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중등학교 한복 교복 보급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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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중등학교 한복 교복 보급 이대로 괜찮나?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5.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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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체육관광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중·고등학생들이 2학기부터 희망학교에 한해 한복교복을 입게 됐다. 학생들이 입는 교복이 생활한복 형태로 바뀌는 것은 느닷없고 급작스럽게 추진된 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유은혜 교육부 부총리 겸 장관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동으로 이에 대한 발표를 했다. 한복교복 사업은 교육부와 문체부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중·고등학생들이 한복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2020 한복교복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며 “한복교복 지원학교를 선정하고 3년간 한복교복 구입비를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한복교복은 ‘한복진흥센터’가 한복제작업체와 계약해 학교로 현물지원을 한다. 1인당 동·하복 각 1벌씩 총 30만 원 한도인 식이다. 교육부와 문체부는 지난해 4월부터 ‘한복교복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복교복이 현재 입고 있는 교복보다 실용적이고 편안한 것인가에 대한 점도 다각도로 따져봐야 할 일이다. 또 한복교복을 도입함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평소 학생들이 똑같이 교복을 착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측은 “교복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이며 개성을 말살하는 반교육적인 처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교복이 일제 강점기에 도입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교복은 시대에 따라 변천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원래 교복은 군복의 영향을 받았다. 군복의 역사는 17세기부터 시작돼 두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다양하게 개조됐고,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 교복 스타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해군의 세일러복 역시 19세기 초반 무렵 영국 해군 수병용 복장이 시초다.

현재 중등학교 교복에서 일제강점기의 잔재는 찾아볼 수 없다. 교복과 동시에 편한 생활복도 겸용해 입기 때문에 교복이 학생들을 구속한다고 보기도 어렵겠다. 다른 국가들도 학생들 대부분 교복을 입는다. 서구의 공립학교는 대부분 자유로운 복장이지만, 사립학교나 가톨릭계열 학교들은 공히 교복을 입는다. 중·고교 생활의 상징과 추억은 교복에서 시작하는 법이다.

필자의 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지금의 교복보다 재질은 나빴어도, 정성껏 손질해서 입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하복 상의의 세일러복 깃은 풀을 먹여 다림질로 빳빳하게 만들었다. 주름치마는 손세탁 후 가지런히 정돈해 두꺼운 요 밑에 깔았다. 자고 일어나면 주름이 칼같이 잡혔다. 학교마다 지정된 교복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달랐다. 얼마 전 정읍시의 유명한 쌍화차 찻집에 들렀더니, 여주인이 예전 여고 교복을 입고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필자가 고교 시절에 입었던 교복과 너무나 흡사해 가게 주인과 한참동안 교복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기도 했다.

교복의 장점 중 하나는 사복과 달리 등하교시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요즘 중·고생들은 선배들이 졸업한 후 깨끗이 세탁해 기증한 교복을 물려 입는 경우도 활발하다. 지인들의 자녀들도 대부분 그렇게 한다. 또 생활복이 따로 있어 교복과 대체해 입어도 무방하다. 여학생들 중에는 헐렁한 스타일이 싫어서 상의와 하의를 수선해 꽉 끼게 입는 것도 그들만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함께 업무 협약으로 추진하는 한복교복 보급은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점, 실용성을 강조한 생활한복 디자인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현재 전국 중등교육 기관 중 생활한복을 교복으로 입는 학교도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복교복이 과연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고개가 갸웃거려 진다. 한복 디자인은 복식이 고정돼있어 아무리 생활한복 스타일로 바꾸더라도 크게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생활한복 디자인을 다양하게 개조해 입으면 오히려 정체불명의 한복교복이 탄생할 수도 있다.

교육부와 문체부가 공개한 한복교복 시범사업 포스터를 보더라도 전통적 복식는과 거리가 다소 멀어 보인다. 공개된 동계·하계 교복 예시 사진에서는 남녀학생 모두 저고리 형태의 상의로 제작됐다. 책상에 오래 앉고, 동시에 활동량도 많은 학생들에게 한복교복이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또 자주 세탁을 해야 하는 교복을 한복교복으로 바꾼다면 물빨래하는 데 지장은 없을까. 요즘 교복은 물빨래를 해도 다림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천이 기능성면에 있어 뛰어나다. 한복교복으로 바뀌면 동복, 하복이 기존의 교복만큼 실용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교복을 한복형태로 바꿈에 있어 무엇보다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교육부, 문체부는 총 20개교 시범 사업이라지만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을 할 수 있다. 한복문화 진흥을 위해 교육부나 문체부에서 추진해 진행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의견 수렴을 거친 후에 결정돼야한다는 말이다. 과연 그런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 든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당국이 모여 공청회라도 열어 토의하는 방식이 우선돼야하지 않나.

한복교복 구입비 지원과 희망 학교·학교장·학부모회와 협의를 거쳐 도입된다 손쳐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시대에 맞게 학생들이 활동하기 쉽게 편안한 캐주얼한 생활복을 다양하게 입을 수 있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학업에 집중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실용적인 복식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문화 계승 취지도 좋고 한복문화 진흥도 필요하지만, 한복교복 도입에 있어 학생과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은 부족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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