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합당의 '5.18 폄하' 사과, 아직은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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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합당의 '5.18 폄하' 사과, 아직은 받기 어렵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5.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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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8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어왔다. 이유를 막론하고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우리 당은 단 한순간도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폄훼하거나 가벼이 생각한 적이 없다.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에 힘을 모으겠다".

지난 16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말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유승민, 장제원 의원 등 통합당 의원들이 잇달아 5.18 묘역을 참배했다. "5.18 비난 발언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21대 국회를 시작하는 노력이 있어야한다"(유승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흘리신 광주의 피와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장제원) 등 5.18의 정신을 계승하고 사죄를 해야한다는 말이 통합당 의원들에게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통합당이 극우와 결별하고 '쇄신의 신호탄'을 올린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폭동', '유공자는 괴물집단' 등 잇달은 망언을 한 이들이 모두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었고 이들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며 침묵했던 곳이 어디였는지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들의 사과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이 당의 역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바로 그들이 만든 의심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5.18 민주묘역을 조성한 것도, 5.18 특별법을 제정해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도 모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에서 시작됐다"며 자신들이 5.18 정신을 폄훼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말대로라면 지난해 논란에 왜 침묵했는지가 궁금하다. 침묵 자체가 5.18 정신에 대한 폄훼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던 것일까. 

이뿐만이 아니다. 5.18을 촉발시킨 전두환씨가 재판 참석을 거부하고 반성없이 골프를 치는 모습을 봤음에도 그들은 왜 비판 성명 하나를 남기지 못했을까? 그 동안 법 제정을 막은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여기에 여전히 침묵하고 있기에 이들의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의 미래통합당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제1야당이라는 자리는 그대로지만 의원 수는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여당에 177석을 내주며 완패했고 유력 인사들은 대부분 원외로 내려갔다. '보수 재집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들은 '태도 전환'을 통해 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그 출발점이 바로 '5.18 폄하 사과'라고 볼 수 있다.

사과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사과를 말로 끝낸다면 이 역시 5.18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된다. 사과의 진정성은 단순히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사과와 추모의 말을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회로 돌아가 5.18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5.18이 보여준 '민주화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실천이 나오기까지는 통합당의 사과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될 수 없다. '진실 규명에는 여야가 없다'는 입장이 나와야한다.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씻어야한다는 용기가 있을 때 통합당의 사과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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