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정은 위원장의 부담스런 재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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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은 위원장의 부담스런 재등장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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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식장 나타난 김 위원장 "진짜냐" 등 계속 여진
잠행-재등장 과정에서 1인 지배체제 불안정성 노출
북한이 오히려 '인포데믹'현상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
지난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지난 1일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압승이었다.

김 위원장은 건강이상설, 사망설 등이 난무하는 가운데 20일 동안 잠적하다 지난 1일 이 보란 듯 나타나 전 세계 언론을 당황시켰다. 그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상황 속에서 순천린비료공장 준공식에 나타나며 애민 이미지까지 챙겼다.

세계 유수의 언론뿐만 아니라 탈북민인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은 물론 북한 전문가들까지 오보의 멍에거짓 정보에 놀아났다는 지탄과 함께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부산을 떨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순천린비료공장에 나타난 김정은 위원장이 진짜냐 부터 시작된 여진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준공식 현판이 북한식(주체)이 아닌 남한식(2020)으로 표기된 것과 걸음걸이가 불편한 김 위원장이 박봉주 부위원장에게 목례를 하는가하면 그가 연설할 때 박수까지 친 것은 최고존엄으로서는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한 손목의 스탠스 흔적이나 이빨, 귀 모양 등이 차이가 있고, 수행원이 상의 안으로 손을 넣은 장면, 옥상에서 찍은 듯한 사진 등은 경호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 와서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 하면 오보에 대한 물 타기라고 할지 모르지만 현지 소식통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계속해 보내고 있다. 최근에 나온 얘기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김 위원장이 향산초대소에서 심혈관계 시술을 받은 것은 사실이며 아직 건강회복 중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심장시술을 받은 후 평양으로 옮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중앙급 간부들 속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아직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들이 은밀히 오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게 사실인지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한편으로는 북한뉴스 자체를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보면 별 일도 아니다.

김 위원장이 나타났던 순천린비료공장에 대한 소식도 흥미롭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성원들 중 맨 앞에 선 사람들은 평양에서 내려간 행사조였고, 그 뒤로 청년동맹 중앙예술선전대원, 건설에 참가했던 군인, 공장에서는 작업반장 이상 간부들만 맨 뒷줄에 섰다.

또 준공식장에 각종 구호판을 설치해 평양에서 온 행사조외에 뒤에 선 사람들은 김 위원장의 얼굴은커녕 그의 걸음걸이와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구호판을 맨 앞에 설치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일 찾은 순천린비료공장은 준공식을 할 형편도 아닌데 1호 행사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달렸다는 후문이고 보면 더하다. 더군다나 외국산 압축설비를 들여오지 못해 아직 정상가동이 어려운 상태라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남한뿐 아니라 세계 언론을 샅샅이 뒤지는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야 극적일지 많은 고민을 했을 듯하다. 이왕이면 대북제재로 힘든 상황을 떨쳐내고 자력갱생이라는 모습을 김 위원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그린다면 더 좋겠다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겼다고 자만에 빠지면 그건 오산이다. 2500만명이 김 위원장 한 사람만 쳐다보고 가야하는 현실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그는 모른다. 그것도 움직이는 종합병동 인 그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이건 더한 스트레스다. 북한은 지도자의 존재를 끊임없이 인식시키지 않고는 체제가 유지될 수 없음을 이번에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잠행과 재등장 과정에서 1인 지배체제의 불안정성이 노출됐다고 보면 어떤 형태로든 급변사태가 올 수 있어 소위 말하는 인포데믹현상을 북한 스스로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정상국가로 가기 위한 김 위원장의 행보치고는 참 부담스럽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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