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상속세 때문에 매각되는 ‘간송’의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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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상속세 때문에 매각되는 ‘간송’의 문화유산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5.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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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경매에 나올 예정인 간송미술관의 7세기 신라 보물 금동여래입상(왼쪽)과 금동보살입상(오른쪽)
27일 경매에 나올 예정인 간송미술관의 7세기 신라 보물 금동여래입상(왼쪽)과 금동보살입상(오른쪽).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을 이기지 못해 소유하고 있던 7세기 신라불상 금동여래입상, 금동보살입상 두 점을 경매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평소 미술품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간송 전형필이 남긴 문화유산에는 존경의 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간송미술관의 보물이 경매에 나오는 이유가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함이란다. 국내 대표 문화가업인 간송 가문이 3대째 이르자 미술품을 처분한다는 뉴스까지 나오니, 많은 생각이 든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남긴 문화유산 업적에 대해서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당대 최고 부자였던 간송은 일제 강점기 딩시 우리 문화재의 해외유출 막고자 사재를 털어가며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국보급 미술품을 사들이고 지켜냈다.

그 6·25 전쟁 동안에도 위기를 넘기며 문화재를 무사히 지켜낸 인물이다. 간송의 집념 덕분에 오늘날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존재하게 됐다.

필자는 2011년 10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전을 관람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조선시대 화가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포함된 ‘혜원 전신첩’ 30점이 공개됐다. 신윤복의 풍속화와 오원 장승업의 그림 몇 점도 함께 전시돼 동시에 감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신윤복의 그림을 보기 위해 관람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꼬박 두 시간 줄을 서면서 기나긴 기다림 끝에 사진으로만 보던 신윤복의 미인도를 실물로 보는 감격을 누렸다. 우리가 미술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오풍정, 월야밀회 등 파격적인 신윤복의 대표작품을 감상하였다.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간송미술관은 1938년 건립됐다. 보화각은 당시 간송의 스승 위창 오세창 선생이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의미로 지었다. 간송미술관에는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비롯해 도자, 서화, 석조물 등 국보급 보물 미술품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도 소장하고 있다.

간송은 고교 시절부터 책 읽기, 책 모으기, 미술품을 수집하는 취미 때문인지 심미안이 남달랐다. 평생 동안 전 재산을 바치며 소장한 미술관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간송미술관을 이어받은 간송의 장남은 지난 2018년 작고해 차남이 운영하게 됐다. 이번에 경매 시장에 내놓은 신라 금동불상 두 점도 상속세 납부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있다.

필자가 2011년 간송미술관을 관람했을 당시 건물 곳곳과 넓은 정원을 돌아보았다. 옛날 보화각으로 불리던 미술관은 매우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다. 가꾸지 않고 무심하게 자라있는 화초와 정원의 나무들은 한 눈에도 사람의 손길이 그다지 닿지 않았음을 느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정원이 잘 손질돼있지만 간송미술관의 정원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침 가을에 접어 들었던 때라 가을꽃들도 제멋대로 자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정원 한가운데 간송의 브론즈 흉상이 웃음을 머금은 채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노라니 무료관람으로 신윤복 그림을 본 후라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국내 현대 미술관들은 시설이 매우 훌륭하고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 멋지게 건축돼 있다. 하지만 오래전 세워진 낡은 간송미술관은 현대 미술관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간송미술관의 풍경이 곧 재정난에 봉착하고 있다는 현실을 느끼게 해줬다.

반면 간송미술관은 박물관으로 등록돼있지 않다. 때문에 박물관의 유지, 보수, 관리에 필요한 국고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있다. ‘국고 지원을 받을 경우 그만큼 간섭이 따른다’는 간송가의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18년부터 '문화재보수정비사업'에 따른 국고 지원을 받고 있다.

국보급 보물을 소장하는 있는 사립미술관이 대중 전시회 관람료를 무료로 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물의 유지 보수에 드는 제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이 정기 전시회를 열 때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모여 들지 않은가. 이는 간송이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해온 정신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제는 간송미술관 정기 전시회에서 입장료를 받기를 희망한다.

간송미술관도 3대 이상 가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처지에 봉착하게 된 현실이다. 그것이 결국 신라 금동불상 두 점을 경매로 나오게 했다. 간송이 모진 고난을 겪으면서도 보존해온 소장 미술품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미술관 건립 82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것은 안타깝다.

간송미술관에는 미술품이 약 5000여 점에 달한다. 간송미술관의 영속을 위해 상속세 감면과 경매에 나온 보물을 국가가 사들이면 어떨까. 소유는 국가가 하지만 간송미술관에서 보존하는 형태로 말이다. 경매에서 매각된 보물을 개인이 소장한다면 문화재를 감상할 기회가 박탈 될 수 있다.

오는 27일 금동불상 두 점이 경매에 부처진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지켜온 간송의 미술품들이 흩어지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간송의 미술품 매각도 이번 경매에 나오는 두 점만으로 그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문화재청이 대승적 차원에서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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