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트럼프를 낚았다” 존 볼턴의 ‘그 일이 벌어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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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트럼프를 낚았다” 존 볼턴의 ‘그 일이 벌어진 방’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06.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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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P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 외교 정책을 적나라하게 비난했다. 특히 그는 2년간의 북미 대화 뒷이야기를 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 싱가포르 회담 개최는 어리석은 실수”라고 평가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나의 ‘쇼’로 생각했을 뿐, 비핵화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다.

오는 23일 출간을 앞둔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볼턴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세부 사항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홍보 활동’으로 치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과 친구가 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약간의 미국식 선물,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선물을 주기로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독재자에게 사실상 호의를 베푼 것”이라면서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 그들은 서로에게 알랑거렸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등 결과를 생각하지 않은 채 즉흥적인 생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고 비난했다.

볼턴은 회담을 진행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험담을 한 것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핵합의와 관련해 상원의 승인을 구하겠다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에게 ‘그는 완전 거짓말쟁이’라는 메모를 건넜는데 볼턴은 ‘그’가 김 위원장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고 밝혔다.

또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 때도 당시 중동에 있던 폼페이오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장마비를 겪었다”고 했고 볼턴은 “거의 죽음을 경험했다”고 맞장구를 쳤다고 회고록은 밝혔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정책에 대해 “성공 확률 제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볼턴은 “모든 외교적인 방향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 보좌진의 반대에도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회담을 열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자신이 재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볼턴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중에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만들어낸 이야기의 모음집”, “볼턴의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뒤로 밀려나게 했다”며 오히려 북미 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은 볼턴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치적으로 여겼던 대북 정책마저 공격받는다면 재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트럼프로서는 조급한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볼턴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역할을 했으며 ‘북한 선제 공격’을 주장할 정도로 초강경파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두 사람은 이견 차이를 보였고 지난해 9월 전격 경질된 후에는 앙숙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김정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볼턴이 현장에 없는 것이 경질 결정의 전주곡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강경파인 볼턴이 애초에 북미 정상회담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는 곧 북미간의 대화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려했던 우리나라의 입장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미 관계가 얼어붙은 데 이어 최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관계까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볼턴을 위시한 초강경파들이 '북한의 문제'를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 공격과 함께 제재 강화 등 강경책을 다시 꺼낼 기회가 됐고 이 시기에 볼턴의 증언이 나왔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설을 확인한 셈이 됐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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