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던바의 수’와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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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던바의 수’와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역할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5.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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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동현 기자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발칙한 진화론>(2011)이라는 책이 있다. 영국의 진화인류학자인 던바(Robin dunbar)교수가  쓴 책으로,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집단의 크기’로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인간의 경우 교류하는 이들이 150명 정도 되는데, 이러한 숫자가 인간다움을 만들었다 한다. 

동물의 경우는 인간과 달리 집단의 크기가 작다고 한다. 침팬지의 경우는 65마리 정도이다. 긴팔원숭이 평균 14.8마리, 고릴라 33.6마리, 오랑우탄 50.7마리 정도의 교류를 한다. 더 나아가 교류의 크기에 따라 두뇌(대뇌 신피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내의 수적 크기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던바의 수’는 검증이 필요하다. 인간만이 교류집단이 큰 것이 아니며, 두뇌의 크기만으로 인간과 동물을 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경우 교류하는 이가 많다고 지적으로 우수하거나, 교류하는 이가 적다고 동물에 가깝다고 할 수 없다. 외적 교류가 아닌 내면을 개발하는 이들도 있고, 정보습득을 중심으로 인지를 개발하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교류하는 이가 많을수록 유리한 측면은 있다. 사회적으로도 힘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정보만이 아니라 자산축척이나 권력을 형성에 유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지연’이나 ‘학연’ 등 인맥이 이것을 뒷받침해준다. 이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교류의 기회가 적은, 인맥 등을 통원할 수 없는 장애인들의 삶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장애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2018)를 보면, 장애인 복지사업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정보매체 다음으로 친구․이웃(28.1%)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친구 등 지인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는 0.2%에 불과하다. 오히려 학교 등에서의 친구들이 장애인 이해부족을 경험하거나 놀림을 받는다 한다. 

이러다보니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제한되고, 교류의 범위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누구와 교류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권도 장애인에게 많지 않다. 자연히 교류하는 이들과의 만족도도 높지 않다. 던바 교수의 수적 논리를 빌린다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몇 달간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타인과 교류가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코로나19로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을 없거나 수어통역 지원을 받지 못하여 일상생활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었다. 장애인을 지원할 인력이 연결이 안 되어 유지되었던 교류들마저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더 나아가 사회와 단절되었던 이들도 있었다. 시청각 등 중복,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코로나19의 상황은 고사하고 전송되는 재난 문자의 내용도 알 길이 없었다. 남의 도움이 없으면 외출이나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 없으니 자연히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 정보가 없어 막연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버티어 왔다.

역사를 돌아보면, 사상이 발전하면서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관계가 주종(主從)이 아닌 상호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이라는 사상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인류 보편의 인권의 개념이나 민주국가의 틀들이 만들어졌다. 시민에 대한 국가의 책무도 강조되어 갔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 동안 국가가 행해온 역할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어떤 지원을 했었는지 말이다. ‘지연’이나 ‘학연’ 등의 구조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왔는지, 코로나19에서 드러난 장애인의 단절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말이다. 

‘던바의 수’가 권력으로 작동하는 사회 구조에서 장애인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복지혜택 만으로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 따라서 ‘지연’이나 ‘학연’ 등을 줄여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장애인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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