도록 하고 있다. 생명권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조항에서는 “위험한 상황에서 생명이 위급하거나 구조가 필요할 경우 장애인들의 생명권을 보장하고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제11조)” 하고 있다.

장애인의 안전과 협약의 이행을 위하여 2016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의 근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개정 법률을 근거로 2017년 9월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도 만들어졌다. 정책은 재난 등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전 보장이다. 그러다보니 간접서비스의 하나인 재난방송이나 재난정보 등이 취약한 측면이 있다. 이를 보완하려 지난 해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발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하지만 이제 곧 끝나는 국회와 함께 법률안은 폐기된다.
 
다행인 것은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이종성 당선인(미래한국당)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이 당선인은 21대 제1호 법안으로 ‘장애인 재난보호법안’을 발의하겠다는 포부도 보이고 있다. 발의하겠다는 법안에 어떤 내용을 담길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이 재난 정보접근 문제는 빼놓아서는 안 된다. 만일 독립법률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개별 법률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강조하고 있듯 생명권은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안전보장은 필수이다. 장애인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재난안전 관련 매뉴얼이 보편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난방송을 비롯한 재난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한다. 문을 열 21대 국회는 물론 현 정부가 앞으로 신경써야할 과제들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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