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 인수 갈등 사이, 배제된 직원 16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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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스타 인수 갈등 사이, 배제된 직원 1600명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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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 인수선언 7개월 만에 SPA 해지
전 노선 셧다운, 코로나19에 미지급금만 1700억원
체불임금 250억원, 직원 1600명 대량실직 불 보듯
이상직 “책임은 제주항공에...정부가 이스타 살려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귀책을 이유로 인수계약 해제를 선언하자, 양측의 소송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으로 그 책임을 제주항공과 정부에 돌릴 뿐, 대량실직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서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항공업계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과 695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인수합병 소식이 주목을 받았다. 일본발 무역보복, 홍콩 민주화 운동 등 LCC 저가항공 업계의 주요 노선이 고비를 맞는 등, 업계 불황이던 시기에 나온 매각설이라 더욱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은 불과 두 달 여만에 악재로 되돌아왔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또한 타격을 맞았기 때문이다.

MOU 이래 7개월 여만인 지난 23일, 제주항공은 공시를 통해 주식매매계약(SPA) 해지를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자사가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해지 사유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계약서상 선결 조건 이행 갈등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이스타항공이 안는 미지급금은 1700억원 규모에 달하게 됐다. 가뜩이나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 손실 등 불확실성 지적이 꾸준히 지적 받아온 이스타항공은 도입한 B737 맥스가 지난해 3월 운항 중단 타격을 받는 등 경영난으로 휘청거리던 상태였다.

결국 지난해 9월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강타까지 합해, 지난 5월 공시한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자본총계 –1042억원을 기록하는 등 완전 자본잠식 상태임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일하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명은 지난 2월부터 임금 반납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했으나, 제주항공의 인수 불발로 체불임금과 대량 실직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됐다.

이번 인수 불발의 책임은 제주항공보다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논리로 모아진다. 이스타항공이 2007년 출범한 이래 적자만 기록하다 지난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매물로 내놨음에도, 임금 체불 및 노선 셧다운 문제 등 1700억원의 미지급금 해결을 먼저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원인을 제주항공으로 돌리고 소송전 절차를 밟으려 하는 모습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대한 주식매매계약 해제 무효화 및 이행 요구의 가처분 신청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실질적 사주 논란을 받는 이상직 의원은 언론을 통해 인수불발의 원인을 제주항공으로 돌리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2일 KBS 전주 라디오에 출연해 “법적·도덕적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음에도 고용승계, 미지급 임금이 중요하기에 지분 헌납부터 하자고 했으나, 제주(항공)가 억지를 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에 있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임직원이 사즉생의 각오로 뭉치고 지자체, 도민이 향토기업인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LCC지원이 병행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산 위기의 이스타항공은 자력으로 미지급금 문제를 해결할 여력은 까마득한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발 업황 악화가 사실상 무기한 상태이기에 새 인수자를 찾기보다는 법정관리로 파산, 청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만 무거워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사의 진흙탕 소송전 사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주체는 회사를 믿고 버틴 1600명 직원이다. 정부도, 인수를 약속한 회사도, 몸담은 회사도 이들에 대한 뾰족한 묘수나 체불 임금에 대한 보장 중 어떠한 제시도 없는 모습만 띄고 있기 때문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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