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는 두 시선, '처벌'과 '경각심'
상태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보는 두 시선, '처벌'과 '경각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5 17:56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법인, 최고책임자, 실소유자 처벌 가능
노동계 "책임자에게 엄한 책임 물어 재발방지 대책 세우라는 것"
재계 "대표에 대한 징벌만 존재, 예방이나 경각심 전혀 없다"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사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한 노동자 A씨가 쓰던 안전모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사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사망한 노동자 A씨가 쓰던 안전모의 모습. 사진=삼표시멘트 노동조합 제공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3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희생되고 본지가 탐사보도한 '삼표시멘트 노동자 사망사건' 등 노동자들의 잇단 사고와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21대 국회가 우선입법시켜야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김용균법'이 통과됐지만 실효성 면에서 많은 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더욱이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어도 기업은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내는 경우가 많아 전혀 기업에 경각심을 주지 않고 이 때문에 노동자의 희생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우선입법을 요구하는 요인이다.

특히 본지 보도를 통해 삼표시멘트가 노동자 사망에도 동일설비를 재가동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책임지지 않는 기업의 대표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이 법의 입법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자, 하급관리자만 처벌이 가능한 현행법과 달리 기업법인과 최고책임자의 처벌이 가능하며 명목상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사고 원인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 실소유주 및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청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사망 시 현행법은 원청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이 법은 원청 처벌이 가능하며 인허가, 불법증축 및 규제완화에 대해 공무원의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다.

처벌의 양형과 종류도 달라진다. 현행법은 산재 사망시 7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법인은 10억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하한형이 없어 평균 400여만원의 벌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2명 이상인 경우에는 장기 또는 다액 합산 가중된다. 법인의 경영 책임자 등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위험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거나 법인 내부에 생명, 위험방지 의무 소홀을 조장하거나 용인, 방치할 경우에는 매출액 또는 수입액의 10분의 1 범위에서 벌금을 가중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일 경우 손해액의 10배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 기업에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리게 한 것도 현행법과 다른 점이다.

민주노총은 25일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우선입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 투쟁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일매일 7명의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산재로 사망하는 일이 수십년 반복되는 이 참혹한 현실은 오로지 이윤만을 앞세운 탐욕의 자본뿐 아니라 2012년부터 산재사망 처벌강화 입법을 8년째 단 한번의 심의도 없이 입법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온 국회도 실질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기 내 사고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입법예고안에서 '산재사망 하한형, 불법하도급 건설업산재사망 하한형'을 국회로 넘기기도 전에 삭제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8년 이천 물류창고 40명 노동자 산재사망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국회에서 산재사망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통과되었다면 2020년 이천 물류창고 참사는 없었을 것이며 한달에 한두명씩 (노동자가) 죽어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급 말단관리자만 처벌하고 벌금 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 책임자, 법인에 엄한 책임을 물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게 하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수십년간 현장에 나온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고 무조건 대표를 처벌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의 법안으로도 충분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기소율이 극히 낮고 양형 기준을 높인다해도 결국 말단 관리자의 양형이 높아질 뿐이다. 근본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한국에서 산업재해가 없어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재계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 대표에 대한 과한 처벌만 있을 뿐 예방은 없다'면서 법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위반의 행위자를 수사해서 처벌하는 것이 현행 형법인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현장에 없는 기업 대표까지 처벌하자고 하는 법이다. 대표를 맡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하자는 것은 기업에 경각심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징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한 처벌만 있을 뿐, 예방도 경각심도 없다. 이미 개정된 법을 통해 충분히 사업장의 처벌이 가능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있는데 몇 개월도 안돼 대표를 처벌하자는 법을 만든다는 건 산업재해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처벌 강화 방안에 대해 최근 연구용역을 만들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 기준을 조정해달라는 말을 전했다. 양형위원회 위원장과 장관이 만나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으며 노동계의 의견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의 희생에 대한 기업의 책임 범위를 가른다는 점에서 많은 논의와 찬반 주장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그 책임을 기업에 맡겨야할 지, 아니면 국가가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될 지가 법안 통과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