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코 향한 빗속의 외침 “일괄매각, 분할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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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스코 향한 빗속의 외침 “일괄매각, 분할반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6.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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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지용 기자
3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성암산업노동조합원들이 성암산업 분할매각 및 노조와해 사태에 항의하며 천막농성 및 무기한 단식투쟁 집회를 갖는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장맛비가 내리는 29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제21대 국회가 상임위 자리를 놓고 씨름을 벌일 때, 성암산업의 노동자들은 빗속에서 국회를 향해 부르짖었다. 원청인 포스코의 성암산업 분할매각에 따른 노조 와해 시도,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하라는 촉구다.

설립된지 36년된 성암산업은 포스코의 여러 하청업체 중 한 곳으로 광양제철소에서 운송업을 맡고 있다. 원청과 하청간의 갑을 관계, 노조 와해 문제가 빈번한 한국 노동 시장에서 성암산업 노동조합의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은 32년간 조합을 지켜왔다.

그런데 성암의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이달 30일 부로 전원 해고된다는 통지를 지난달 받았다. ‘과도한 노사분규와 노조의 작업권 반납 간섭, 경영난’이라는 이유였다. 하청이 원청에 작업권 반납을 할 경우 쓰이던 시설 또는 장비 등은 매각되며, 하청 노동자들은 동의시 고용승계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하청이 이 작업권 반납을 하나가 아닌 여러 업체에 쪼개서 계약하는 경우다. 이 경우 쓰이던 장비가 매각되면 해당 회사 분할만이 아니라, 원래 있던 노조까지 와해된다. 전적동의서로 노동자 개인의 고용은 보장될 수 있지만, 노조의 조직력은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사진=현지용 기자
사진=현지용 기자

성암산업 측은 노조의 반발에도 장비 매각을 비롯한 회사 분할 매각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성암노조 조합원 145명과 한국노총 금속노조는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돌입했다. 노조는 이 날까지 천막농성 15일 째, 단식농성 7일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의 노조원들은 추운 비바람이 이는 날에도 농성과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원청의 힘에 의해 휘둘리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중단하라’는 외침은 한 개인의 절박함을 넘어, 한국 노동 시장에 뿌리 깊게 내린 고용 불안 문제를 대변하는 목소리로 들렸다. 비정규직, 파견, 하청, 특수고용노동자, 자회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한국의 고용 불안 문제다.

오전 기자회견을 끝낸 금속노조 관계자는 성암 노조의 사정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17년 분할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노조의 투쟁 끝에 분할매각을 하지 않을 것이란 합의서를 포스코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올해 초 다시금 일어나는 분할매각 시도는 새 회사들의 대표에 포스코 출신 OB로 포진해 장비 매각, 회사 매각 준비를 다진 상황이다.

사진=현지용 기자
사진=현지용 기자

“현행법은 회사가 동일한 업무를 할 시 ‘영업의 양도’를 주장할 수 있으나, 자산 매각이란 이름으로 고용승계에 대해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도 4개로 분할매각할 당시 자산의 매각형태라 우겨서 고용승계, 단협(단체협약)승계 약속이 막혔다.” 하청사에 대한 분할은 원청에 의한 하청 노조와해, 노동자 권리 간섭으로 연결됨에도 법적으로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조 와해 수법 또한 거듭 바뀌는 모습이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원청-하청관계로, 이제는 자회사로 돌려 보장한 고용안정 약속을 번복하는 식이다. 노조 관계자는 그나마 성암 노조는 나은 사례라 말했다.

“성암 노조는 광양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 조직화를 할 때 가장 연대를 많이 했다. 반면 이러한 싸움에 견디지 못해 무너진 신생노조도 많다. 언론에도 드러나지도 못하고 무수히 많은 신생노조들이 사라졌다.”

성암노조는 ‘일괄매각, 분할반대’란 구호를 내걸고 있다. “사측의 회사 매각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방식”이란 말이다. 그 방식이 효율성이란 탈을 쓰고 고용안정이란 노동자 권리를 침해할 때 이에 대한 저항은 필연적이겠다. 빗속의 외침들에 대해 국회가 답할 시기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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