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가볍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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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가볍게 읽기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6.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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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어느 누구도 반대자를 침묵시킬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논할 때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자유론』을 떠올린다. 밀은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가 국민에게 자유를 간섭하는 것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개인적인 자유 개념을 확립한 사회철학자 밀의 『자유론』은 근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대한 고전 중 하나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인류에게 언제나 중요한 가치다. 개인의 권리를 주창한 밀의 『자유론』은 영구적인 가치를 지닌다. 1859년 출판된 밀의 『자유론』(On Liberty)은 밀이 당대 급진적 개혁운동 학자이던 부친 제임스 밀로부터 이 같은 학문의 영향을 받으며, 엄격한 교육으로 성장한 배경을 지닌다.

사상가들의 사회철학은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밀의 『자유론』 역시 개인적인 경험과 사색의 결과물이다. 『자유론』은 총 5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중 필자는 2장 <사상과 언론의 자유에 관하여>와 4장 <개인에 대한 사회 권위의 한계>가 이 책의 가장 탁월한 부분이라 본다.

1장부터 5장까지 자유의 가치에 대한 서술성은 일관돼있지만, 2장과 4장에는 밀이 평생 동안 고민했던 ‘민주정치’와 ‘정치적인 자유’에 대한 사색이 드러나 있다. 밀은 생전 하원의원에 출마해 당선된 정치가이기도 했다. 그는 정무를 보면서도 ‘민주정치가 항상 효율적일 수 있는가’, ‘선거라는 제도가 자유주의 정치의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졌다.

『자유론』은 국가보다 사회와 개인에 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 정치제도의 직접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밀이 통찰했던 인간관 중 자유에 대한 위협은 정부보다 비관습적인 것을 관용하지 못하고 소수자를 억압 통제하는 ‘다수의 횡포’에 관한 문제들이었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있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었다. 밀은 무엇보다 옳고 그름에 대해 측정하는 기준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원칙이라 주장한 벤담과는 판이한 인간관을 가졌다.

밀은 『자유론』에서 주옥같은 자유주의 가치를 설파한다. “다수가 수를 이용해 소수의 의견을 억압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의식의 내면적 영역인 사상의 자유”, “언론·연구·토론의 자유”, “지적인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허용”, “판단의 자유는 강요하는 것이 아닌 납득하는 권리로서, 이는 도덕적으로 성숙한 인격의 자질이다”, “진정으로 관용하며 관점의 차이를 존중하기”, “개성 있는 자발적 선택의 자유” 등 밀이 주장했던 자유주의는 오늘날에도 영원한 가치와 감명을 준다.

밀의 일생에 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밀의 『자유론』은 그의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밀의 아내 해리어트와 함께 공동으로 저술한 것이다. 이는 밀이 자서전에서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자유론』의 첫 장에서 밀은 명백히 “이 책은 내 것인 동시에 그녀의 것이기도 하다”고 아내와 함께 자유론을 공동저술했다고 쓰고 있다.

생각건대 당시 시대 상황을 볼 때 ‘여성이 책을 공동 저술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회 환경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부친 제임스 밀로부터 내려오는 학자적 가풍으로 말미암아 해리어트의 공동저술 기여가 인정받기 어려운 이유도 존재했을 것이다.

밀은 최초의 남성 페미니스트이기도 하다. 아내 해리어트가 세상을 떠난 후 1869년 『여성의 종속』이란 책을 출판했다. 이 책 역시 생전 해리어트와 공동저술을 했다고 알려진다. 밀은 책에서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 남성에게도 이익”이라 주장한다. 당시 여성의 참정권 등 사회 제도에 있어 여성의 권리가 매우 제한적이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밀과 해리어트는 러브스토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밀은 평생 동안 한 여성을 사랑했다. 밀은 24세가 되던 해, 부유한 실업가 존 테일러의 부인이던 해리어트를 사모했다. 밀은 해리어트와 맺어지고자 끈질기게 기다린 끝에 존 테일러가 병사한지 2년 후인 45세가 되던 해, 해리어트와 결혼했다. 무려 21년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것도 잠시, 결혼한지 7년 만에 해리어트가 급사했다. 밀의 『여성의 종속』은 사회의 비관습적인 것을 관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한 최초의 남성 페미니스트가 쓴 저술작이다.

밀의 『자유론』에 담긴 가치는 관점의 차이를 존중하고, 새로운 이념을 받아들이는 여론에 대한 호소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의견의 자유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존중하는 공적 토론의 자세는 오늘날에도 필요한 요소임이자,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이는 이전 세대의 자유주의들이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자유에 대한 개념이기도 했다.

밀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가 진보한다고 믿었다. 강제로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폭력 행사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무오류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밀의 자유주의 사상은 당시로선 매우 급진적이었겠으나, 그 가치의 소중함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볼 때 현대인들은 밀의 자유론이 말하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다시금 각성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의 자유와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던 존 스튜어트 밀, 그의 사상의 정수가 담긴 자유론의 마지막 구절로 끝을 맺는다. “국가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의 가치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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