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정계의 화두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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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정계의 화두 '기본소득'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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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기본소득 검토할 시기" 발언 후 여야 협의체, 발의 활발
박원순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 이재명 "현재 재원에서 조금씩 늘리면 돼 "
포스트 코로나 및 4차 산업혁명 아젠다 부각, 복지 정책 변화도 예상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지자체와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긴급생활지원금을 실행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제 불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기본소득 논의는 있어왔고 이를 바탕으로 한 복지정책 역시 논의가 있어왔지만 실행까지 이르지는 못했고  '포퓰리즘',  '예산 낭비'라는 비판 속에 묻히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언제 끝날 지 모로는 큰 폭풍 속에서 발생하게 되는 실업, 폐업 등으로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 위기감은 기본소득을 정계의 중심 과제로 끌어올린 가장 큰 이유다.

기본소득 논의에 불길을 당긴 것은 그동안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미래통합당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에 없던 일(코로나19 사태)이 일어나 비상한 각오로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지속적인 포용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강구하고 보건정책 재정립,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과 함께 그에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기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고 밝힌 것이다.

물론 김 위원장은 바로 그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기본소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며 국가재정이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 지를 먼저 연구해야한다"며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당은 물론 그동안 기본소득을 주장해 온 소수정당들도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했다.

민주당의 '경제통'으로 불리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4일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여야정 추진위원회'를 제안한다"면서 '증세의 공론화'를 밝혔으며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하고 있는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원내대표는 7일 "원내 7개 정당 대표가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열어 보편적 기본소득의 지급시기와 범위, 재원 마련 등에 대한 국민 공론화와 정책 로드맵 등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기본소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영 민주당 의원, 이양수 통합당 의원도 별도의 기본소득 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야 의원들의 발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기본소득 논의에 찬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빵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는가? 그 가능성을 높여야 자유가 늘어난다"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에 대해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빵을 나눠줄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라도 들고 있는 듯 당을 심각한 도그마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 실시와 다를 바 없다.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려면 세금이 파격적으로 인상된다는 것을 국민이 수용해야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우리에게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하면 전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게 똑같이 월 5만원씩 지급해 1년 기준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24조원으로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면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무엇이 더 정의로운 일인가"라면서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을 전면적으로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이전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 대채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하며 증액하면 된다. 연 20만원에서 시작해 횟수를 늘려 단기목표로 연 50만원을 지급한 후 경제효과를 확인하고 국민 동의를 거쳐 점차 늘리면 된다"고 맞섰다.

이처럼 기본소득이 정계의 화두로 부각된 것은 우선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다는 점이 있지만, 뒤로 가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젠다가 될 수 있다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여기에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직업의 부재 등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의 생활을 어느 정도 영위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핵심 사항이다.

그러나 재원 마련, 복지 체계 개편 등의 숙제가 남아있고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은 "기본소득은 복지 강화와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했고 통합당은 기존 소득보장체계를 축소 또는 폐지한 후 이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복지 구조조정'과 함께 세출 조정 등으로 재원을 충당하자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본소득이 '포스트 코로나'의 아젠다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음 대선, 지방자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가 정치권에서 계속 진행되고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복지'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에 이번 기본소득 논의가 복지 정책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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