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정과제 1호 '적폐 청산',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로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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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정과제 1호 '적폐 청산',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로 실천하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5.2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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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 인터뷰
"20대 국회 폐기, '예술인 무시당하며 사는 존재인가' 생각 들어"
"고용보험법, 예술 노동 범위 확대 등 시행령 변경 중요해"
"예술단체들의 현장 외면, 긴급지원 '선별적 지원'으로 만들어"
"블랙리스트 문제 '문체부 소관' 넘기지 말아야, 대통령 사과 필요"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 사진=임동현 기자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으로 피해를 입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예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이 담긴 '예술인권리보장법'이 20대 국회를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예술인들의 권리 보장이 21대 국회로 넘어간 이 때, 예술인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을 만났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문화민주주의'의 의미를 알고 싶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과거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예술인, 예술인 단체들의 연대체다. 예술인단체, 시민문화단체, 정당 등 다양한 장르의 여러 단위들이 모였고 적폐 청산과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모토로 하고 있다.

문화의 발전에서 '문화의 민주주의'와 '문화민주주의'의 차이가 있다. 문화의 민주주의가 예술가, 엘리트 집단들이 생산을 한 것을 예술을 향유하는 계층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체제라면 문화민주주의는 예술가나 엘리트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며 문화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문화와 예술이 만나 시민들의 행동으로 연결되고 예술가 역시 시민이지 시민 공동체의 주체이기에 그와 연관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20대 국회를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가 '적폐 청산'이고 헌법에 보장된 권리보장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았기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이 나왔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2018년에 법률 검토되고 지난 4월에 입법화가 됐는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그동안 이 법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고 발의를 했다는 의원들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문체위 소속 의원임에도 법에 관심이 없고 안건조차 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를 올리려하지 않았다. 박양우 장관은 법사위에 법안 통과를 주장하면서 코로나19 이야기만 하고 블랙리스트는 전혀 언급하지않았다. '예술인이 이렇게 무시당하며 사는 존재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정된 내용으로 법사위에 들어왔는데 예술인의 범위를 줄여 예술대학교 학생, 예술인 지망생들을 배제시켰고 공무원이 블랙리스트를 실행해도 처벌을 할 수 없도록 했으며 독립성을 가져야할 '권리보장위원회'를 문체부가 담당하고 공무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날치기처럼 올려진 법안을 보고 '이럴거면 법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통과 후 개정 운동을 하자는 쪽으로 갔는데 통과가 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정부와 여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다시, 제대로 시작해야한다

반면 '예술인고용보험법'은 특례법으로 통과가 됐다.

이 부분은 단체들마다 입장이 조금씩 틀리다. 고용보험 대상이 되어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고 '특례법'으로 통과된 것을 문제로 지적하는 반응도 있다. 통과가 된 만큼 다양한 예술노동의 형태가 인정받는 쪽으로 가야한다. 기초예술가들은 고정된 월급을 받지 못한다. 노동을 증명하지 못해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예술인들의 창작 노동을 최대한으로 수용하고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과 상의하며 시행령을 고쳐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을 위한 긴급지원이 진행 중인데

지원사업에 최적화된 예술인들이 혜택을 받는 반면 이를 잘 모르는 예술인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시 5번 개최' 등 숫자 개념으로 예술인임을 증명받아야한다. 긴급지원이 선별적 지원이 됐고 사각지대가 더 늘어났다. 전문 기관들이 현장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의사결정을 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긴급'이라면서 행정적으로 완벽하게 처리하지 않았다.

지금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권한이 주어지고 더 큰 권한은 관이 가지고 있다. 예술가단체들은 5.60대들이 주를 이루고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이나 소규모 모임에 머물러 있다. 민주적인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코로나 긴급지원'을 이유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다. 블랙리스트 때 발견된 문제들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문제가 해결되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계자들을 처벌하자는 것이 주가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바로잡아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블랙리스트, 미투, 코로나19가 연속으로 나오면서 예술가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는데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높아졌다. 그 점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리랜서, 학생들, 지망생들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다. 사각지대를 깰 방법이 있을까?

해당되는 이들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오랜기간 어려움을 겪어온 이들이 무기력증에 빠지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운동집단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대상자가 아니라 정책자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 실행자들이 속속 현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징계가 내려지지 않다보니 책임을 져야할 이들이 대학총장으로, 교수로, 국회의원으로 복귀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던 송수근 전 차관이 대학총장으로 돌아오고 김봉렬 한예종 총장이 그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식인으로, 교육인으로 사명이 있다면 과연 쉽게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숙과 성찰, 반성이 있어야하는데 전혀 없다. 잘못을 전혀 못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하는 '예술인공동행동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하는 '예술인공동행동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코로나19 이후 문화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권한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예술인들이 개입하면서 실효성있는 정책을 만드는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한다. 민주적 방식으로 체제가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으로 전환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너무나 단편적인 생각이다. 공연예술은 대면이 원칙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며 만들어내는 결과물인데 형식적으로 '온라인 전환'만을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온라인으로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하고 어떤 부분을 봐야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만들어져야하는데 이를 무시하고 전환만을 말하는 것은 예술의 침해라고 본다.

앞으로 21대 국회와 정부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국회는 정부와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 먼저다. 20대 국회에서는 사실 의원들이 관심이 없었고 여당은 계속 '미래통합당이 반대해서'라고 했는데 21대 국회는 의석도 많이 차지했기에 통합당 핑계를 댈 수 없다. 현장의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을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부분이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를 '문체부 소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블랙리스트를 시작한 곳은 청와대였다.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블랙리스트는 국가 차원의 범죄였고 그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야한다. 피해자를 인정하고 사과해야한다. 문체부 소관으로만 계속 넘기면 '그저 그런 과제'로 끝나버린다.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이들의 반성과 성찰도 역시 필요하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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