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자충수, '불매운동' 재점화…"실수가 잦으면 그게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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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자충수, '불매운동' 재점화…"실수가 잦으면 그게 실력"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5.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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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안' 발표 당일 '타사 비방' 악재…경찰 수사 확대 
사과 입장문에 또 비방…'실무자 판단' 꼬리자르기 시도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를 비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사주간 DB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를 비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다. 시사주간 DB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재점화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를 비방하는 '온라인 여론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유에서다. 

소비자들의 "더 떨어질 신뢰도 없다"며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 속에서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 이후 크고 작은 사고로 여전히 '갑질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남양유업이 또 다시 궁지에 몰렸다. 

특히, 대리점과의 상생안을 발표한 당일 경쟁사 비방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뼈 아프다. 

지난 6일 남양유업은 "자발적으로 대리점을 위한 시정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국내 최초 협력이익공유제 시범적 도입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농협 수수료율 유지 △대리점 단체의 교섭권 강화 △대리점 후생 증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언론을 통해 경쟁사 비방 논란이 불거졌다. 남양유업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달았던 정황이 확인돼 경찰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것. 

이어 지난 7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해 남양유업 팀장 3명과 홍보대행사 대표, 직원 등 모두 7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3월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에서 운영하는 목장이 원전 근처에 있어 방사능 유출 위험에 노출됐다는 내용의 비방글을 반복적으로 작성했다. 

매일유업 측은 자사를 비방하는 글이 반복해서 올라오자 아이디 4개를 파악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남양유업이 동원한 홍보대행사 직원들이 50개 이상의 아이디를 통해 해당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방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남양유업은 앞서 2009년 일부 직원이 맘카페에 '경쟁사가 이유식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내용을 유포해 맞고소전을 벌였고, 2010년에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사 제품에 유해성분이 들어간 것처럼 광고해 과징금을 받았다.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판촉사원이 경쟁사의 분유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제품에 유해물질이 들어있다. 제품을 보내주면 자사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또 같은 해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일으킨 '갑질논란'이 불거졌다.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이 공개된 것. 

당시 남양유업은 공정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대국민사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돌아선 민심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비방 논란'은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재점화 시켰다. 특히 남양유업 측의 무성의한 '사과문'은 "남양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남양유업은 비방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7일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사과했다. 

경쟁사 비방 논란이 확산되자 남양유업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성의없는 사과문은 오히려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남양유업
경쟁사 비방 논란이 확산되자 남양유업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성의없는 사과문은 오히려 불매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측은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km 근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면서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건에 대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한다면서도, 경쟁사 비방 게시글에 포함됐던 내용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킴과 동시에 실무자의 개인적 판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무가 개인이 이 같은 결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실행에 옮겼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조직이 구성원을 보호하기 보다 '당사자'라는 단어를 선택해 손절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사실상 꼬리자르기에 가까운 시도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이번 수사가 유독 아플 수 있다. 지난 갑질의 여파를 가까스로 수습하던 시점에 다시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디저트 카페 '백미당'에 남양이라는 이름을 지웠고, 남양F&B 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바꿨다. 최근 '협력이익공유제' 도입까지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이미지 쇄신을 위한 시도였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기회의 순간, 위기를 자초했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하루이틀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히 식품업계의 경우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어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수가 잦으면 그게 실력이다"는 충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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